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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Apr 20. 2023

도토리 서재 2. 작지만 우아한 존재; 이끼를 만나다

<이끼와 함께>_로빈 월 키머러 저

도토리 서재는 생명다양성재단의 두 연구원이 번갈아가면서 책을 선정하고 대화 형태로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매달 한 권의 생태 관련 책을 소개하고 책 소개 뿐 아니라 생태감수성, 생명 존중 문화,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원들의 생각과 대화를 전달합니다.  

   

<도토리 서재>는 생명다양성재단의 소식지 <하늘다람쥐>의 생태 문화 컨텐츠 소개 코너이기도 한데요, 하늘다람쥐/다람쥐는 먹이를 모으는 습성이 있는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마음의 양식이 가득 채워진 책방 - 생태적인 이미지에서는 도토리가 잔뜩 모여 있는 다람쥐의 저장고를 떠올리게 하여 <도토리 서재>이라는 이름으로 그 양식들을 한 권씩 소개합니다.


2편에서는 로빈 월 키머러의 <이끼와 함께>를 소개합니다.


Kimmerer, RW. 『이끼와 함께』. 하인해 옮김. 눌와, 2020.


















박지연 연구원) 

<도토리 서재>의 두 번째 책은 '이끼와 함께' 입니다. 저희 둘은 이미 이 저자의 다른 책을 함께 읽고(향모를 땋으며) 팬이 되었죠. 저자 로빈 월 키머러는 식물생태학자이자 북미 원주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두 정체성으로부터 바라본 멋진 시점에 반했고, 그래서 이 책을 두 번째 책으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성민규 연구원)

저자의 다른 책인 '향모를 땋으며'는 이미 생명다양성재단 소식지인 '하늘다람쥐'에 소개했었고, 저희가 그 내용을 준비하면서 책을 같이 읽었죠. 일단 책 표지도 예쁘고, 너무 좋은 문장이 많아서 읽으면서 흥분됐어요. 오늘 대화 나눌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네요. 심지어 이 내용과 문장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읽어가며 메모도 했답니다.

'이끼와 함께'를 읽으며 메모한 노트.



지연) 

헉, 되게 모범생 메모 같네요. 챕터별로 정리를 한 건가요. 그러면 이거대로 책 소개를 간단히 시작해보실래요?



민규) 

모범생이라니. 하하^^;; 네, 제가 정리를 해 왔으니...


그동안의 자연과학 서적들이 서양 과학의 렌즈로 이끼의 분류, 생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른 집필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바로 두 개의 시선으로 이끼를 본다는 것. 영어식 표현으로는 "Two-eyed seeing"이라고 하던데, 과학적인 렌즈와, 원주민의 전통생태적 지혜의 렌즈로 이끼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거에요. 저자는 그 렌즈들을 교차시키면서 작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이끼를 재발견해요. 요약하자면, 이 책은 이끼를 보고 단순 그 생김새나 과학적 사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얘기해 주는 이끼 소개서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연)

민규씨는 원래 이끼를 좋아하시나요.



민규)

저는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운 좋게 생태계 조사에 따라다니는 기회를 많이 얻었어요. 덕분에 국립공원 깊숙한 곳의 습지나 계곡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구역들을 많이 다녔고, 그곳의 생물들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 '깊은 자연'으로 들어가면 늘 보이는 게 이끼였거든요. 근데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은 사실 못 했어요. 이끼가 깔린 풍경을 보면 그 풍경 자체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는데, 왜 기분이 좋아질까, 이끼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않은 것 같아요.


깊은 산이 아니고서는 사실 이끼가 많지 않잖아요. 도시에도 이끼가 있긴 한데, 그들은 되게 작은 조각들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죠. 그런데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면, 이끼가 나무 줄기며, 바위며 썩은 나무며 다 덮고 있어요. 사실 이끼가 알려주고 있는 거죠. "당신은 깊은 숲에 들어왔다."



지연)

이끼가 일종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거군요. 여기서부터는 신성한 자연의 공간이다.


저는 이끼에 특별히 주목하게 된 경험이 있는데, 교토의 '사이호지(西芳寺)'라는 곳을 방문했던 것. 이끼 정원이 유명한 데가 있어요. 저는 그 곳이 이끼 정원으로 유명한 곳인지는 몰랐으나, 이끼들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랐거든요. 너무 아름다워서... 


사이호지가 자리한 교토 서쪽이 되게 습한 기후이긴 하대요. 이끼가 절의 정원에 자라난 것은 에도 시대라고 해요. 그 시대에 큰 홍수가 나서 두 차례 절이 잠겼고, 그 이후로 이끼가 무성한 곳이 되었으며 이끼의 자생지가 되었대요. 지금은 약 120종의 이끼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때 이끼의 아름다움에 깜짝 놀라서 그 이후부터 이끼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숲에 가서 봤을 때 제일 좋은 것 중 하나도 역시 이끼에요. 산행하다 힘들 때 바위에 앉으면 침엽수 밑에 떨어진 나무껍질에 이끼가 붙어 있는 걸 종종 보는데요. 그 이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되게 기분이 좋고 만지는 것도 기분 좋아요. 아까 민규씨 말대로 저한테도 그런 표지가 되는 것 같아요. 신성한 자연의 표지로서 있어주는 이끼의 존재... 


이끼절(苔寺)라고도 불리는 교토의 사이호지(西芳寺). 120여종 이끼가 자생하는 정원이다.



민규)

신기해요, 이끼라는 게 엄청 작은 존재들인데, 우리에게 거대한 자연 속에 들어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는게. 그게 우리가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느끼고 있었던 것이잖아요.



지연)

저는 과학전공자가 아니잖아요. 원래는 미술기획을 공부했어요. 저는 스스로를 정의할 때 '경계를 걷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뭐 이전에는 제가 평화활동가들과도 일했고, 지금은 과학자분들이랑 일을 하고 있죠. 이렇게 다른 두 분야가 만나는 경계. 그래서 제가 경계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습지, 양서류, 이끼도 그렇죠.


책에도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이끼는 식물 세계의 양서류다. 그래서 조류와 육생 식물의 중간인 이끼는 생물이 육지로 진출하는 첫 단계다. 저 나름대로는 "아, 이게 내가 이끼에 이끌렸던 이유인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민규)

저도 책을 읽으면서, 그 '경계성'에 대한 얘기가 정말 좋았어요. '경계'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잖아요. 이끼가 살고 있는 것은 두 다른 환경에 대한 '틈새'라는 것. 그게 참 이끼를 독특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고, 이끼를 더 매력적인 존재로 느껴지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지연)

이끼의 매력 하시니까 생각이 난 건데, 저는 이끼의 가장 큰 매력이 '단순함'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뭐든 단순한 걸 좋아해요. 성격 단순한 사람이라던지... 그게 '간단'해서가 아니라요. 사실 단순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끼는 몇 개 안 되는 기초적인 줄기와 잎으로만 되어 있고, 꽃도 없고 열매도 없어요. 이끼가 살아가는 방식도 그렇잖아요. 자연의 힘을 이기려 들지 않고, 그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죠. 예컨대 물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몸의 95%까지 물이 없어도 몸을 변화시켜서 살아내잖아요. 그걸 저자는 "단순하면서 우아하다"고 표현했는데, 너무 공감이 됐어요. 



민규)

맞아요. 이 책이 저자의 이끼에 대한 칭송이라면, 그 칭송에서 가장 강조했던 게 바로 그것인 것 같아요. 바로 이끼의 '적응성'.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이끼의 환경 적응력이 어디서 오냐 하면, '단순함'이에요. 하찮은 특질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키도 작고, 구조도 단순하고, 바닥에 낮게 깔리는 겸손함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번성하게 된 거죠. 

 


지연)

민규씨가 말씀해주신 것 들으면서 느낀 것은, 그게 어떻게보면 '다양성'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크고 화려한 특성 뿐 아니라, 자기가 가진 환경에서 적응하는 작은 것을 장점으로 만들고, 생존 방식으로 만들고, 이것 자체가 생물다양성의 속성을 대변해주는 너무나 훌륭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이 책에서 되게 다양한 이끼가 소개되잖아요. 민규씨는 이 중에서 인상에 남는 이끼 분(?)이 있었나요?



민규)

저는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 빛이끼.


여기서 소개된 빛이끼는 정말 독특한 환경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이끼죠. 뭐 그 전에 소개된 '스플라눔'이라는 이끼는 오로지 사슴 똥 위에서만 자란다고 하죠. 이렇게 자기 서식지를 한정짓고 되게 까다로운 조건에서만 자라나는 이끼들이 있는데 특히 빛이끼는 그 조건이 압도적이에요. 바로 "서쪽으로 동굴이 뚫려 있어 저녁 노을이 동굴 안으로 닿는 곳"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조건에서 발견되는 이끼더라고요.


빛이끼는 동굴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미세한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여 생존하는데요, 몸 안에 결정체들이 있어 빛을 그 안에 가둬서 산란시키면서 광합성 효율을 이끌어내나봐요. 그래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저녁 노을이 동굴 안에 닿을 때 이 광합성 효율이 최대가 되는 것이죠. 


빛나는 이끼 Schistostega pennata



지연)

맞아요. 저자가 저녁 노을이 지는 순간 동굴에서 발견했죠. 책 읽으면서 너무 상상되지 않았어요? 그 발견하는 장면 말이에요. 저자가 동굴에 누워있을 때 순간 무언가 반짝거려서 보니, 빛나는 이끼가 있었다는. 빛을 내는."만약 그 동굴 입구의 각도가 조금만 틀어졌었더라도(노을빛을 받지 못하는 조건) 이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순간을 음미하고 그것에 감사하는 저자의 태도가 느껴졌어요.



민규)

그걸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서 그걸 또 발견한 거겠죠. 동굴 안에 이끼가 산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게 서쪽 방향으로 뚫려 있는 동굴이어야만 하고, 동굴 앞을 가리는 것이 없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그렇게나 특이한 조건에서 사는 생물이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저자는 이 이끼를 "금보다 귀한 이끼"라고 불렀죠.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빛이끼의 우연적인 존재를 우리 지구 생명체에 비유를 하거든요. 빛이끼가 너무나 '좁은' 환경조건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굉장히 우연이 맞아떨어지는 조건에서 극악의 확률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거에요.  사실 지구라는 곳도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그 '좁은' 조건을 다 충족을 한 것이죠. 또 우리 존재를 보면, 그 자구에서 굉장히 낮은 생존확률을 극복하고 생존, 진화해온 선조들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나를 탄생시킨 조상과 부모님간의 만남. 일련의 우연들이 겹겹이 일어나야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빛 이끼가 귀한만큼 우리도 그렇게 (귀한) 존재다 라고 말하는 저자의 통찰력이 놀라웠어요.



지연)

그래서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싶은 책이에요.


민규)

그래서 저는 한 권 더 샀어요.


지연)

좋은 책은 역시 많이 팔리게 되어 있군요^^



지연)

저는 '물이끼'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늪에 사는 물이끼는 몸 대부분이 죽어있어요. 살아있는 세포가 20개당 1개라고 해요. 관찰해보면 그 죽은 세포들이 다 비어있는데 이들이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고 해요. 오히려 그것이 정상적인- 죽어야만 완전한 기능을 하는 거에요. 바로 물을 보관하는 기능. 덕분에 물이끼는 자기 몸무게보다 20배나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해요.


죽은 물이끼가 물에 잠겨서 이탄이 되잖아요. 혐기성 환경에서 뿌리로 호흡하는 대부분의 식물이 자랄 수 없어요. 그러니까 또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없고, 그래서 부패도 느리고. 부패가 느리게 되니까 식물 무기질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분해되지 않아,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돼요. 여기서 독특하게 진화한 식물들이 등장하죠. 파라세니아, 파리지옥, 벌레잡이 식물들의 안락한 서식지가 되는거죠.


자칫 생각하면 모든게 죽어있고 살 수 없는 늪에는 다양성이 없는건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가 않은거죠. 저는 이 대목을 보면서 다양성이 이런거구나... 싶었고,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어요. 모든 게 죽어있는 듯한 늪에서 만들어지는 내가 몰랐던 식물들의 세계.



민규)

사실 죽어있는 부분 덕분에 살아있는 세포들이 살아가고 있잖아요. 저자는 원주민의 렌즈를 통해 물이끼의 생태를 자신 선조들의 삶과 비유하죠. 물이끼의 죽은 부분-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살아있는 세포들을 지탱해주고 있는- 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선조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 땅과 원주민의 정신적 유산을 지켜온 선조들. 그걸 지키려는 노력이 없었으면 자기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아이들을 위해 땅을 지킨다면 우리는 물이끼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수태(水苔)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물이끼 Sphagnum sp.

지연)

이렇게, 식물생태학자로서 (어떤 생태적 지식을)소개를 하다가 원주민 정체성의 관점으로 그걸 다시 바라보고 마무리하는 패턴이 정말 탁월한 것 같아요.


원주민 이야기 나온 김에... 저는 이 책에서 소개된 원주민의 말들이 되게 좋았어요. 그 중에서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한 '샤이엔 족' 노인이 해 준 말이 있는데요. "무언가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찾지 않는 것이다. 시야를 넘어서 바라보며 가능성에 마음의 문을 열면 원하는 것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거 정말 살면서 많이 느껴지지 않나요?


또 하나는 '오난가다 족' 노인이 하신 말씀인데 "식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찾아온다. 우리가 식물을 활용하고 그 재능에 감사하면, 식물은 존중받고 그 결과 강하게 성장한다.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이런 말이 되게 좋았어요. 우리 삶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말들 같아요.



민규)

이 책에서 소개되기로 원주민들은 '땅'을 스승으로 삼고 그 위의 식물들에게 배우는 태도를 가지고 있잖아요. 저자도 자신이 이끼들에게서 배운 이야기들을 19개 챕터를 통해 들려주는데, 우리도 이 책을 통해 배우면서 그 배움을 전달받는 것 같아요. 


가령 저는 저자가 소개해주는 물이끼를 보며 공동체에 헌신하는 삶을 배웠고요, 빛이끼를 보며 존재의 소중함을, 스플라눔(사슴 똥 위에서 사는 이끼)을 보며 별나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요. 지연씨는 이끼로부터 어떤 걸 배웠나요?



지연)

저는 가장 간단한 구조를 지닌 이끼에 주목해서, 생존이 이렇게 숭고하구나 하는 걸 배웠어요. 이끼들이 어떻게 서식지를 이루고,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소개시켜주는 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인데, 거기서 우리는 감동을 받잖아요. 생존이 이렇게 숭고한 거구나. 그 과정 자체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민규)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는 이끼들은 정말 모진 데 살잖아요. 빗물받이, 배수구, 보도블럭, 틈새. 평소에 이끼를 바라보며 작고 하찮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것 같아요. 그 하찮음이 이 책에서는 숭고한 생존으로 구현되면서 이끼를 사뭇 위대한 존재로 보이게 만들어요.


지연)

저는 모든 개개인이 이끼처럼 하찮고 소중한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빗물받이, 배수구, 보도블럭, 틈새 등 '모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끼들



민규)

원주민 노인들이 자연에서 배운 이야기, 저자가 과학의 렌즈로 배운 이끼의 삶의 방식, 그리고 다시 원주민의 시선으로 배우려고 하는 저자의 글에서 우리는 또 많은 걸 배웠네요.


한편 이 책에서 나오는 원주민의 배움의 관점이 저는 또 새로웠는데, 원주민 전통에서 '배움'이라는 것은 내가 얻는 능력이 아니래요. 그보다는 땅(자연)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죠. 그래서 배움은 주어지는 것이에요. "배운다는 건 우리 안에 있는 주어진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며,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다" 그래서 원주민 사회에서는 배움(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엔 책임(올바르게 사용)이 따른다고 말하죠. 그것은 당신이 성취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받은 제도화된 교육은 어떤가요. 일정 과정을 배우면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하고, 성적이 좋으면 우등생이고, 안 좋으면 열등생이 되고. 이렇게 평가 비교-경쟁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누군가에게서 주어졌다는 '배움의 신성함'이나 그에 잇따르는 책임은 사라지고 "누가 더 성취했는가"만 따지게 된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성취를 높게 한 사람은 (배움을)자기의 능력이라고 믿고, 자기가 노력해서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밖에요.


이런 배움의 차이 때문에 우리와 원주민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 것 같아요. 서양 과학의 렌즈로만 자연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자연을 대상화, 물질화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워졌고요. 반면 원주민들은 자연에게 배운만큼 책임, 즉 존중과 돌봄을 다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옛 스승들은 인간의 역할이 존중과 보호라고 말한다. 우리의 책임은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땅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는 식물을 사용하는 것이 식물의 본질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배웠고, 우리는 식물이 계속 자신의 재능을 선사하도록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186p



          


글|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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