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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Apr 07. 2023

[실천생태학] 1강 실천 생태학

김산하 박사: 생태학적 관점과 소양으로 실천으로 나아가는 삶

실천생태학. 그럴듯한 학문의 이름같지만, 사실 교육과정을 준비한 생명다양성재단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생태학-은 다시 말하지만 '관계'의 학문입니다. 자연생태계속 구성원이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연구하는 분야이죠. 이것이 확장되어서 생태경제학 (인간의 경제활동과 자연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연구하는 학문), 생태심리학(생태학적 원리를 적용해 인간심리의 문제를 이해하는 심리학 분야) 등의 인문학적 응용 학문으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실천생태학은 그러한 학문분야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생태학적 원리를 기본으로 한 응용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와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그런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생명다양성재단은 동물생태, 도시녹지, 곤충분류, 하천,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운영중에 있습니다.


그 교육과정의 1강, '실천 생태학 ; 생태학적 관점과 소양으로 실천으로 나아가는 삶'은 우리 생명다양성재단의 대표이자 사무국장을 맡고있는 김산하 박사님이 시작을 열어주셨습니다.


 


1. "강연을 찾아 듣는다"는 것의 의미

김산하 박사님은 강연을 열며, '강연을 찾아 듣는다'는 행위의 의미부터 짚어주셨습니다. 강연장소까지 찾아와 시간을 할애하여 어떤 내용을 듣는다는 것은, '더 나은 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라는 것입니다. 동시에 기존 사회 체계나 기존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함의된 결과입니다.


사실 사회 전체가 무엇인가 교육하고 회자하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이미 충분하고, 많은 것들을 해주고 있다면 이런 외부 강연에 대한 니즈 자체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기존 교육, 기존 체계를 한 번 돌아볼까요? 이 관점에서 기존의 세계를 '배우는 세계' '실제 세계'로 나누어서 생각해봅시다. 이 세계가 좋은 관계가 될 때 우리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인지(배운 것)과 감각(실제 세계에서 느끼는 것)이 조응하고, 인식과 경험이 호응할 때 내가 실제로 배운 것과 만나는 감각이 배가 되는 것이죠.


이럴 때 교육의 효과는 배가 되고, 심지어 '교육'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 체계가 자연스럽게 스미는 것이죠. 그러나 현재 체계, 교육에서 이것은 지극히 거리가 먼 듯 합니다.


"쓰레기"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학교에서 어린이에게 지겹게 가르치는 것은 쓰레기 잘 버리기, 분리수거하기, 쓰레기 만들지 않기 입니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는 거리에, 쓰레기통에 온갖 쓰레기들이 분리수거는 커녕 엉망진창 놓여 있습니다. 일회용품은 또 얼마나 사용하는지... 이럴 때 우리는 실망하고, 배움과 현실의 세계가 유리되고, 가치체계가 붕괴하는 것입니다.



2. 실천생태학의 바탕 정신

생명다양성재단에서는 '실천생태학'이라는 활동가 교육을 마련하면서 '실천'에 방점을 찍어서 OO생태학이라는 제목으로 교육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예컨대 가로수 생태학, 야생벌 생태학, 강 생태학, 쓰레기 생태학. 


사실 '생태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생태학적 실천과 생태적 생활(삶)을 지향하거나 담보하지 않습니다. 생태학 연구실이나 연구 기관에서 아무도 에어컨이나 전등, 컴퓨터를 제대로 끄지 않고,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천생태학 교육은 생태학 분야의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개인의 삶과 연관시키는 실천을 강조하는데 생태학적 관점과 원리를 그 영감의 원천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각 개인을 '개체'가 아니라 커다란 자연생태계라는 시스템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가. 하는 걸 고민해보는 시간인 것입니다.


그 '실천'적인 부분도 단순히 채식, 장바구니, 텀블러, 에코백 등 생활의 실천에 대해서만 얘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 당연한 태도라고 생각하고 그 너머 가치체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을 앞으로 얘기해보려 합니다. 낭비와 소비주의와 폐기물과 환경파괴가 만연하고 시스템적으로 작동하는 현대 생활과 문명을 생태적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사실 오늘날은 '물리적 행동-쓰레기 줍기, 장바구니 쓰기, 물 절약하기' 보다도 '정신적 행동- 내 가치관을 공유하기, 내 의견과 생각 말하기, 영향력 형성하기'가 오히려 중요해진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것을 믿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것에서 어떤 여운과 여파가 일어날 것인가? 



3.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김산하 박사님은 물리적 행동과 정신적 행동을 포함한 '실천생태학'의 10가지 실천 구호를 소개합니다.


1) 진정한 의미의 다자주의의 일관된 적용


생태학적으로 자연서식지란 본래 다차원적인 '공용 공간'입니다. 따라서 수많은 생명이 각각의 생태학적 니치(일종의 '틈새')를 확보하고, 또 일부 공유하기도 하며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그러한 공존을 원천 차단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농약과 방역, 제초, 원예 관리, 제거 등을 통해 인간 외의 다른 생명을 만날 수 있는 '생태적 가능성'을 소멸시키고 물과 기름처럼 도시와 자연의 영역을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도시에 나타난 야생동물은 꼭 사살/제거되어야만 사건이 종결되고, '녹지(Green space)'라고 부르는 공간은 온통 콘크리트나 보도블럭으로 포장하여 가능성을 가두어 버리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는 이제 '단일 종(인간)만을 위한 서식지'인 도시에서 보다 자연스러운 개방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Ego(자아)보다 Eco(생태)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2) 큰 것과 작은 것 사이의 전복 또는 재설정

환경을 파괴하는 생활양식의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품 사용'으로 지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우리 생활 속에서 가지는 위상은 "어~ 알고는 있는데, 시간되면 할게"정도로 대표됩니다. 이렇게 반생태적, 반환경적 생활양식이 무엇인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은 한 번도 새로운 가치체계와 언어로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들이 새로운 위상을 차지할 수가 없습니다. 별로 안 중요한 것, 중요한 것을 분별하는 우리의 의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3) 소비/ 상품 세계의 반생태성 인식 및 티 나는 대안 모색

갈 수록 더 나쁜 방향으로 진화하는 소비세계의 반생태적 행태는 '단건배달, 새벽배송, 무한리필, 모든메뉴 포장'으로 대표됩니다. 심지어 교묘한 그린워싱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Hello, I'm paper bottle'이라고 쓰여 있는 화장품 용기는 까 보니 안에 플라스틱이 들어 있습니다. 기업 담당자는 "소비자가 그렇게 인식할 줄 몰랐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응답합니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인식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이런 행태는 계속 확대 재생산됩니다. 사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아주 두려워합니다. 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SNS에 올려도 모두 모니터링된다고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태적인 방향, 대안적인 방향을 요구할수록 기업도 그런 것을 내부요인화(생산단계부터 지속가능한 방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단어와 개념의 본 뜻과 순수성을 지키고 반문

'생태 파괴한 생태공원' 들어 보셨나요? 실제로 '생태공원'이라며 원래 있던 생태를 밀어버리고 그 위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자연이 들어서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생태, 환경을 앞세우면서 지극히 반생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그린워싱의 사례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정부기관에서 '숲가꾸기 사업'이라고 주장했던 사업은 알고보니 원래 있던 나무들을 베어버리고 나무를 심는 사업이었습니다.


5) 비판적 상상력과 당당한 사고력의 발휘와 표현

생태적 방향을 지향하고, 개념적 가치를 지키는 그 싸움의 과정에서 전문가의 어떤 발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건전한 시민의 비판정신"입니다.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의 생리나 권력다툼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건전한 비판정신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 맞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문가의 배경, 가치관에 따라서 그 내용이 편향되거나 아예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문가의 발언에 위축되지 말고 항상 대안을 생각하고, 자신 가치관에 따라서 가치판단과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6) 식단은 개인이 미치는 가장 큰 영향력으 어떤 변화이든 필수

모든 실천의 양식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식단에 관한 것입니다. 동물성 식품 중 탄소배출이 비교적 낮은 옵션도 식물성 식품의 평균보다 대부분 높습니다. 각종 연구가 '환경에 안 좋은 것은 건강에도 안 좋다'는 명제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 중 가장 안 좋은 것이 가공된 적색육이고, 환경에 대한 영향도 이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반대방향으로 육식 소비를 더욱 권장하고 그 소비 자체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7) 공간의 꾸밈을 차단과 단순화 대신 요철과 가능성으로

시간과 다양성이 제거되고 가능성이 소독된 단순한 공간에서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도 그렇게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온통 하얗고 깔끔한 미감의 현대적 공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원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간은 온갖 튀어나온 '요철'과 다양성이 그 기본 구성입니다. 그러한 공간 자체의 구성이 어떤 사람이 어떻게 자라나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8) 자연을 대함에 있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존재감의 경량화

자연을 대함에 있어 우리의 태도는 그 구성원이 어떤 '취미'를 갖느냐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현재는 채취, 포획, 착취적 성격의 자연 관련 취미가 압도적입니다. (해루질, 낚시, 골프 등등) 가만히 보는 것보다는 '채집', 이해보다는 '체험'을 앞세우는 영역이 교육에서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연을 관찰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영역에 있어서도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제거하면서 이루어지는, '매니아'적인 취미생활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대함에 있어 바람직한 방법은 그것을 파고들고 착취하는 '매니아'나 '오타쿠'가 아닌 자연주의자(Naturalist), 보전주의자(Conservationist)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자연의 교감이나 자연의 접촉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어쩌면 '강요된 스킨십'과 같은 자연에 대한 가학적인 쾌감이 될 수 있습니다.


9) 예술적 접근으로 대안적 문화 창조 및 사회적 확산

우리나라는 민족정서상 '흥의 민족'이라고 할 정도로 문화적, 복합적 표현효과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 생태적인 안 좋은 사례로 발전되기도 하는데 바로 '풍선날리기', '폭죽 축제'와 같은 경우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에서는 이러한 반생태적 축제의 대안적 문화로 '동물축제반대축제'와 같은 문화행사, 예술가들과 함께 한 '동물들의 시국선언'과 같은 대안적, 생태적 문화행사, 캠페인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10) 세계적 시각으로 우리를 인식 및 책임을 통감

우리나라와 같은 조그만 나라가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량(절대배출량)이 10위 안에 듭니다. (8위). 지구의 전체 자원을 균등하게 썼을 때 12월 31일에 모든 자원이 소모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양식으로 살면 그 자원을 4월 2일에 이미 다 소모한다고 합니다.(Country Overshoot Days) 우리가 세계적 시각으로 우리의 행동, 생활양식을 인식했을 때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고,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지는 책임을 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1강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생태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천과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생명다양성재단의 '실천생태학' 강좌는 현재 1강; 실천생태학, 2강;가로수생태학이 진행되었으며, 앞으로 '야생벌 생태학' '강 생태학' '쓰레기 생태학'을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강연 온/오프라인 참가 신청과 관련 문의는 생명다양성재단 SNS채널을 통해 연락 바랍니다.



강연|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기록|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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