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hae Lee May 07. 2019

02. 신세계 놀이터

컴퓨터의 세계에 빠져들다.

첫 나의 컴퓨터를 켜다.
제 인생 첫 컴퓨터, 삼보 Trigem 486DX2-50

컴퓨터를 처음 영접한날 아직도 그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처음 전원을 켰는데 막상 켜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전 도스 디스크를 컴퓨터에 넣고 부팅시키고 다른 디스크를 넣고 게임이나 실행시킬줄만 알았지, 도스 기본 명령어와 다른건 아예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쪼금 안다는 친구에게 SOS를 쳤습니다. 그 친구도 그리 잘하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기가 원하는건 할줄 아는 친구였기에 도움을 청했습니다.처음 그친구가 오자마자 하는건 ‘m'이란 단어를 프롬프트에 입력하고 엔터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쌓이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건 도스시절 너무나도 유명했던 Mdir이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후 여기 저기 디렉토리를 옮겨가며 여기 저기에 어떤것들이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첫 컴퓨터에 대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밤새서 이것저것 보면서 밤을 새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도 하고 워드 프로세서라는것도 알게 되었고 부모님이 프린터까지 구매해주셔서 프린트도 해보았습니다. 도스시절엔 어떤 특정 하드웨어를 이용한땐 제조사에서 도스 드라이버를 지원해주지 않으면 전혀 이용할수가 없어서 프린터를 이용하기란 정말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하드웨어 지식이 없으면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 설치해주지 않는 이상은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새로산 컴퓨터에는 이름도 거룩한 windows3.1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소중히 조심히! 플로피 디스크  
8인치, 5.25인치, 3.5인치

2D 2HD 3.5인치 5.25인치..참 이때는 플로피 디스크로 게임을 복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뭐하나 복사하고 실행하려면 운이 따라야 했던 시절이었죠. 플로피 디스크의 용량은 일반적으로 1.44메가 였습니다. 정말 지금에 비하면 코딱지만한 용량이지만 이때는 괜찮은 용량이었습니다. 옛날엔 arj 혹은 zip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큰 용량의 프로그랭이나 게임은 여러 파일로 분할해서 압축을 한 후 디스크로 복사해 서로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문제가 플로피 디스크가 조그마한 외부충격이나 흔들림, 습기등에 너무너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이중에서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다시 복사해와야 한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집에와서 복사해서 게임해야지 하고 들뜬 마음을 품고 긴 시간과 노동을 들여 복사하는 도중에 플로피 디스크가 깨져 복사를 못할때 그 허망함이란..  절망에 가까운 기분입니다. 친구를 귀찮게 하기도 미안하고 만약 분할 압축해놓은 파일을 친구 PC에서 삭제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복사해서 줘야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도 귀찮고 저도 미안한 마음이 많이 크게 되죠. 어찌저찌 복사해서 몇일을 기다리고 해서 복사완료후 실행했을때 기분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몇일을 밤새워 게임만 했던것 같습니다.



PC 강제 공부
한때 유행이었던 전유성PC 시리즈

그런데 PC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정말 궁금증이 넘쳐흘렀습니다. 이건 어떻게 되는거지? 저건 어떻게 되는거지? 이건 뭐지? 컴퓨터 내부는 어떻게 생겼지? 어떻게 움직이는걸까?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누구하나 속시원히 해결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친구 선생님 기타 물어볼만한 사람들도 없었거니와 복잡한 시스템 구조를 관심있어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중 정말 PC를 강제로 열정적으로 미치도록 공부할수밖에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때당시 Doom이란 공포 슈팅게임이 있었는데 너무 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선 최소 사양이 램 4메가에 CPU는 486 이었으니 제 PC와 사양이 동일했습니다. 당연히 충분히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둠 게임을 친구가 아는 친구를 통해 복사를 성공했다고 자기 집에 복사를 먼저 하고 저에게 빌려주었습니다. 절대 디스크 깨먹지 말라고.. 다시 복사해주기 귀찮으니.. 그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조심히 소중히 가지고 집에 갔습니다. 저의 집에 와서 열심히 복사했습니다. 참 이때는 한국에 라이선스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입니다..그래서 유료 프로그램을 아무렇지 않게 복사해서 아무렇지 않게 쓰던 그런 시절이었죠. 일반 회사조차도 그랬으니까요. 여튼 복사를 마치고 둠 게임을 경건한 마음으로 실행시켰습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메모리 부족이라는 메세지와 함께 실행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왜 안되지? 사양도 맞고 램도 맞는것 같은데? 최소사양에 적합한데 왜 안되는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습니다. 게임이 원하는 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데 왜 안되는거야?라고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컴퓨터와 저의 본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왜 안되는지 이유를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도스의 이론을 공부하다.
MS-DOS에서의 메모리 사용 현황

그때당시 도스는 640K Byte의 기본 메모리가 있었고 그 이상의 메모리를 쓰려면 환경설정이 필요했습니다. 혼자 XMS니 HMA니 하는 용어와 기술을 안되는 머리를 짜내서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OS에 대해서 자동으로 공부가 되었고 나도 모르게 이론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도스 시절은 메모리 관리가 정말 중요했습니다. 640KByte라는 기본 메모리와 XMS, HMA등등 메모리 영역과 확장메모리 등등 메모리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고수로 인정받던 때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세세히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개념과 이론을 쌓아가며 정말 열심히 개인적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게임이나 다른걸 할때 실행이 안된다면 에러의 내용을 듣고 왜 안되는지와 그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수준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전 DOS의 메모리 환경 설정과 batch파일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선까지 왔습니다. 이것을 주무를줄 알게 되면 부팅 환경을 자기 입맛대로 다룰수 있게 됩니다. 예를들어 게임만 한다면 메모리 크기가 중요하므로 게임 환경 부팅, 기타 일반작업에 쓰이는 환경 부팅, 일본언어가 지원되는 부팅, 기타 자기가 원하는 환경부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것입니다.

참고로 예전엔 일본게임을 하려면 JDOS라고 해서 일본언어 환경이 되어야만 실행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한글언어 부팅과 일본언어 부팅을 듀얼로 부팅하게 할 수 있는 실력도 겸비하게 되었습니다. 이정도 실력까지 오니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AS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내컴퓨터좀 고쳐달라고. 그때당시도 컴퓨터 AS는 일년이 지나면 무료 AS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수리를 요청하면 꽤 비쌌고 인터넷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고치는 방법을 알아내는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후려쳐도 모르면 당하던 시기였습니다. 솔직히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망가지고 그러다보니 못사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프로그램을 새로 깔아주고 고쳐주면 공짜에 음료수나 군것질 하나면 되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PC를 사용하지 못할때 얼마나 답답한지 그마음을 알아서 전 일주일에 두번정도씩은 친구집에 불려갔던것 같습니다.


하드웨어에 도전
한때 풍미했던 SOYO Mother Board

한번은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재미있는 게임이나 좋은 프로그램은 디스크로 복사하면 보통 20장을 넘게 복사해야 했습니다. 또한 만에하나 디스크가 한장이라도 깨지기라도 한다면 그슬픔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만약 그 친구가 분할 압축해놓은 파일을 만약에 지웠다면.. 그 20장이 넘는 디스크를 다시압축해서 처음부터 다시 복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거죠.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가면 갈수록 이건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하드디스크를 일대일로 붙여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속도도 빠르고 디스크를 갈아끼는 수고도 덜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을 먹고 컴퓨터를 뜯었습니다. 컴퓨터를 분해하는게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사 몇개만 풀면 본체 뚜껑이 그냥 스르륵 열렸습니다. 머가 먼지도 모르면서 쭉 훝어보다가 ‘아, 이게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구나’라고 바로 알수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책방에서 컴퓨터 관련 책을 보다가 하드웨어에 대해 본적이 있는데 그때 본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때 그 하드가 시게이트 하드였습니다. 150메가 정도 되었던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네요. 그때 이후로 복사하고 싶었던게 친구집에 있으면 전 하드 드라이브와 드라이버를 들고 친구집에 가 무턱대고 컴퓨터를 분해해 하드끼리 연결후 복사하고 다니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용기였습니다. 이러다 남의 컴퓨터 부수면 어쩌려고.... 역시나 딱한번 고등학교 친구 컴퓨터 망가진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빼면 그 이후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지고 싶은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기다림 없이 손쉽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