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인한 Dec 13. 2022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지난 주말에는 트리를 만들었다. 낡아서 새것으로 살까 고민하다가 요즘 카페가 조용한 편이라 그 고민을 내년으로 넘겼다. 나 혼자 만들었을 때는 시간이 제법 걸렸던 것 같은데, 두 딸과 함께 만드니 금방이었다. 철사로 만든 가지를 보기 좋게 뻗게 만들고 완성하는 데 오 분이 걸리지 않았다.


준비된 오너먼트를 다 매단 뒤에, 둘째 온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봐도 뭔가 허전해 보이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온이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의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꽤 진지한 모습에 무엇을 쓰나 궁금해 고개를 기울이니 보지 못하게 밀어냈다. 초등학교 일 학년인 온이는 산타 할아버지를 아직 믿어서 그런 것 같았다.


A4용지를 몇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 보려고 하니, 보지 못하게 했다. 언뜻 보니, 만든 편지지 안에 유리 테이프로 주머니를 만들고 젤리도 넣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던 서우도 편지를 적었다. 한 장을 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서우는 편지를 적어서 나에게 보여줬다.


“산타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편지는 지난해 장난감에 대한 안부가 적혀 있었다. 이미 망가져서 버렸지만, 기억하고 있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적혀 있었다. 행복과 존경이라는 단어도 보였다. 산타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라기보다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다.


사실, 초등학교 삼 학년인 서우는 이미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밤에 옆에 누운 서우가, 아빠가 쓴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대한 글을 읽었노라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서우는 온이를 위해서 모르는 척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은 과장해서 들뜬 듯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을 해줘야 할지 고민되었다.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밥맛이 덜한 편이다. 저녁으로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아내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행이다 싶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나갔다. 두 딸은 처가에서 저녁을 먼저 먹어서 우리 둘만 산책 겸 동네 식당에 들렀다.


아내가 부추를 넣고, 새우젓을 넣고, 양념장을 넣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서 넣었다. 아내를 따라서 조금씩 먹다 보니 국은 남겼지만, 그래도 밥 한 공기를 비웠다. 속이 따뜻한 것으로 차서 그런지 파란불이 들어온 것처럼 걷고 싶어졌다.


둘 다 후드를 뒤집어서 쓰고 겨울 거리를 걸었다. 날씨 얼음처럼 차가워 하늘이 맑은 것인지, 하늘이 맑아서 날이 추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별들이 많이 보였다. 주황색으로 빛나는 큰 별이 보여서 저렇게 큰 별도 있었나 싶었다. 아내는 무슨 별인지 아느냐고 물었고, 인공위성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나는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작가의 이전글 절반의 가을 소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