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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병우 Feb 23. 2019

21. 포카라에서의 휴식 첫째 날

하늘에 매달린 흔들의자

2/18 트레킹은 끝났건만 아침 기상시간은 변함없이 6시다. 아직까지 긴장상태에 있는 근육을 위해 침대 위에서의 스트레칭을 마치고 마지막 남은 커피믹스를 처리했다. 어제 먹은 혼합 과일 라씨 덕인지 바로 자연의 부름을 받았다. 걷기가 장운동에 좋은 것인지 식도염 증상을 잡기 위해 먹은 소화제 덕택인지 식도염 증세로 괴로웠지만 트레킹 하는 내내 말 그대로 뱃속은 편했다.


Kuti Resort의 아침 뷔페 시작 시간은 7시부터다. 땡 소리에 맞춰 1층 식당으로 갔다. 이 호텔 건물의 층수 표시는 1층을 G층이라고 표시하고 2층부터 1, 2, 3, 4, 5로 나간다. 오늘은 손님이 많지 않은지 식당이 한산하다. 뷔페 메뉴는 주로 인도 손님의 취향에 맞춰져 있나 보다. 뭔지 모를 인도음식들이 차지하고 있다. 나는 American Breakfast에 가깝게 수박 주스와 함께 토스트와 오믈릿, 베이컨을 먹고 과일 후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앞에 태울 손님들 때문에 늦었다며 9시 30분을 훌쩍 넘겨서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밴 차량이 호텔에 도착했다. 차에는 아가씨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아가씨들 말이 자기들은 네팔 사람인데 패러글라이딩은 오늘이 처음이라면서 나에게도 처음이냐고 묻는다. 당근 나도 패러글라이딩은 처음이지.. 일단 여행사 사무실로 가서 패러글라이딩 관련 서류에 서명을 하고 비용 $60을 지불했다. 서명한 서류는 뭐 사고가 나도 여행사는 책임이 없다 뭐 그런 종류..


네팔 아가씨 2명과 나,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파일럿 3명과 밴 기사가 탄 차량은 Pokhara 시내를 빠져나와 꼬불꼬불한 언덕길로 Sarangkot을 향해 올라갔다. 평지보다 약 800m 높이에 있는 Sarangkot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 도착하니 몇 명은 이미 하늘에 떠 있고, 최소한 10여 명이 패러글라이드를 펼쳐놓고 이륙 대기 중이었다. 펼쳐놓은 패러글라이드를 만져보니 정말 종이보다도 더 얄팍한 천 끝을 가느다란 나일론 줄로 연결해 놓은 것이었다. 저런 것으로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싶었다. 파일럿은 매우 안전하니까 긴장할 것 없고 자기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아마 내 표정에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읽었나 보다. 파일럿은 이륙 후에 페와 호수 위에서 나선형으로 돌기나 자유낙하 같은 묘기를 할 수 있는데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하고 싶으면 이따가 얘기하라고 한다. 위험하게 뭐 그런 걸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헬맷을 쓰고, 놀이공원 회전그네의 의자 비슷하게 생긴 것을 등에 걸치고 파일럿과 연결한 후에 패러글라이드 앞에 섰다. “다리고 다리고” 엉성한 우리말 발음으로 달리고를 외치는 소리에 맞춰 절벽 아래를 향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발은 땅에서 떨어져 하늘을 나르고 있었다. 트레킹 기간 중에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서 하늘을 나르는 새들을 보며 저렇게 날아갈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늘을 날고 있다. 위험하기는커녕 마치 하늘에 매달린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날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더 높이, 더 높이”를 외쳤더니 파일롯은 상승기류를 이용해 점점 더 높이 올라갔다. 차례로 이륙한 네팔 아가씨들이 내 발아래 멀리 보였다. 높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위험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너무 싱거운 것 같아 파일럿에게 묘기를 주문했다. 서서히 방향을 틀어 페와 호수 위로 날아간 파일럿은 나선 돌기, 자유낙하를 시도했다. 사실 자유낙하라고 불렀지만 자유낙하는 아니고 조금 빠른 엘리베이터를 탄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다지 짜릿한 감은 없었다. 옛날에 타 본 에버랜드 독수리요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불과 3~40여 분 만에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페와 호수 북쪽 끝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좀 더 오래 날았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긴 채 그렇게 끝나 버렸다. 패러글라이딩은 보통 9시 반에 한번 12시에 한번 하루에 2번 한단다. 한번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와 호수 북쪽 끝의 착륙장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비교적 높낮이 변화가 없는 평탄한 길이었다. 내일은 착륙장까지 자전거 타고 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점심도 먹고 빨래도 맡기고 은행에서 좋은 환율로 환전도 할 겸 빨랫감을 챙겨서 나왔다. maps.me에 표시해 둔 환율 좋은 은행을 향해서 가면서 어제 분명히 세탁소를 본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오늘은 안 보인다.


일단 Janata 은행에 가서 $200 환전을 시도했다. 거리 사설 환전소에서 확인한 환율은 111.8이었는데 은행에서는 114.0을 적용해 준단다. $200 환전하면 440루피를 더 주는 셈이니 밥 한 끼는 떨어진다. Pokhara 도착한 날은 시간이 늦어서 은행이 문을 닫아서 못했고, 다음 날은 8시에 지프로 출발하느라고 일러서 못했는데, 초반에 많이 바꿀 때는 확실히 의미 있는 차이가 난다. 그런데 거리의 사설 환전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위폐 여부만 확인하고 신속하게 돈을 내주는 대신에 은행은 여권을 제출해야 하고, 뭔가 내부 절차가 까다로운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네히트의 어떤 분은 $100짜리 지폐의 일련번호를 적어내라고 했다던데, 나는 2장이어서 그랬는지 일련번호를 적으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환전을 기다리다가 그만두고 나오고 싶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창구의 아가씨가 쩔쩔매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해서 내가 너무 다그쳤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환전을 마치고 세탁소를 찾아 가는데 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6시간쯤 빌릴 건데 얼마냐고 물으니 네팔 할머니가 본래 600루피인데 400루피에 줄 테니 가져가란다. 오늘 필요한 게 아니고 내일 빌리겠다고 하니까 그러면 자물쇠를 줄 테니 내일 저녁까지 쓰고 600루피만 내란다. 이 할머니 흥정 솜씨에 홀딱 넘어가서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빌려버렸다. 빨랫감을 등에 매고 자전거를 타고 일단 호텔을 향해서 가던 길에 네히트에서 자주 언급된 한국식당 ‘산촌다람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산촌다람쥐에 들어가서 제육볶음을 시켰다. 오랜만에 찰진 쌀밥을 먹으니 맛있어서 반찬까지 싹 쓸어 먹었다. 점심을 먹고 산촌다람쥐 마당에서 커피까지 공짜로 한잔 얻어먹었다.


일단 빨래는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와 밀린 브런치 글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호텔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자전거를 타고 튀긴 모모를 먹으러 갔다. 모모집 아줌마는 한눈에 알아보고 웃으며 “Fried Momo?”라고 나에게 묻는다. 오늘은 저녁식사로 “Fried Momo”를 먹고 후식으로는 “Mango Lassi”를 먹었다. “Mixed Fruit Lassi”가 더 낫네..


내일은 자전거 하이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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