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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hae Lee May 07. 2019

03. 온라인 세상으로의 여행

전화 PC통신

PC통신을 알게되다.
PC통신 클라이언트중에서 많이 쓰이던 데이타맨

컴퓨터를 사고난 후 일년여쯤이 되었을때 전 PC통신이란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걸 알게된것도 참 우연한 계기로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친구가 소개팅을 하러 간다는 간다고 하더군요.  분명히 주위에서 소개팅이나 여자를 소개시켜줄 사람이 없는데 간다고 하기에 누가 해줬냐고 꼬치꼬치 귀찮게 물어댔습니다. 온라인 채팅이라는것이 있는데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해서 접속하면 대화방이라는것이 있고, 그 대화방에서 채팅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채팅이라는 신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도전정신이 100%채워졌고 전 바로 준비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온라인 통신을 하기 위해선 모뎀이라는 통신 하드웨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통신 하드웨어인 모뎀은 전화선을 이용한 통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통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신회사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물건에는 비싼것과 싼것이 있듯이 모뎀도 싼건 싸고 비싼건 비싼 두종류로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모뎀이 완전 특출난게 아니면 성능은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중요한것은 통신선의 품질과 전화국과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전화국이 가까울수록, 통신선로가 최근에 설치된것이 속도가 빠르고 좋았던 것이지요.


PC통신에 도전하다.
PC통신을 하기위해 쓰던 모뎀.

먼저 모뎀을 구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싼것도 만원이 넘는 상황에 학생인 저에게는 꽤 비싼 장비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전전긍긍하던 때에 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어줬습니다. 자기집에 굴러다니는 모뎀이 하나 있는데 구해주겠노라고요. 그러면서 통신을 이용하기 위해선 모뎀소프트웨어도 필요한데 복사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이게 그 이름도 한때 찬란했던 이야기 라는 통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때당시 한글도 거의 완벽하게 지원되었고 UI또한 너무 좋아 PC통신을 하던 분들은 거의 안쓰시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너무 좋은 통신 프로그램이었습니다.이 두가지를 얻은 저는 바로 집에서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PC 뚜껑을 열고 모뎀을 꽂고 바로 전화선을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접속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때 모뎀에서 들리는 특이한 소리가 있습니다. 삐삐삐삑(전화 다이얼 소리) 그다음에 치치직~~뚜뚜~~삐삐~~치직. 그다음 통신사에 접속이 되고 통신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뎀을 이용한 PC통신은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화기의 수화기를 드는 것입니다. 이때는 휴대폰이 없고 삐삐를 많이 이용하던 시절입니다. 그러다보니 삐삐가 수신되면 자연스럽게 전화기를 이용해서 호출을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를 했습니다. 문제는 전화 수화기를 들면 이 통신이 끊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뎀을 이용한 통신은 일반 전화기선을 이용하는 통신인데 이게 음성통화하고 같이 사용되다보니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통신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끊기게 되면 ‘엄마, 아빠 전화기 드셨어요? 아 미치겠네’를 연발하던 그때가요. 이당시 3메가 정도의 자료를 받으려면 20분 가까이 걸리던 시절이라 만약 자료를 받다가 끊기면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잘 받는게 중요했습니다. 또한 가족은 뭔 잘못인지 제가 PC통신을 할때는 가족들이 전화를 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PC통신을 할때는 전화가 부재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4대 통신사
PC통신을 통한 만남을 그린 접속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이 4개는 한때 우리나라 PC통신을 좌지우지하던 회사들이었습니다. 그때당시 대부분 한달에 만원정도 이용비용이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통신사 이용비용+전화기 이용비용이 한달 이용요금이였죠. 생각없이 몇시간을 이용하다가 부모님에게 통신비가 날라오는 날이면 등짝 스매싱 내지는 금액에 따라 몽둥이가 날라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마다 각 에피소드를 월마다 듣는건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위의 4개 PC 통신사들은 각 특색이 있었습니다. 천리안은 최신자료나 특색있는 자료가 많이 있었습니다. 게임 자료도 많이 있었습니다. 좋은 자료가 많은만큼 제일 비쌌던 요금을 가졌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우누리는 커뮤니티가 강점이었습니다. 이색적이 커뮤니티나 동호회가 많았습니다. 제 친구도 이곳의 채팅을 통해서 이성을 만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이텔은 천리안과 나우누리쯤의 중간이었습니다. 좀 애매한 포지션이었는데 그래도 꽤 매니아층이 있었습니다. 유니텔은 삼성에서 만든 PC통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용 클라이언트를 제공함으로써 화려한 UI를 자랑했습니다. 그당시만 해도 이런 클라이언트를 제공하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등이 전용 클라이언트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원래 PC통신을 이용하려면 단축키 명령과 메뉴 트리를 외워야만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전용클라이언트를 내놓음으로써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것이지요. 지금까지 소개한 메이저 PC통신사 외에도 마이너 통신사도 있었고 사설 BBS와 개인이 만든 호스트등 정말 많은 접속 채널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인터넷은 특정 사람들의 소유물이었으며 접속방법또한 어려워 일반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PC통신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인터넷까지 익히는건 무리였죠.



익히고 배워라. PC통신 명령어.
하이텔 최초 접속 화면인 014XY

01410,01411 혹은 014XY. 이 전화번호가 익숙하신 분들은 PC통신 세대들이라 자신합니다. PC통신을 하기위한 첫 관문으로 위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접속해야 PC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통014로 시작해서 그뒤의 전화번호 2개에 따라 어느 통신사로 붙느냐가 정해지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정확히 입력해야 합니다.뭐 잘못붙은것 같다면 다시 전화를 걸면 됩니다. 그치만 전화비가 나가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죠. 먼저 위의 전화번호를 입력합니다. 그라고 접속을 누르면 모뎀 특유의 버저음이 한 4-5초간 들립니다. 그런 후 화면에 통신사의 메인 화면이 뜹니다. 처음 PC통신을 하는 분들은 여기서 부터 헤메게 되는게 필수입니다. 저도 물론 헤맸습니다. 그 이유가 파란 화면에 단축키 명령어와 글만 뜨기 때문입니다. 또한 문제는 또 있습니다. 명령어도 명령어거니와 메뉴 깊이나 트리를 몰랐기 때문에 윈하는것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명령어를 외우는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처음 한달간은 외우는데만 한달이 다 간것 같더군요. 그러나 그 고비만 넘기면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 열립니다.



PC통신의 세계에 빠져들다
가장 많이 쓰이던 모뎀 프로그램 이야기.

위에서 얘기했듯 PC통신사를 그냥 이용할수는 없습니다. 한달에 일정금액을 내야만 이용할 수 있기때문에 호주머니 사정이 뻔한 학생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했습니다. 1/N으로 나누어 내고 아이디를 공유하거나 잘사는 친구의 아이디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1/N이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잘사는 친구 아이디는 그애가 이용한다고 하면 바로 끊어야 했거든요. 왕과 노예같은 기분이.. 저는 주로 음악, 게임, 여러 글(창작소설), 그리고 채팅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참고로 퇴마록, 드래곤 라자등이 바로 PC통신 소설에서 나온 창작 글 입니다. 정말 폭발적인 인기였죠. 그외에도 자신의 생각, 글 들을 쓰며 교류의 장이 정말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죠.

또한 여러 자료들이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게임부터 음악, 소설, 유틸리티 프로그램, 그리고 그 유명한 안철수 의사 샘의 V3까지.... 정말 도스시절 주옥같은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공유 개념이 너무 투철해서 새로 얻은 프로그램은 PC통신 공간에다 올리고, 다운받는 사람이 칭찬하나 달아줄때 기분은 자신이 영웅인양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PC통신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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