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생각보다 내 일 좋아했네?
퇴사하고 뭐 했는지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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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의 기간이 끝나고 나니 아쉽긴 아쉽더라.
이제부터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니까.
하지만 막상 프리랜서로 일을 구하려니까 막막했어.
가뜩이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무기력한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는 두루뭉술하게 떠돌아다녔지
그러던 차에 지인분이 잠깐 아르바이트해보지 않겠냐며 연락이 왔었는데,
대신 매일 출근해야 하고, 출퇴근 시간은 지켜야 하는 게 조건이었어.
But! 보수도 나쁘지 않아 보였어.(이게 중요)
한 푼이라도 아쉬운 때니까 놓칠 수 없는 기회였지.
오랜만에 아침부터 준비하고 지하철에 몸을 싣자 기분이 이상하더라.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했어.
분주한 움직임.
어둡고 졸린 표정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래도 내가 돈을 벌러 간다는 안도감.
그런 기분을 느끼다 보니 어느샌가 사무실에 도착했고,
난 또 어느샌가 직장인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었지.
업무는 로우 데이터들을 엑셀에 정리하는 단순 반복 업무인데,
그 양이 상당히 많아서 거의 종일 앉아있었어야 했어.
오래간만에 오랫동안 꼼짝없이 앉아 있다 보니 허리가 아프더라.
첫날이 지나가고
그다음 날…
그리고 또 그다음 날이 지나갈 때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알바니까 이렇게 꾹 참고 일하지.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난 못 할 것 같다!
분명 내가 이전에 하던 일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해야 하는 업무인데도
몇 낯 며칠을 데이터만 정리하다 보니, 일이 재미없게 느껴졌어.
반복업무만 하다 보니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이 더 맞다는 걸 알게 된 거지.
예전에 회사 다닐 때도 일이 항상 언제나 재밌는 건 아니긴 했어.
(솔직해지자 다들 그런 거 아냐?)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를 맡았을 때는 고민거리를 집까지 들고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럴 때마다 맥주로 내 목과 뇌를 적시면서 내 직업에 대해 고민도 했었어.
근데 또 아이디어가 퍼뜩 떠오르고 실제로도 잘 풀리면 그것만큼 기쁜 게 어딨어.
게다가 알바에서 하던 업무는 혼자서 주어진 양을 다 끝내면 되는 업무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리워졌어.
나는 그동안 내가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또 사람들하고 일하는 걸 좋아하더라고.
사람들하고 일하면 때론
내 생각과 달라서, 설득해야 해서와 같은 이유로
이런 점들 때문에 힘들게 느껴지곤 해.
근데 그런 의견들을 주고받으면서 일을 완성해 나간다는 게 나에겐 더 보람 있게 느껴져.
그렇게 2주간의 알바가 끝나고 나서 해방된 기분으로 집에 가는 길에
내 생각보다 내 일을 훨씬 더 좋아하는구나 나는 걸 알았어.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최적의 답을 찾아가며
일하는 그 순간들을 바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