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식 박사: 수분매개자를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실천생태학 2강 가로수 생태학에 이어 이번엔 야생벌 생태학입니다. 지난해부터 꿀벌의 집단실종 사건이 보도되면서 수분매개자 이슈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논의는 자연 생태계 내 수분매개동물 전체가 아닌 ‘꿀벌’에만 집중되어 다뤄져 왔습니다. 이런 치우친 해석으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멀쩡한 숲을 벌을 위한 밀원(벌이 꿀을 빨아오는 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는 벌꿀만이 아닌 야생벌, 파리, 등에, 나비, 나방, 풍뎅이, 박쥐, 새 등 수분매개자 전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실천생태학 3강에서는 수분매개자 중에서도 국내에서 자생하는 야생벌을 조명하여 이들의 생태, 역할 등을 다뤘습니다.
‘벌’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가장 많은 대답은 ‘쏘일까 봐 무서워요’ 일 것입니다. 실제로 벌에 쏘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만, 누군가 한번 벌에 쏘이거나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라도 하면 사건이 되어 뉴스를 통해 확대 양산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사실 말벌 이외에 다른 벌들에게 사람들이 쏘이는 경우는 벌을 잡으려고 했거나 실수로 벌을 깔고 앉는 등 사람 측에서 먼저 접촉을 했을 때뿐입니다. 벌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다양한 야생벌들에 대해 같이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이흥식 박사님의 야생벌 생태학 강연은 한 장의 지도로 시작했습니다. 미국 내 뒤영벌의 위기상태를 지역별로 나타낸 지도입니다. 지도를 보면 도시화가 이루어진 지역, 농경이 발달한 곳에서 뒤영벌의 급격한 감소가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로 만들어진 이 지도처럼 이미 많은 과학자들은 야생벌들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며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유럽에서는 10년 전부터 대부분의 야생벌이 멸종위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심층적인 벌 보호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어떤 존재를 명명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벌의 한국명을 살펴보면 꿀벌, 말벌, 개미, 나나니, 감탕벌, 대모벌, 잎벌 등과 같이 대부분 - 벌로 표준화시켜 부릅니다. (예전에는 더 다양한 이름이 있긴 했습니다. 말벌은 땡삐, 왕퉁이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반면 영명의 경우 Bee, Wasp, Sawfly, Ant, Yellow jacket, Hornet 등 완전히 다른 명칭으로 불립니다. 벌의 종류마다 다양한 형태의 이름이 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벌이 작물 수확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조상 때부터 알고 있던 지식이었습니다. 벌들이 와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과수 농사보다는 벼농사 위주의 농업을 이어왔습니다. 벼는 풍매화이기 때문에 꽃가루받이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민감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벌의 형태적 특징
벌은 날개가 막질의 두 쌍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날개, 뒷날개가 연결고리에 의해 연결되어 있어서 이로 인해 정지 비행, 수직이착륙 비행도 할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날거나 각을 급격히 꺾을 수도 있습니다. 또 큰 턱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보통 메뚜기, 딱정벌레 같은 큰 턱을 가지고 있는 곤충들은 식물을 갉아먹기에 용이하게 되어 있으나 벌의 경우에는 손과 이빨 역할을 합니다. 큰 턱을 이용해서 집을 짓고 육아를 하고 꽃가루를 가져오고 먹이를 다듬는 작업 등을 합니다. 벌은 산란관이 발달되어 독침 역할을 합니다. 산란관을 통해 다른 곤충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벌의 다리는 보행에 편리하게 발달했습니다. 다리는 가느다랗지만 힘은 좋은 편입니다. 자신의 몸에 몇 배나 되는 사냥감을 다리에 안고 비행하기도 합니다. 벌 중에는 사회성 곤충이 많습니다. 말벌, 개미, 꿀벌 등입니다. 포유류나 척추동물로 오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한 사회성인 동물은 곤충계 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벌이 아닌 종은 흰개미(바퀴목) 밖에 없습니다. 벌은 완전변태곤충으로 애벌레 때와 성충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다릅니다.
벌의 생태 지위
벌은 생활사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식식성의 경우 식물의 잎을 먹고살며 주로 잎벌 종류가 여기 속합니다. 포식성 벌은 사냥을 해서 다른 곤충들을 먹이로 살며 말벌이 여기 속합니다. 기생성 벌은 달팽이, 나비목 등 다른 생물들에 기생을 하는 벌입니다. 사람에게 오는 기생충의 경우 영양분을 빨아먹는 정도이지만 다른 곤충의 기생자들은 기주의 내부를 모두 파먹기 때문에 기주는 죽게 됩니다. 그래서 기생포식자라고 부릅니다. 이런 이유로 기생포식자 벌들은 해충의 천적으로서 사람들에게 이용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벌은 화분매개 기능을 하는데 현화식물과 공진화를 맺으며 꽃피는 식물이 지구상에서 우점을 이룰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래 꽃벌은 작은 진딧물을 모아서 애벌레에게 줬는데 꽃이 피는 것에 맞춰 먹이원이 꽃가루로 바뀌었습니다. 벚나무와 같은 프루누스 종류의 나무가 봄에 꽃이 피면 이 시기에 맞춰 등장한 후에 꽃가루를 옮겨주고 사라지는 벌들이 있습니다. 특정 벌만 화분매개를 해줄 수 있는 특별한 난초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해당 난초를 지키려면 그 특정 벌까지 함께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벌의 종류
벌은 세계적으로 15만 종 이상이, 국내에는 4,390종(2019, 생물종목록)이 존재합니다. 크기는 1mm 이하부터 50mm 이상(장수말벌)까지 다양합니다. 먹이원에 따라 구분을 해보면 식물을 먹고사는 잎벌종류, 꽃벌류, 혹벌류 등이 있고 육식성인 기생벌, 포식성 벌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벌이 육식성에 속합니다. 마지막으로 잡식성의 경우 개미, 땅벌 등이 있습니다. 일부 개미들의 경우 씨앗만 먹는 종도 있습니다.
벌은 잎벌아목(Symphita), 벌아목(Apocrita) 두 종류로 나뉩니다.
잎벌아목은 식물의 잎을 갉아먹고 삽니다. 형태적 특징으로는 배에 잘록한 부분이 없고 밋밋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겨진 이유는 벌들이 독침을 쏠 때면 큰 턱과 앞발로 상대방 곤충을 움켜쥐고 신경절이 있는 가슴 부분을 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 부분이 두꺼우면 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 지구상에 일찍이 출현했기 때문에 원래 곤충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질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예로 시맥이 복잡합니다. 애벌레는 나비목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유충 시기에 군서생활을 하다가 성충 시기가 되면 주위 곤충을 사냥해서 먹기도 합니다.
잎벌과, 등에잎벌과, 수중다리잎벌과, 송곳벌과, 솔잎벌과 등이 여기 속합니다. 잎벌과와 등에잎벌과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벌과의 더듬이는 여러 개의 작은 마디로 되어있습니다. 반면 등에잎벌과는 하나의 긴 마디로 되어 있습니다. 등에잎벌과의 애벌레들은 철쭉, 진달래, 장미, 찔레에 모여 있습니다.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종으로는 극동등에잎벌, 장미등에잎벌이 있습니다. 수중다리잎벌은 번데기처럼 생겨서 번데기잎벌이라고도 불립니다. 수중다리잎벌의 애벌레는 길이가 성충의 2배 정도 되는데 말벌, 새들의 주요한 먹이가 됩니다. 송곳벌과는 송곳처럼 생긴 산란관을 갖고 있습니다. 나무속을 먹도록 진화된 벌로, 나무를 뚫고 나와서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할 때는 나무를 뚫고 그곳에 알을 낳습니다. 이때 팽나무나 참나무 같은 딱딱한 나무에 알을 낳게 되면 산란관을 빼지 못해 그대로 죽기도 합니다. 목숨 걸고 산란을 하는 것입니다. 솔잎벌과 같은 경우 소나무, 잣나무를 먹습니다. 유충들은 기다란 솔잎 사이사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아래쪽에 사는 애벌레는 노란색, 위쪽에 사는 경우 녹색입니다. 키 작은 소나무를 좋아합니다.
다음은 벌아목에 속하는 벌들입니다.(아래 꿀벌상과 까지)
잎벌아목에 속하는 종 중 벌레살이송곳벌이 있습니다. 이 종류가 독침을 가지고 있는 맵시벌상과로 진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독침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해 배자루가 잘록해졌습니다. 그 이후로 나오는 벌들은 배 첫마디가 잘록해졌습니다. 이 종류는 해충의 천적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혹벌상과는 참나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참나무에만 혹벌이 10종 이상이 있습니다. 참나무에 보면 빨간 구슬 같은 것이 달린 것이 있고 새싹 부위에 도토리 같이 생긴 장미꽃 빛깔의 혹을 볼 수 있습니다. 밤나무순혹벌도 여기 속합니다. 밤나무순혹벌은 밤나무순에서 자라다 보니 새싹이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이때 나무는 광합성을 하지 못해 충분한 영양분을 비축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겨울을 나기도 힘들어지고 각종 해충, 병해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져 고사하게 됩니다. 보통 4-5년 혹벌 피해를 받으면 밤나무는 죽게 됩니다.
주요한 기생벌입니다. 수중다리좀벌과, 밑들이벌과, 깡충좀벌과, 알벌과 등이 속한 좀벌상과는 대부분이 다른 곤충에 기생합니다. 납작먹좀벌과, 먹좀벌과 등이 속한 먹좀벌상과는 주로 파리, 노린재에 기생합니다.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할 때 천적으로 활용합니다. 청벌상과에는 청벌과 등이 속합니다. 청벌과는 아름다운 색 때문에 보석벌이라고도 불리는데 한편으로는 뻐꾸기처럼 얌체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Cuckoo wasp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감탕벌이나 가위벌이 먹이를 모아두면 거기에 알을 낳고 원래 주인이 낳은 알의 애벌레에 붙어서 같이 살다가 나중에 몸이 커지면 그 애벌레를 죽여서 먹기도 합니다. 비슷한 종류들로 집게벌과, 개미침벌 등이 있습니다. 개미침벌은 개미같이 생겼고 딱정벌레 애벌레에 기생합니다. 소나무재선충을 매개하는 하늘소 방제용으로 대량살포합니다. 개미침벌은 기주특이성이 없어 모든 종류의 딱정벌레에 붙어 가해하기 때문입니다.
말벌상과에는 배벌과, 개미벌과, 대모벌과, 말벌과, 개미과 등이 있습니다. 파브르 곤충기에 나온 대모벌은 거미 전용 사냥꾼입니다. 타란튤라만 골라 사냥하는 타란튤라 대모벌도 있습니다. 거미 취향이 확실해서 좋아하는 모양의 거미만 가져갑니다. 다리가 있는 거미를 싫어해서 다리를 잘라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땅 속, 나무 구멍 등에 집을 짓습니다. 감탕벌, 호리병벌, 말벌, 땅벌, 쌍살벌은 말벌과에 속합니다. 감탕벌, 호리병벌은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말벌, 땅벌, 쌍살벌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갑니다.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 일벌, 생식벌이 나뉘는데 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일벌입니다. 특히 말벌류, 땅벌류는 꽤 공격적인 편으로 집 근처에만 있어도 위협하는 날개소리를 냅니다. 개미도 벌입니다. 개미아과는 10개 이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5개 정도의 아과가 있습니다. 그중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불개미아과, 두마디개미아과 입니다. 시멘트 바닥, 학교 운동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개미는 일본암개미이며 풀밭에 돌아다니는 개미는 곰개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멍벌상과에는 나나니벌, 노래기벌, 조롱박벌, 줄나나니벌 등이 속합니다. 구멍벌 종류들은 먹이원이 서로 다르며 그 취향이 뚜렷합니다. 어떤 종은 바구미만 사냥하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매미충만 혹은 거품벌레만 혹은 거미만 잡기도 합니다. 같은 메뚜기 종을 사냥한다고 해도 어떤 종은 더듬이가 긴 종류만, 어떤 종은 더듬이가 짧은 종류만 사냥합니다.
꿀벌상과에는 애꽃벌, 뒤영벌, 꼬마꽃벌, 꿀벌 등이 속합니다. 꿀벌과 뒤영벌의 경우 준사회성이 특징입니다. 같이 집을 짓고 살지만 일벌, 생식벌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암컷이라면 알도 낳고 먹이도 모으며 서로 도와주고 삽니다.
그렇다면 어떤 벌들이 독침을 가질까요? 주로 기생벌, 포식성 사냥벌, 꽃벌류입니다. 잎벌류나 개미류는 독침이 없습니다. 두마디개미, 침개미는 예외적으로 독침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암개미 같은 경우 개미산을 쏩니다. 개미산은 독성이 높아 다른 생물을 죽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린 새들이 개미산을 눈에 맞게 되면 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새들은 개미산을 이용해 몸에 있는 진드기를 죽이는 Ant shower를 합니다.
벌의 역할
벌들이 인간사회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벌들은 원래부터 사람 주변에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에야 말벌집이 주변에 보이기만 해도 난리가 나지만 이흥식 박사님 젊은 시절에 조사하러 다니다 보면 절, 농가에 가면 말벌집 하나씩은 다 있었다고 합니다. 또 과수원에서는 일부러 말벌집, 개미집을 갖다 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농작물을 ‘흠없이 깨끗하게’ 생산하기 위해서 밭에 진딧물, 응애가 있는 것도 허용하지 않지만 예전엔 그런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방애벌레, 나비애벌레는 농작물을 모두 먹어치우기 때문에 천적으로 말벌, 개미를 이용한 것입니다. 꽃매미 방제용 벌, 진딧물 방제용 벌 등을 길러서 방제시켜 해충 밀도를 낮추는 데 활용하는 방식은 현재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벌은 화분매개곤충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차 화분매개곤충은 성충의 에너지원으로서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 주로 꿀을 먹으러 오는 벌입니다. 종종 꽃가루를 먹는 종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벌들, 꽃등에 종류, 나비 종류 등이 여기 속합니다. 1차 화분매개곤충은 꽃가루만 집중적으로 먹는 동물입니다. 주로 애벌레의 먹이로 이용하기 위함입니다. 보통 꽃가루를 모으기 위해 꽃 하나에서 5초를 소요하며 400개 이상의 꽃에 들릅니다. 이것을 여러 번 해야 한 개의 알을 먹이기 위한 꽃가루량이 채워집니다. 이러한 적극적으로 꽃가루 수집 행위로 꽃가루는 빨리, 멀리 퍼져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꽃벌류 중 암컷, 일벌류가 여기 속합니다.
벌의 감소 원인
벌 감소현상의 주요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로는 벌의 건강(살충제, 병해충, 대기오염 등) 두 번째로는 먹이원(기후변화, 인공조경, 농경 재배 식물) 마지막으로 서식처(도시화, 농경지 확대, 산림성숙)입니다. 이 셋은 모두 연계되어 있습니다. 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살충제 문제(네오니코티노이드 등)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오염은 사람뿐만 아니라 곤충들의 수명을 줄이고 신경교란을 일으킵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꿀벌들이 방향감각을 상실해 집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다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먹이원이 줄어든 이유도 여러 가지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개화시기가 변화하여 벌 활동기와 불일치 현상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벌 자체가 공기가 더워지면 살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뒤영벌 종류의 경우 여름철 땅속 온도가 30도를 넘게 되면 Heat shock로 모두 죽게 됩니다. 또한 사람들의 인공조경은 먹이원 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켰습니다. 옛날엔 농경 재배를 하면 벌들의 먹이가 풍부해졌는데 요즘엔 ‘깨끗하고 효율적인’ 농산물 생산을 위해 관리를 하다 보니 곤충들이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서식처가 줄어든 이유로는 도시화가 있습니다. 도시화를 하게 되면 먼저 땅을 모두 갈아엎습니다. 흙 대신 시멘트, 아스팔트가 땅을 덮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벌의 둥지들이 사라집니다. 70% 이상의 야생 꽃벌은 땅에 집을 짓습니다. 땅을 갈아엎고 시멘트를 붓게 되면 벌들이 집을 지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먹이원 식물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그곳의 벌들은 절멸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농경지의 경우 약을 많이 치게 되어 벌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산림이 성숙하게 되면 그곳의 서식종이 변화됩니다. 그늘에서도 잘 살 수 있거나 식물을 먹이로 하는 종들의 개체수는 늘어나지만 사냥을 해야 하거나 초원성에 살 수 있는 벌들의 밀도는 낮아지게 됩니다. 보통 농경지와 산림의 경계 부근의 완충지에 곤충이 많이 삽니다만 그런 곳은 많은 경우 리조트, 펜션단지가 지어진 실정입니다.
벌의 감소 현황
이흥식 박사님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서의 야생벌은 90%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길동생태공원의 경우 주변 산에 벌이 많은 편이었지만 산을 깎아내고 공원시설을 정비하며 벌집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농경 지역에서도 90%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예전에는 사과, 복숭아 등 과수원이나 참깨밭에 벌이 많았는데 수시로 약을 치다 보니 벌이 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산림지는 관광지로 개발된 지역에서 70%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보호지역에서도 종수 및 개체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벌을 지키기 위해
인간에게도 의식주가 필요하듯 벌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은 집 짓는 습성이 다양합니다. 땅, 나무 구멍 혹은 자잘한 나무의 가느다란 가지에 집을 짓기도 합니다. 해서 공원, 마당만 해도 벌들이 집을 지을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후 온난화 속도를 줄이고, 살충제 사용 시 벌에 미치는 영향을 독성 평가에 반영해야 합니다. 또 곤충이 적이 아닌 공존 대상이라는 인식 확대해야 합니다. 식생 위주의 보호구역 설정을 보완하여 생물다양성에 기준을 둬야 합니다. 도시공원 등에서 인위적인 조성(콘크리트 덮기 등)을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흙길을 확대해야 합니다. 주기적인 약 뿌리기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3강 ‘야생벌 생태학’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4강 ‘강 생태학’입니다. 서울에 흐르는 강들의 생태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오랜 세월 현장을 누벼 온 김동언 정책국장(서울환경연합)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강연 온/오프라인 참가 신청과 관련 문의는 생명다양성재단 SNS채널을 통해 연락 바랍니다.
강연|
이흥식 박사
기록|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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