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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Dec 06. 2023

[실천생태학] 7강 물살이 생태학

성무성 대표: 우리가 몰랐던 물살이 이야기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실천생태학 7강 물살이 생태학은 물살이들을 '지킬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물들이연구소 대표이자 민물고기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인 성무성 대표님과 함께 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한반도에 사는 민물 물살이들의 다양한 서식지 환경, 종류, 종별 생태, 민물물살이 연구의 역사 등을 다루며 민물물살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무성 대표가 모은 민물 물살이 기록자료 ⓒ 성무성


성무성 대표님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물 물살이를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네이처링에 남겨진 그 기록만도 55,400여 건에 달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중 2 때 집 근처 여주 남한강에서 만난 멸종위기 2급 어종인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 Mori)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을 경험한 이후였습니다. 당시 행해진 4대 강 사업으로 인해 남한강에는 댐에 가까운 수준의 높이로 보가 세워졌고 물살이들의 떼죽음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때 그는 기록을 하는 일이야말로 물고기와의 마지막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꾸구리 (Gobiobotia macrocephala Mori) /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약 4억 5천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물살이는 물속에서 아가미로 호흡하는 척추동물로 체외수정을 하는 변온동물입니다. 연골어류와 경골어류로 나뉘어 다양한 환경에서 종분화해 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물살이는 경골어류입니다. 경골어류는 연골어류로부터 진화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연골어류 물살이로는 가오리, 상어, 곰장어, 칠성장어 등이 있습니다. 특히 칠성장어는 3억 6천만 년 전부터 거의 진화를 하지 않고 태고의 모습을 간직해 온 원시적 물고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7개의 숨구멍이 있어 칠성장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빨을 이용해서 다른 물살이에 상처를 낸 뒤 그 피를 먹습니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대부분의 하천이 서남쪽을 향해 흐릅니다. 우리나라의 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이 5대 강을 중심으로 분류되며 이중 한강과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산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는 각각 전북 장수, 진안입니다. 영산강의 발원지는 전남 담양에 위치합니다. 주요 강들은 여러 지류와 합쳐져 바다로 빠지게 됩니다. 이 물길들이 우리나라 민물 물살이들의 서식지가 됩니다. 한반도의 어류는 총 230여 종이 있습니다. 이중 고유어종은 70종에 육박합니다. 빙하기 때 한반도는 일본, 중국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두 나라의 어종과 겹치는 종도 꽤 됩니다.


빙하기 동아시아 육지의 모습과 한반도 5대강을 나타낸 지도 ⓒ 성무성


한국 최초의 민물물살이 연구서로는 정약전이 1814년에 집필한『자산어보』를 꼽습니다. 한편 근대적인 분류법에 따라 한국의 민물물살이가 최초로 발표된 것은 1892년입니다. 러시아의 어류학자 헤르츠슈타인이 한국에 방문하여 돌고기(Pungtungia herzi)를 표본해 가 신종발표를 하였습니다. 돌고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학명이 붙은 민물물살이입니다. 이후 일제시대에는 모리 다메조나 우치다 게이타로 같은 학자들이 한국의 어류 종으로 신종발표를 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우리나라 어류학자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최기철, 김익수, 손영목 같은 이들이 나타나 어류 신종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최초로 학명이 붙은 민물 물살이 돌고기


한국의 하천 생태계는 상류에서 하구에 내려오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습니다. 

먼저 계류, 상류의 하천 생태계 환경은 물살이 매우 빠르게 흐르고 바닥에 큰 돌이나 바위가 많으며 주변에 나무가 많고 먹이는 적지만 산소는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한여름에 수온이 20도를 넘기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취약한 종들이 많이 삽니다. 서식 어종으로는 금강모치, 연준모치, 버들개, 버들가지, 자가사리, 퉁가리, 열목어, 산천어, 둑중개, 참갈겨니 등이 있습니다. 대체로 크기가 작고 종수도 적습니다. 이중 열목어의 서식지는 우리나라가 최남단에 속합니다. 열목어는 주로 낙동강 최상류인 봉화에서 발견됩니다. 둑중개는 한강 수계 구석구석에 살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금강모치, 열목어, 둑중개 ⓒ 성무성


중상류의 하천 생태계 환경은 물이 비교적 빠르게 흐르며 강바닥에 큰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 표면에 하얀 물거품이 생기며 물속까지 햇빛이 들어옵니다. 다양한 식생과 여울, 소가 반복되는 미소서식지가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편입니다. 부착조류와 수서곤충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강원도 동강, 서강, 섬진강이 여기 속합니다. 서식 어종으로는 쉬리, 감돌고기, 꺽지, 어름치, 참마자, 꾸구리, 돌상어, 모래주사, 배가사리, 종개, 참종개, 왕종개, 새코미꾸리 등이 살고 있으며 경쟁이 심한 서식지입니다. 고유종이 많이 삽니다.


얼룩새코미꾸리 / 출처:국립생물자원관


하류, 하구의 환경은 강폭이 넓고 흐름이 느리며 수심은 깊습니다. 바닥에는 모래, 진흙, 뻘이 있습니다. 하구로 갈수록 염분의 농도가 높아지며 유기물질이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웅어, 전어, 잉어, 눈불개, 강준치, 치리, 숭어, 양태, 농어, 풀망둑, 말뚝망둥어, 모치망둑, 문절망둑, 풀망둑, 황복, 주둥치 등 주연성과 회유성 어류가 많습니다. 이중 강주걱양태의 경우 만경강, 동진강, 금강에도 나왔는데 하구둑이 만들어진 후 또 새만금 사업 이후에는 한강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민물검정망둑, 뱀장어, 강주걱양태 ⓒ 성무성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은 어떨까요? 완전히 도시화가 되어버린 곳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서울에는 의외로 꽤 많은 민물 물살이가 살고 있습니다. 물이 막혀 있지 않고 순환이 되며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는 기수지역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강 잠실 수중보 아래까지 바닷물이 드나든다고 합니다. 성무성 대표님이 발견한 서울시의 민물물살이 종수만도 67종에 달합니다. 80종 이상까지 찾을 수 있을 거라 예측됩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물살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유심히 지켜보며 막아내야 할 것은 무분별한 하천 정비 사업입니다. 하천 정비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개발'로 인한 어류 서식지 파괴는 무척 심각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끝없이 있어왔습니다. 2020년엔 남강 상류에 멸종위기 1급 어종인 여울마자 치어 1000마리를 방류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대규모 퇴적토 준설 공사가 벌어지며 서식지 복원과 복원지 파괴가 연속되어 이루어지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멸종위기 1급 어종인 얼룩새코미꾸리가 사는 금호강에 하천정비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현재진형형의 사건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하천 정비사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해 생활하수 배출, 쓰레기 투기를 하지 않고, 물살이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시민의식을 가지는 개인적인 실천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7강 ‘물살이 생태학’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밥 생태학’입니다. 소란(퍼머컬처 디자이너)의 기후미식 제안이 펼쳐집니다.


강연|  

성무성 대표

기록|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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