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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Jan 18. 2018

한 줄의 반응

온라인 소통의 첫 기억

고등학교 때. 짧은 시 하나를 모여 놀던 친구들의 온라인 아지트(다음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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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표현 깊은의미 -1- ]

저울에

사랑의 추와

우정의 추를

놓은다면


그 저울은 수평을 유지한다


다만,

어디를 바라보느냐가

기울기를 정할 뿐이다


2004.05.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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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시작이었고, 정기적으로 올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름도 지었었다. 작은표현 깊은의미. 직설적이면서도 방향성이 명확히 보이는 제목. 어떤 용기와 계기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온라인 아지트에 활동하던 친구 한 명이 댓글을 남겼다. '와, 이거 네가 쓴 거야?' 그저 단순한 감탄사일 뿐이었지만 그 한 줄의 댓글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남겼다.


[작은표현 깊은의미], [百四心] 이라는 주제로 고등학교 때만 100편이 가까이 되는 산문을 그 온라인 아지트에 올렸다. 숙제는 안 해도 내 안의 운율을 꺼내는 것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댓글은 [반응]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게 되는 시작이었다. 반응.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이 반응이 주는 신선함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내용을 밖으로 꺼내놓을 이유를 만들어줬다.


그 이후부터 나는 내 반응과 감정과 진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 내용에 대해 진심으로 확인하고 이야기해주는 행동. 그저 솔직함과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 그 행동이 버릇이 되고 내가 되었다.


지금의 시대에 칭찬이라는 단어에는 수동적이고 인위적인 의미가 은연중에 녹아있다. 칭찬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칭찬에 의한 수동적 결과만을 부각하는 매체과 정보들. 이들이 남긴 씁쓸함.


칭찬의 본질은 반응의 한 부분이 아닐까. 어떤 행동이 옳거나 도움이 됐다면 그의 대한 반응은 칭찬인 것이고, 옳지 않거나 피해를 줬다면 비난이 되는 것처럼. 그저 그 행동 한 면에 대한 반응일 뿐.


나의 첫 시. 첫 용기에 대한 친구의 반응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 주고 또 다른 용기를 갖게 해줬다. 아주 작고 사소한 반응 한 줄이 고등학생 한 명의 방향을 바꿔줬다. 작은표현 깊은의미를 가진 반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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