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수 Apr 26. 2019

마블 좋아한 내가 엔드게임에 시큰둥한 이유

[일상잡설]

1. 스포일러는 없다.
그래도 옆에서 '난 별로던데' 하면 보기도 전에 김부터 빠질 수는 있다. 남의 말에 흔들리는 감성이라면 읽지 말자.

2. 나는 좋은데 거기다 대고 별로라 하면, 주는거 없이 밉다.
나도 그렇다. 그래도 썼다.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 허한 마음이 커서 그랬다. 무튼 이 글은 '난 재미 없었다'는 말이니, 그저 <동조하지 않음>에도 불쾌할 감성이라면 읽지 말자.  


나 역시 마블 영화 십년간 꼼꼼히 다 챙겨봐왔다. 그럼에도 마블팬이면 모두들 고대하던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2019)]에 왜 재미를 못느꼈을까. 이유는 설정과 개연성의 흐름이 헝클어져서였다.

코믹스에서는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 서로 꼬이는거 원래 유명하다고는 익히 들었습니다만.. ㅜㅜ


‘설정’은 아무리 황당해도 괜찮다.

어차피 SF니까.

하지만 적어도 본인들이 만든 그 '설정' 안에서만큼은 ‘개연성’이 맞아야 한다.

슈퍼맨의 슈퍼파워는 괜찮다. 애초에 설정이다. 그러나 그가 갑자기 약해지려면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크립토나이트 조각이 설정에 녹아있다.

헐크도 마찬가지다. 천하무적이 갑자기 약해지는 개연성이 필요하다. 분노조절의 등락에 따라 헐크의 변신이 달라지도록 설정을 연동한다.


이게 바로 그 스토리가 스스로 선택한 ‘설정’과 그 안에서의 ‘개연성’ 구조이다.

스토리가 재미 있으려면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SF에서는 설정과 개연성이 서로 꼬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그 황당무개한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엔드게임은 이 둘이 곳곳에서 서로 어그러졌다.


이것만 없으면 내가 원펀맨 사이타마 제끼는건데 시발!


엔드게임에 등장한 히어로들은 전작인 각자의 영화에서 세팅된 설정이 이미 있다. 그런데 그중 꽤 여럿의 히어로들은 기존의 설정과 개연성이 이 영화에서 어그러진다. 특히 캡틴마블. 그 외에 두어개 히어로도.

누나 왜 그래요 갑자기. 네?


그 방대한 캐릭터를 다 수습하며 스토리까지 챙기기엔 어려울테니, 그래도 늬들 덕분에 십년간 즐거웠다 싶어서 왓챠 2점 드렸다. 더 자세히 투덜대다간 스포일러 될까봐 여기까지만 한다.


다 보고 나니 왠지 데자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더듬어보니 <아마겟돈>[Armageddon (1998)]이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엔딩 크레딧에 이르자 나는 이것이 <아마겟돈>의 마블 버전 같았다. 마블 히어로라는 흥미로운 설정만이 들려줄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신화는 아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