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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난 Sep 26. 2021

귀를 기울이며 지내는 날들

오모내댄 출간일지


이러려고 출간을 한 것은 아닌데

마치 이러려고 출간을 한 것처럼

축하와 선물을 받고 있다

결혼식과 돌잔치가 없는 비혼 동지들에게

출간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축하는 축하로 끝나지 않고

선물만큼 즐거운 이야기를 가지고 온다


지난 주말 내 집에 놀러 온 친구 1은 혼자 빨리 도착하여

우리 집 근처 슈퍼(편의점이 아니다. 슈퍼다)에 케이크를 맡겼다고 했다

오모내댄 표지로 디자인된 케이크는 깜짝 선물이어서

친구 2가 올 때 가지고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친구 1이 할머니 사장님께

케이크를 맡겨줄 수 있냐 부탁했더니

겉쿨 앤 속다정한 사장님이 음료수 냉장고에 보관을 해줬다고 했다

뭔 잔치 하나 봐?


친구 2가 슈퍼에 가서 할머니 사장님께

케이크를 찾자 사장님이 케이크를 꺼내 주며

잔치에 빈손으로 가? 라며 타박을 하셔서

어깨에 둘러맨 와인을 보여드렸다고 했다


더 늦게 온 친구 3은

이미 케이크를 찾아갔는지 모르고

또 슈퍼를 찾아갔다고 했다

역시나 겉쿨 앤 속다정한 사장님이

왜 이렇게 늦었어~ 이미 다 가져갔어~라며 타박을 하셨다고 했다

이럴 일인가ㅋㅋㅋㅋㅋ


친구 1,2,3과 신나게 마시고 먹고 장기자랑을 하며 놀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 1이 가져온 필카가 없는 것이었다

아까 산책을 나갈 때 분명 가지고 나갔다가

내가 손목에 걸고 들어왔는데

어째서 없지? 어째서?

신나는 잔치에 초가 쳐질까 걱정이 되어 나는 집 밖으로 뛰쳐나가다가

번뜩 생각이 났다

아! 아까 집 앞 대추나무에서 서리할 때 옆에 있던 오토바이 위에 올려뒀다!!!!

오토바이보다 빠르게 뛰어내려 가서 보니

오토바이가 없었다

퓨ㅠㅠㅠㅠ망해숴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

본격적으로 슬퍼하려고 하는데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던 집 앞의 창문에

하얀색 봉지가 걸려있었다

호옥시? 하고 달려가서 열어보니

헙..ㅠㅠㅠㅠㅠ..

카메라 거기 있었어 카메라 있었다고!!!

누가 카메라 봉지에 넣어서 걸어뒀다고!!!!

서울 이래도 되냐고!!!

이 도시 이렇게 사람 울려도 되냐!!!!


봉다리를 들고 집으로 뛰어올라와서

카메라 잃어버린 주제 치고는 지나치게 당당한 목소리로

내가 찾았어!!! 오토바이 주인이 보관해뒀어!!! 우리 동네 어떠냐!!!!! 멋지지!!?!!!!


뜨거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이동해 누워있자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섰다


다시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 위에 자두 다섯 알이 담긴 봉지를 올려두고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 행선지는 슈퍼다

원치 않으셨지만 오모내댄 한 권에

역시 원한적 없으시지만 감사인사와 사인도 담았다


-

즐거운 파티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OO동 주민

노윤주 드림.


하필이면 할머니 사장님 안 계시고

딸 사장님 계셔서 설명을 또 할 수밖에 없었는데


-

그러니까 어제 제 친구 1이, 2가, 3이.. 네네..

그게 생일이 아니라.. 책을 써서.. 네네.. 그래서 제가.. 책을.. 네네..

귀찮으실 수도 있지만.. 심심할 때 보시라고.. 네네... 고맙습니다..



출간 이후 다른 작가들은 무엇을 하느라 바쁜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고 다니느라 바쁘다


SNS에 써주시는 리뷰는 거의 모두 찾아서 읽으며 기뻐하고 있고

오며 가며 만날 때 무거운데 책을 들고 오셔서 사인을 요청하시는 분들에게는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상비하고 다니는 네임펜을 꺼낸다

내가 모르는 오모내댄을 읽어주신 분들은 누굴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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