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보다는 실력을 보여주면 비즈니스 관계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아메리카노를 싫어해서 안 마신다고 이야기했더니 훨씬 비싼 프라푸치노를 사서 내 자리에 놓아둔다.
첫날은 전원 아메리카노 였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팀원들의 기호에 맞춰서 누구는 아메리카노, 누구는 라테, 누구는 모닝 주스 등으로 각각 다르다.
내꺼가 6,000원.. 저거 4,000원... 저거 5,500원... 오늘도 못해도 6만 원은 나갔겠구먼....
부담 스러 죽겠네...
누군가는 말한다. 저렇게 아침마다 비싼 커피 사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간혹'의 이야기다.
매일매일 받는 물건은 사람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 그 선물을 주는 사람이 일을 더럽게 못한다면 그 부담은 곱절이 된다.
그랬다. LEE 부장은 다른 업계에서 일하다와서 IT 쪽 용어 자체는 알아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기획자였다.
심지어 고객사에 알아들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담당자가 "기획자와 말이 안 통하니 개발자 바꿔주세요!"를 외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이러니 저 커피 달콤한 한잔이 쓰디쓴 독약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지만 가장 좋은 사람은 말없이 일만 잘하는 사람이다.
( 그렇다고 내가 일을 퍼펙트하게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
과묵하면서 일만 깔끔하게 처리해 준다면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다.
어쩌다 그런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주변 동료나 소속회사에서 인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일 못하면서 나대는 사람이다. (심하게 말했을 때)
그런 사람이 꼭 일을 키운다. 업무를 산으로 가게 만들고 외부와 트러블을 일으키며 심지어 내분에서 직급으로 깔아뭉갠다. (이런 사람은 나이 혹은 연차가 높다)
LEE 부장의 커피 한잔은 스스로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 미봉책에 가까웠다.
사실 궁금했다. 대충 계산해도 저 사람은 한 달에 스타벅스에만 3,000,000 원 이상을 소비한다.
월급 아무리 잘 받아도 그 2배가 안될 것 같은 사람이 이해 안 되는 소비를 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커피 한잔, 연휴라도 있으면 상품권, 커피 많이 샀다고 스타벅스 굿즈를 뿌린다. 담요가 벌써 3장 모아서 1장 줘도 된다고 한다.
참 돈 많다.
"XX 씨 몰라? 스타벅스 VIP 되면 모든 게 50% 할인이야."
"네???"
돈을 뿌리면 뿌릴수록 할인을 받는 구조였구나...
나만 몰랐나 보네. 내 돈 내고 스타벅스 갈 일이 있어야 알지.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유 없는 선물 공세를 핀다면 당신은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게 참 안되더라.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기브 앤 테이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