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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l 08. 2024

사실, 난 몰디브에 가고 싶었어

오만 무산담 돌고래 크루즈 1

"오만 무산담은 어때?"


오만? 무산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오만 무산담이 어쩌고, 돌고래 크루즈가 어쩌고저쩌고. 몇 달 전 남편이 흘리듯이 했던 이야기였다. 1년 전 두바이살이를 시작하면서 영어든 한국어든, 나는 듣고 싶은 이야기만 걸러 듣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기 때문에, 오만이며 돌고래며 남편의 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몰디브에 갈 거니까.

우리의 10년전 몰디브

우리는 올해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 신혼여행을 갔던 몰디브는 곱디고운 하얀 모래에, 하늘과 바다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맑은 푸른빛을 띠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했다. 김동률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결혼 10주년에 꼭 다시 와보자고 서로에게 다짐했다.


10년 동안 우리에겐 산토끼 같은 아이가 두 명이나 생겼고, 평생 한국에 살 줄 알았지만, 아이가 7살이 되던 해 사막도시 두바이로 이사를 왔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우리의 삶도 그렇게 조금은 변해 있었다.


10년 전 몰디브의 맑은 바다와 하늘이 그리웠던 건지, 경단녀라는 타이틀도, 남편과의 잦은 논쟁도, 육아의 고단함도 없이 일도 사랑도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만 같던 그때의 내가 그리웠던 건지, 두바이에 와서 나는 유난히 몰디브에 가고 싶었다.


한국이었다면 경유에, 비행시간에, 비싼 비행기표에,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했겠지만, 우리는 지금, 몰디브에서 비행기로 4시간 밖에 안 걸리는 두바이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10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우리의 여행은 당연히 몰디브를 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만 Oman이라고?


그래. 오만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여행지이지만, 가깝고,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이유로,  두바이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꽤 인기인 여행지다. 입국심사는 하겠지만, 차로도 국경만 넘어 3~4시간이면 갈 수도 있고, 비행기로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한 곳은 무스카트나, 샬랄라 같은 오만 본토에 있는 휴양지이다. 그런데 그곳들도 아닌, 오만 본토에서 덩그러니 떨어진 아주 작은 무산담 반도에서 허름한 신밧드의 모험에 나올법한 배를 타고, 돌고래를 보네마네 하는 남편을 보며, 내가 1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 맞는지, 이렇게 나를 모르나 의문이 들었다.


출처 : TripAdvisor, 오만 무산담 돌핀 크루즈배



고백하자면 나는 지독한 개인주의자다.


내가 편해야 아이들도 편하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여행에 있어어도 도시를 선호하며, 너무 자연 친화적인 곳보다는 벌레가 없고 모든 것이 갖춰진 휴양지 리조트를 선호한다.


숙박수를 줄이더라도 더 좋은 호텔에서 자자는 주의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보다는 모래사장에 누워 아름다운 바다를 풍경으로 파라솔 아래 아이스커피 한 잔을 더 좋아하고, 발만 살짝 담그면 그걸로 족하다.


생각해 보니 신혼여행지인 몰디브에도 있던 돌고래 투어엔, 깊은 바다가 무섭다는 이유로 남편만 보내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이런 나에게 무산담이라니.



안타깝게도 여행을 계획했던 시기가 몰디브 초성수기라 너무 비싸졌고, 초승달을 보며 휴일을 정하는 이슬람교 국가의 특성상 휴일이 바로 그 전날에나 정해지고, 당시 너무 바빠 휴가를 자유롭게 못 냈던 주재원 남편의 상황으로, 몰디브는 결국 무산이 되었다.


당연히 몰디브로 갈 줄 알았던 생각에 나는 다른 대안도 생각하기 싫어, 그냥 모든 걸 남편에게 위임했다. 그래서 남편의 뜻대로 오만 무산담이 우리의 결혼 10주년 여행의 목적지가 되었다.


좋든 실든, 이거 하나만은 분명했다. 결혼 10주년에 오만 무산담에 돌고래 크루즈 가는 부부는 우리가 유일무이하다는 것.



나는 여행지가 결정된 이후 토라져서 말도 거의 안 하고, 여행 정보도 찾지도 않고, 가든지 말든지의 마음으로 두바이 엄마의 일상을 살았다. 그리고 드디어, 오지 않을 것 같던 우리의 오만 무산담 여행일이 되었다.


“우리 해외여행 가는 거야. 그것도 크루즈”


웃자고 하는 남편의 말에, 웃음도 나지 않는다. 어쨌든, 무산담으로 가는 우리의 차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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