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케비치 & 공포의 스파
그렇게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다와 내 주체는 조금씩 말을 걸기 시작했지. 멀리서 응시하고 때론 가까이 다가가서. 한참 동안 짙푸른 바다와 상아빛 모래밭과 친하며 놀다보니 사진을 남겨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베트남의 하와이라고 불리우는 미케 비치 풍경을 담아야 하잖아.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사진보다는 내 머리와 눈과 귀에 담으려고 했거든.
사진이 남는다고는 말하지만 기억력만 허락한다면 보고 듣고 느껴보는 작업에 비하면 사진에 비교할 수 없는것 같아. 하지만 나이 들으니 기억력 쇠퇴 현상은 어쩔 수 없네.
셀카를 몇 장 찍다보니 이런 행위는 역시 재미가 없군. 저녁이 되니 주위에 한국인도 많이 모이는군.
점점 날이 어두워지니 해변가 주위에 불빛이 들어오면서 미케 비치 주변도 한국의 경포대 같은 느낌도 나는군. 사람들의 목소리도 제각각 톤이 다르게 웅성웅성.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는 주변의 소음에 묻혀 낮게 들리지만. 내가 서있는 곳에서 좌우로 약 300미터 간격을 두고, 자연과 문명을 번갈아보는 행위로 문득 기이한 생각도 들더군. 그런 공간 사이를 뚫고 시야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의 무리. 파도 모양과 소리도 낮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네. 천천히 들어갔다가 급하게 나오는 물결도 각양각색. 그 물결 사이사이로 뛰노는 인파들은 댄스 퍼포먼스를 하는것 같군.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시커멓고 큰 용이 튀어나올것 같기도 했어. 베트남은 용상이 흔하더군. 하노이와 하롱베이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고. 바다 왼쪽편에 엄청 큰(실제로 가까이 가서 보면) 해수관음상이 하얗게 유령같이 버티고 있었거든. 키가 높은 야자수 나무를 보니 제주도 같기도 하고, 남미 같은 분위기도 흐르더군. 난 야자수를 너무 좋아해. 왠지 그냥 맘에 들어. 제주도에서 야자수 그늘 아래 누워서 잎 사이로 하늘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다른 세상을 보는것 같거든. 한참을 그렇게 미케 비치의 야자수를 보니 브라질의 재즈 연주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의 뮤직을 듣고 싶어졌지.
' Wave' 라는 곡인데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 몸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곤 해.
바다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표정도 다 각기 다르고, 피부색도 인종도 언어도 다르니 역시 흥미롭더군.
아! 혼자 여행 오면 이런 재미도 있다는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어. 오롯이 자유롭게 방해 안받고 관찰자가 되는 특혜도 나쁘지 않더군. 수평선 끝에서 서서히 석양이 지는 광경으로 자연의 향기에 취하기도 해. 또한 그 대상을 멀리서 바라보는 행위 자체도 매력있는거거든. 그렇게 그렇게 미케비치 주변의 패티시즘에 빠지다 보니 슬슬 저녁 먹어야 할 신호를 내 몸이 부르는군. 마저 남은 코코넛 열매를 빨대로 훅 마시고 비치파라솔에서 빠져나왔어.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 여러가지 음식을 파는데로 일단 들어가서 주문했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나온 아마 돈까스 비슷한 음식인데, 음식명은 생각이 안나는군. 돼지고기가 질겨서 첫날 저녁 선택은 실패였어. 내일은 맛난것 찾아 먹어야지.
안전을 생각해야 하니 첫날이라 늦어도 8시까지는 호텔에 도착하기로 마음 먹었지. 밤에 택시를 혼자 타는게 약간 무섭기도 하고 겁많은 내가 어떻게 혼자여행의 용기를 냈는지 정말 알수 없는 이변인걸. 신기하군 신기해.
무사히 택시 타고 호텔에 첫날밤에 잘 도착.
그냥 방에 들어가기가 심심해서, 호텔 스파를 이용했는데 불친절하고 건성건성 하는것 같아 맘에 안들었음. 배드에 누워있는 내내 맛사지 해주는 젊은 20대초반 아가씨의 표정을 생각하느라. 난 공포의 밀실에 갇혀있는 것 같았거든. 왜 그녀는 그리도 어둡고 지쳐 보였을까 생각하느라고. 오늘 하루 그녀는 고된 노동을 하였을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아마도 그녀는 외국인과 언어 소통이 안되어 그럴수도 있겠고, 문화 차이도 있어서 그렇겠지. 간단한 몇 제스츄어가 다 였으니까. 그녀와 나 사이에는.
그녀는 진한 화장에 엉덩이까지 닿은 짙은 검정색의 긴 머리와 흰색 티셔츠와 짧은 검정색 치마를 입었고, 무뚝뚝하고 그로데스크한 표정과 태도로 일관하더군. 그리 넓지않은 독방에 그녀와 나만 있었고 둘의 숨소리만 들렸고. 기묘한 분위기가 빨리 지나가야 할텐데. 마음속으로 언제 끝날까 하는 초조감. 중간에 그만 한다고 말할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그렇게 긴 공포의 스파를 마쳤다!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몸의 릴렉스는 커녕 몸이 굳는 긴장감이 더해졌지만, 뭐 어떻게 하겠어. 아휴~ 내일은 다른 스파점를 찾아봐야겠구나. 인터넷으로 호텔예약 했을때 호텔스파에 대해 꼼꼼히 살피지 않은 나의 불찰이겠지.
호텔방에 들어와서 혼자 사색을 즐기며 샤워하는 시간. 좋다! 좋아. 공포의 스파는 속히 잊자고.
통유리로 된 샤워실에서 다낭 밤 풍경이 다 보이는거야. 다시 야호~를 속으로 외쳤지. 전망 좋은 방은 밤에도 이렇게 색다르구나.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 첫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난 잠을 못자거든. TV 시청은 평소에도 잘 하지 않지만 호기심에 켰는데 재미도 없어서 바로 끄고.
스맛폰을 열고 셀카 사진도 보고, 유투브 열고 음악 들으며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여행 이틀째를 맞은거야.
- 여행 후기 다음 글로 이어짐. 아래 작가의 다음 글 클릭!-
브라질의 보사노바 재즈아티스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WAVE 음반
요건 내가 많이 아끼고 자주 듣는 음반이죠.
남미 여행도 가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