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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호 Sep 03. 2017

04 위기를 모면한 왕건의 기지 ①

상사의 질책을 받을 경우 궁예의 관심법에서 탈출한 왕건의 기지를 배워라

 하나로 통합된 나라가 다시 세 개로 갈라져 싸우던 10세기 초반 후삼국시대. 국력이 쇠락한 신라와 달리 새로 떠오른 후고구려와 후백제는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이 혼란 시기에 후고구려가 가장 먼저 패권을 차지하는데, 후고구려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명장 왕건(훗날 고려 태조)이 있었기 때문이다. 왕건은 후백제와의 각종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어 후고구려 왕 궁예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전라도 나주 지방을 함락시킴으로써 후백제의 뱃길을 끊고 삼국간 힘의 저울추를 후고구려로 기울게 한 1등 공신이었다. 하루는 왕건이 전장에서 승리한 후 후고구려의 도성에 돌아와 궁예(재위 : 901∼918)를 알현했다. 그는 칭찬을 기대했지만 뜻밖에 질책, 그것을 넘은 분노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왕건 네 놈이 역모를 꾸몄겠다. 나는 관심법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니, 어서 이실직고하라!” 

어안이 벙벙한 왕건. 그는 억울했다. 전장에서 싸움밖에 모르는 장수한테 역모란 웬 말인가? 하지만 서슬퍼런 왕의 목소리는 전혀 낮춰지지 않았다. 왕건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났을까?  


   

 해마다 11월이 되면 직장인들에게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는 것이다. A팀에서 경영계획 작성을 담당하고 있는 김과장은 누구보다도 바쁜 11월을 보내는 중이다. 그는 올해 예상 매출액과 경상 이익을 기초로 내년도 경영계획 초안을 작성하여 팀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임원 달성을 목전에 둔 팀장은 김과장이 제출한 경영계획 숫자에 만족할 수 없었다. 자신이 내년도에 임원 승진 대상에 들어가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경영계획 목표치를 높게 잡아 경영진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아야만 했다. 김과장에 불만이 생긴 팀장. 그는 김과장을 불러 질책하기 시작한다.

 “김과장! 왜 우리 팀 내년도 경상이익이 이것밖에 안 나오나?”

 “팀장님! 올해 우리의 누적 판매량은 연말 추산 대략 1만대입니다. 내년도에도 대당 유통마진이 올해와 거의 같거나 약간 오른다고 가정하고, 내년도 누적 판매량은 올해보다 20% 증가한 1만 2천대로 가정한다면 내년도 이익은 이정도가 나옵니다.”

 “김과장! 우리 팀은 이제 막 신규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밖에 안됐어. 내년도 경상 이익을 이것밖에 못한다고 하면, 회사에서는 우리 팀이 하는 사업에 대하여 철수를 명할지도 몰라. 그러니 판매량은 올해보다 30% 이상 올리고 대당 유통마진도 올해보다 10% 이상 올려. 그러다가 내년 상반기 지나서 수정 보고를 하면 되잖아. 그래야지 내년 경영계획이 통과되고 우리 팀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제가 팀장님께서 우려하시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당 유통마진을 올리려면 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내년 경기가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근거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근거는 적당히 원재료 구매 단가 인하나 판매 단가 인상으로 올려서 보고해. 그러면 본부장님도 그냥 넘어가실 거야. 만일 수정하라고 하면 그 때 수정하자고”

 팀장의 무리한 강요에 김과장은 어쩔 수 없이 대당 유통마진을 금년대비 10%나 올리고 판매량도 30%나 올려 잡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며칠 뒤 본부장 앞에 경영계획 발표를 하게 된 김과장. 잔뜩 긴장한 그는 본부장의 눈빛과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서 말했다. 

 제출 서류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발표를 듣던 본부장은 자신의 직감으로 A팀의 경영계획 숫자가 틀린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을 시작한다.

 “김과장! 내년도 A팀의 경상이익이 어떻게 이렇게 높게 나오지? 대당 유통마진이 왜 이렇게 올해와 달리 높게 나와?”

 “그건 베트남 지역에서 구매하는 원재료의 단가가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진대? 김과장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보나? 어느 국제 컨설팅 자료를 인용한 거야? 아니면, 신문 기사라도 있나?”

 본부장의 굵고 힘이 실린 목소리에 김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리고 팀장을 쳐다봤다. 하지만 팀장님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씀도 안하신다. 김과장은 당황했다. 경영계획 숫자는 자신이 아닌 팀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짜 맞춘 것인데……. 이럴 때 김과장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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