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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멘토와 창업의 비문법

정부지원사업 100% 합격하는 법

by Shadow Tipster

“사업은 요령으로 되지 않는다”

요즘 어디서나 멘토를 볼 수 있습니다. 창업 분야는 특히 더 그렇죠.
그런데 멘토링은 정말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창업지원사업을 준비하며 요령만 익히는 일이, 창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사과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이 글을 클릭한 분들 중 일부는, ‘창업지원사업 100% 합격법’이라도 나올까 싶어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과 세금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정부지원사업에 100% 합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사과부터 하느냐고요? 이 단순한 진실을, 그 누구도 명확히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창업자들은 광고성 콘텐츠와 유료 강의, 그리고 ‘족집게 멘토’라는 존재에 기대어 귀중한 돈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요즘 종로에서 “멘토님~” 하고 부르면, 열에 셋은 돌아볼지도 모릅니다. 멘토, 멘토링, 멘티, 멘토협회, 멘토컨설팅, 멘토수학, 멘토태권도까지. 멘토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특히 창업 분야는 인구대비 멘토 밀도가 가장 높은 영역 중 하나입니다.


창업진흥원에 등록된 멘토 수천 명, 창업기획자 등록 기관만 450개. 각 기관당 5명의 멘토만 있어도 2,500명입니다. 여기에 엔젤, VC, AC, 컨설팅까지 합치면 수천 명에 달합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 많은 멘토들은 과연, 창업자에게 무엇을 주고 있을까요?


멘토링이라는 이름의 상품화


최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등장한 유료특강 광고를 보았습니다. 창업지원사업 ‘합격’을 위한 특강과 멘토링 패키지. 과거엔 은밀히 대필하던 사업계획서가 이제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을 헷갈리게 하는 법”, “민원으로 재심 요청하는 기술”, “합격한 사업계획서 템플릿 제공”. 이런 내용을 상품 설명에 넣은다는 건, 정책의 맹점을 공략하는 방법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쯤 되면 창업 특목고가 생기고, 창업지원사업 전문 입시학원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입니다. 창업이 마치 스펙처럼 소비되고, 사업계획서가 족보처럼 유통되는 이 풍경. 그 속에서 창업자는 ‘사업을 한다’기보다 ‘시험을 통과한다’는 감각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합격한들, 무엇을 얻습니까?



창업은 시험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사업계획서는 본질적으로 ‘생존계획서’입니다. 시장 속에서, 고객 앞에서, 실패 가능성을 앞에 두고, 내가 어떤 길을 택할지를 묻는 문서입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요령으로 가득 찼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창업자는 평가받습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준비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실행할 수 있을지. 이 질문은 단답형이 아닙니다. 어설픈 포장이나 복붙된 계획서로는 설득할 수 없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래도 붙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시장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원사업은 뽑아줍니다. 시장은 팔게 해야 합니다.
지원사업은 기껏해야 6~10개월을 보지만 시장은 몇 년을 봅니다.
그리고, 정부는 동정하지만 고객은 결제하지 않으면 외면합니다.


족집게의 유혹, 창업자의 착각

창업은 족집게 과외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요령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본질을 보완하는 것이어야지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지원사업은 창업자가 가는 길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됩니다. 혹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고객을 만나보세요. 시장에 대해 더 알아보세요. 몇 줄의 사업계획서보다, 한 명의 고객과의 대화가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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