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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하늘 Mar 08. 2023

회피성 선물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뇌물보다는 실력을 보여주면 비즈니스 관계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그날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대면인사를 한 첫 번째 주말인 토요일 아침 8시였다.

"카톡! 카톡!"

'누구여... 이 시간에 카톡 보낸 사람이.... 이게 뭐야????'



[ OOO 님께서 스타벅스 상품권 5만 원권을 선물하셨습니다]


'..... 이 사람 왜 이런 걸 보내고 그래?'




상품권을 보낸 사람은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부장직급의 기획자였다.

나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프리랜서이지만


갑 (대기업)

을 (프로젝트 수탁사)

병 (수탁사의 졸병 == 저자의 계약당사자)

정 (저자)


인 구조에서 과장직급을 받았고 화면 개발자로서 기획자는 직접적인 소통 창구이기 때문에 관계는 매우 중요한 관계이다.

하지만 이렇게 첫 만남에 고액 상품권을 뿌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다음날 출근을 했을 때 LEE 부장이 보낸 상품권은 화제였다.

낮게는 갓 입사한 신입부터 높게는 병회사의 이사까지 8명에게 각 5만 원권 상품권을 보낸 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50,000원 X 8명 = 400,000원 이 프로젝트 시작 2일 차 월급 1원 안 받은 상태에서 나간 금액이었다.


저분 부자예요? 회사는 취미로 다니는 건가?

스타벅스 재벌가 방계인가?

우리 월급은 쥐꼬리인데 저 사람은 단가가 다른가?

이력서 봤는데 이쪽 분야 말고 다른 쪽 하다가 IT는 처음이던데요.


온갖 루머는 자연스레 생산됐고 LEE 부장의 선물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오늘도 아침에 스타벅스 한잔이 놓여있다. 

물론 내 지갑에서 지출된 결과는 결코 아니다. 또 LEE 부장이다.


아메리카노를 싫어해서 안 마신다고 이야기했더니 훨씬 비싼 프라푸치노를 사서 내 자리에 놓아둔다. 

첫날은 전원 아메리카노 였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팀원들의 기호에 맞춰서 누구는 아메리카노, 누구는 라테, 누구는 모닝 주스 등으로 각각 다르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프리랜서는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휘리릭 쓰인다.

내꺼가 6,000원.. 저거 4,000원... 저거 5,500원... 오늘도 못해도 6만 원은 나갔겠구먼....

부담 스러 죽겠네...




누군가는 말한다. 저렇게 아침마다 비싼 커피 사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간혹'의 이야기다.

매일매일 받는 물건은 사람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 그 선물을 주는 사람이 일을 더럽게 못한다면 그 부담은 곱절이 된다.



그랬다. LEE 부장은 다른 업계에서 일하다와서 IT 쪽 용어 자체는 알아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기획자였다.

심지어 고객사에 알아들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담당자가 "기획자와 말이 안 통하니 개발자 바꿔주세요!"를 외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이러니 저 커피 달콤한 한잔이 쓰디쓴 독약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지만 가장 좋은 사람은 말없이 일만 잘하는 사람이다.

( 그렇다고 내가 일을 퍼펙트하게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

과묵하면서 일만 깔끔하게 처리해 준다면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다.

어쩌다 그런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주변 동료나 소속회사에서 인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일 못하면서 나대는 사람이다. (심하게 말했을 때)

그런 사람이 꼭 일을 키운다. 업무를 산으로 가게 만들고 외부와 트러블을 일으키며 심지어 내분에서 직급으로 깔아뭉갠다. (이런 사람은 나이 혹은 연차가 높다)

LEE 부장의 커피 한잔은 스스로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 미봉책에 가까웠다.




사실 궁금했다. 대충 계산해도 저 사람은 한 달에 스타벅스에만 3,000,000 원 이상을 소비한다.

월급 아무리 잘 받아도 그 2배가 안될 것 같은 사람이 이해 안 되는 소비를 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커피 한잔, 연휴라도 있으면 상품권, 커피 많이 샀다고 스타벅스 굿즈를 뿌린다. 담요가 벌써 3장 모아서 1장 줘도 된다고 한다.


참 돈 많다.


"XX 씨 몰라? 스타벅스 VIP 되면 모든 게 50% 할인이야."

"네???"


돈을 뿌리면 뿌릴수록 할인을 받는 구조였구나...

나만 몰랐나 보네. 내 돈 내고 스타벅스 갈 일이 있어야 알지.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유 없는 선물 공세를 핀다면 당신은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게 참 안되더라.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기브 앤 테이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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