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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병우 Feb 05. 2019

9. ABC 트레킹 코스에 대한 고민

바로 갈 것인가 둘러 갈 것인가?

일단 (주)포카라와 가이드겸포터를 6일간 쓰기로 예약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ABC 트레킹의 코스를 완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Outshine Adventure가 제시했던 5세 이상이 가능하다는 ABC 트레킹 상품의 코스와 일정을 기초로, 네히트에서 확인한 내용과 Anup 씨가 제시한 일정을 참고하여 초기에 수립한 코스와 일정 계획은 아래와 같았다.


2/8(1일 차) 인천 출발

2/9(2일 차) Kathmandu 도착 1박

2/10(3일 차) 국내선 항공편으로 Pokhara로 이동하여 현지 여행사와 장비 점검 후 지프로 Ulleri까지 이동

2/11(4일 차) Ulleri(2005m) -> Nangethanti -> Ghorepani(2820m)

2/12(5일 차) Ghorepani -> Poon Hill(3210m) -> Ghorepani -> Ban Thanti -> Tadapani(2680m)

2/13(6일 차) Tadapani -> Chuile -> Chhomrong(2160m)

2/14(7일 차) Chhomrong -> Sinuwa -> Dovan(2505m)

2/15(8일 차) Dovan -> Himalaya Hotel -> Deurali(3200m)

2/16(9일 차) Deurali -> MBC -> ABC(4130m)

2/17(10일 차) ABC -> Deurali -> Bamboo

2/18(11일 차) Bamboo -> Sinuwa -> Jhinu Danda

2/19(12일 차) Jhinu Danda -> Matkyu, Matkyu에서 Pokhara까지 지프로 이동

2/20(13일 차) 국내선 항공편으로 Kathmandu로 이동

2/21(14일 차) Nepal 출국 Bangkok행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면 본격적으로 ABC로 올라가는 7, 8, 9일 차 3일간이 상당히 느슨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을 2일로 줄이면 하루는 1000m가 넘는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고소 증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서, 트레킹 시간이나 거리보다 하루에 높이는 고도를 1000m 이하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 일정의 문제점은 예비일이 없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날씨가 나빠 Pokhara로 가는 국내선이 결항되기라도 하면, 그 이후의 일정이 모두 헝클어져서 자칫하면 국제선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Thai Air의 Kathmandu 도착 시간이 12:45이니 도착 당일 오후에 바로 Pokhara로 가는 국내선 항공편을 탈 수 있으면 여유 있게 트레킹을 준비하고 시작할 수 있다. Kathmandu는 대기질이 나쁘다니까 오래 머물 이유도 없고, 트레킹 후에 둘러봐도 늦지 않다.


트레킹을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예비일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고산병은 일반적으로 해발고도 3000m 이상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산병을 예방하려면 물을 많이 마시면서 천천히 걷고 하루에 1000m 이상 고도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 물론 이 일정이 그런 점을 고려해서 Chhomrong에서 ABC까지를 3일로 계획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소증세는 체력, 나이, 경험 아무것과도 관련 없이 나타날 수 있다. 고소증세가 나타날 경우에는 증세가 호전될 때까지 쉬거나, 아니면 낮은 곳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예비일이 필요하다. 게다가 고산지대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변화가 발생할 수 있어서 눈이 많이 오면 길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예비일 하루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올라가는 시간에 비해서 내려올 때는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일정을 짠다. 하지만 몇 번의 산행기록을 자세히 보면 내 경우에는 올라갈 때의 속도보다 오히려 하산 속도가 더 느렸다. 시원찮은 무릎 때문에 하산 길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내려오기 때문이다. 3일에 올라간 길을 2일에 내려오는 계획도 나에게는 부담이다.


Poon Hill은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1봉,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등 히말라야 연봉을 한꺼번에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있고, 이 곳에서의 일몰과 일출이 장관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짧은 휴가밖에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Poon Hill에서 일몰, 일출을 보고 Tadapani, Chhomrong을 거쳐 하산하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다녀가기도 하는 곳이다. Poon Hill을 포기하면 Chhomrong까지 가는 4일간의 일정을 1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ABC를 먼저 오르고 하산 길에 여유 시간이 있으면 Poon Hill을 보고 내려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하자면 Poon Hill은 예고편이고 ABC는 본 영화인 셈인데, 예고편이란 본 영화를 보기 전에 봐야 제맛이 나는 것이지 본 영화를 본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예고편을 보러 간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주어진 시간 내에 여유롭게 트레킹 할 수 있게 Poon Hill을 포기하고 ABC로 바로 가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일단 ABC를 찍고, 내려오는 길을 큰길에서 가까운 오캠(오스트랄리안 캠프, Australian Camp) 방향으로 하산해서, 남는 일정을 오캠에서 쉬면서 풍광을 즐기고 오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듯하다. 더구나 Landruk에서 오캠 주변의 Pothana까지는 지프도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진짜 체력이 남는다면 마르디히말 베이스캠프를 이어서 다녀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북한산 백운대와 둘레길 한 바퀴를 돌았다고 해서, 자타 공인 저질체력이 갑자기 마르디히말까지 다녀올 생각이 들 정도의 체력으로 길러졌다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사항을 반영하면 아래와 같은 일정이 된다.


2/8(1일 차) 인천 출발

2/9(2일 차) 12:45 Kathmandu 도착, 14:50 Kathmandu -> Pokhara 국내선 이동, Pokhara 1박

2/10(3일 차) 현지 여행사와 장비 점검 후 Matkyu까지 지프로 이동, 트레킹 시작. -> Chhomrong(2160m)

2/11(4일 차) Chhomrong -> Sinuwa -> Dovan(2505m)

2/12(5일 차) Dovan -> Himalaya Hotel -> Deurali(3200m)

2/13(6일 차) Deurali -> MBC -> ABC(4130m)

2/14(7일 차) ABC -> Deurali -> Bamboo

2/15(8일 차) Bamboo -> Sinuwa -> Jhinu Danda

2/16(9일 차) Jhinu Danda -> Landruk, Pothana까지 지프로 이동, Pothana -> Australian Camp

2/17(10일 차) 휴식

2/18(11일 차) Australian Camp -> Kande, Pokhara까지 차량으로 이동

2/19(12일 차) 휴식

2/20(13일 차) Pokhara -> Kathmandu 국내선 이동

2/21(14일 차) Nepal 출국 Bangkok행


계획대로 된다면 2/19에는 Pokhara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거나, Pokhara 주변의 명소를 둘러볼 여유도 있다. 하지만 이 일정마저도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축복 없이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Poon Hill은 나에게 ‘신 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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