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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Sep 18. 2018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명절이 지루하고 괴로운 그대에게

오늘의 주파수:  연휴를 새로운 시작의 준비시간으로 맞이하기


농경사회 시절, 곡식이 잘 여물고 수확이 잘되었음을 조상들에게 말하며 수확한 농작물을 가족과 함께 나눠 먹기 위해 한반도에 정착한 날이 있었다.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란 말이 붙어 음력 연중의 큰 날, 한가위 혹은 가위(가배)만 따서 가배일이라 불린 이 날. 삼국사기에도 가배일이란 말이 있다 하니 오래된 명절이기도 한 이 날. 지금은 추석이라 부르는 그날이다.


1985년 이전만 해도 추석은 당일날만 쉬는 명절이었다고 하니 한반도에서 추석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처럼 3일을 쉬던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딱히 가족이나 친척 모임이 없어서 '3일을 뭐하지?' 하고 생각만 하던 당신! 정신차려보니 연휴 마지막 날이라 아쉬웠다면, 이번 추석만큼은 알차게 보내야지 않겠는가? 1주일도 안 남은 추석을 조금 알차게 보내는 몇 가지 제안을 해보려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항공권을 검색해보자!

연차까지 끼워 넣어 보름 가까이 되는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먼 여행은 꿈도 못 꿔서 계획조차 못 세웠다면 2~3시간 소요되는 거리의 여행을 추천해본다. 아주 싼 항공권은 못 구하겠지만, 이 정도면 적당하다 싶은 정도의 항공권도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일본은 의외로 적당한 가격의 항공권이 존재한다. 대신, 21일 늦은 밤이나 22일 아침 시간에 출발해 24일에 오는 코스이다. 웬만한 일본 도시 하나는 2박 3일이면 충분하니 계획을 세워보는 걸 추천한다.


짧은 기간 볼 수 있는 도시를 더 추천하자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이다. 이 시즌에 가면 좋은 날씨에 둘러볼 수 있는데, 원래 일본 항공권보다 싼 블라디보스토크 항공권은 추석 시즌에 50만 원 대로 훌쩍 올랐다. 21일부터 비싸지니, 혹시라도 연차 활용이 가능하다면 20일 출발/24일 도착을 권장한다. 제주 항공권도 아직은 저렴한 상태이니 가을 제주 여행도 좋겠다. 다만, 최근 중국 광둥지역과 홍콩에 태풍이 크게 왔고 오사카도 복구하는 곳이 많으며, 홋카이도도 지진 피해로 복구 중이니 방문하는 곳의 현재 상황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또는 위치 검색 기능으로 현재 상황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늦지않았다. 짧게라도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면 검색 goGOgo!

몇 년 전, 명절 연휴 며칠 전에 도쿄 항공권을 검색해서 40만 원 후반대에 간 적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30만 원 초후반의 항공권이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상황아니겠는가? 처음 가는 도시라면 준비하는 것이 촉박하겠지만, 한두 번 가본 도시이고 아쉬운 점이 남아있는 곳이라면 경험상 항공권만 끊고 숙소만 잡은 상태로도 충분하다. 느긋하게 여행하며, 지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는 힐링의 시간을 맞이해보길.


느긋하게 전시회를 관람해본다.(feat. 가을 날씨를 즐겨라)

주말에 가서 복작거리는 틈에서 전시회를 봤거나 평일 오후 연차를 쓰며 전시회를 봤다면, 의외로 한가할 명절 기간의 전시회를 추천해본다. 설날 연휴와 달리 추석 연휴는 가을이 시작되는 시즌이라 좋은 날씨에 바깥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궁궐이나 문화유적지들도 연중무휴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관람하는 것도 좋다.

이케아 전시회를 다녀오고나서 조만간 이사갈 집의 내 방을 어떻게 꾸밀지(어떤 본질로 꾸며얄지) 생각하게 되었다.

괜찮은 전시회를 하나 소개하자면, 서울 가로수길 예화랑에서 열리는 이케아 75주년 전시회 <75년째 집 생각뿐>이다. 한국에 입성하기도 전에 이미 해외 구매 등으로 친숙한 인테리어 브랜드이기도 한 이케아. 광명에 이어 고양에도 매장이 생기고 이제는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한 실용적인 인테리어 브랜드이다. 자신만의 패턴이 담긴 소파를 제작(?)해볼 수도 있고, 여러 셀럽들이 꾸민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집이란 테마로 이케아 가구를 구경할 수도 있다. 총 3층으로 된 작은 전시회이지만, 이케아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3층에 있는 미래 테마였다. 그저 싸고 실용적인 가구만이 아니라, 환경을 고민하고 사람의 삶에 고민하는 모습에서 이케아 이용 자체가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이케아가 말하고자 하는 브랜딩의 목표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하지만, 23일까지만 하니 연휴 초반에 서둘러서 가보는 것이 좋다.


나만의 패턴으로 쇼파 만들기. 나의 캐릭터를 그려보았다.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나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평일 밤을 쪼개가며 본 영화 시리즈나 드라마, 혹은 언젠가는 몰아서 봐야지 하고 아껴둔 시리즈가 있다면 이번 추석이 제격이다. 물론,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평소에도 할 수 있으나 늘 시간을 쪼개거나 더 보고 싶은데 다음날을 위해 참고 자야만 했다면, 늦잠과 상관없이 혹은 밤을 새 가면서 맘껏 볼 수 있는 날이 바로 명절 연휴! 또한, 나눠 보는 것과 한 번에 순차적으로 몰입해서 보는 감동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마블 영화 팬이라면 미국 드라마 <에이전트 카터>를 추천해본다. 캡틴 아메리카의 Best Girl, 패키 카터의 이야기이다. 시대는 1940년대 후반 50년대 초반의 미국이다. <캡틴 아메리카 1-퍼스트 어벤져> 이후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시즌 1, 2로 끝났으며 시즌 3은 아쉽게도 제작이 불발되었다. 스티븐 로저스와 패기 카터의 서사를 연장해서 보고 싶다면 추천. 실드를 창설한 멤버답게 패기 돋는 패기 카터의 대사와 행동에 무릎을 꿇을 정도로 그녀는 멋있다. 또,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나오는 AI 자비스-이제는 비전이 된-의 본체(?)를 만날 수 있다. 하워드 스타크(토니의 아버지)의 명에 따라 어설프지만 카터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자비스의 모습은 그의 강한 영국 억양 때문에 더 재밌다. 이외에 1940~50년대의 미국 여성들의 빈티지 짙은 패션들이 시각적 재미도 준다. 그 시대 패션을 화려하고 컬러풀하게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마블 시리즈에서 봤던 최첨단 기기의 설정은 다소 허접하다.

I know my value. Anyone else's opinion doesn't really matter.
(난 나의 가치를 알아. 다른 사람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아.)
- Peggy Carter
자신의 가치를 알기에 스스로 할 일을 알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패기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빈티지 세트와 의상들은 눈을 즐겁게한다.
취미로 삼고 싶었던 운동 시작해보기

뭐든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지친 일상에 운동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 있었다면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자전거 타기, 등산, 조깅, 요가, 줄넘기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시작해보자. 요새는 유튜브로 쉽게 요가를 배울 수 있고 내 몸에 필요한 스트레칭도 배울 수 있다. 연휴 내내 날씨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니, 야외 운동을 시작해보기도 제격이다. 처음 운동하고 나면 힘들어서 그다음 날까지 쉬지 않던가. 연휴만큼 운동을 시작하기 좋을 때도 없다.


나의 경우, 몇 년 전 추석에 북한산 둘레길에 재미를 붙였다. 산을 오르는 것은 어쩐지 부담되어 둘레길 난이도 상, 중 코스를 섞어서 두 코스를 이어 다녀왔다. 명절답게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니 좋았지만 사람이 없는 만큼 범죄를 당했을 때 도움 요청도 못한다고 부모님께 혼났다. 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니 산행을 계획한다면 지인,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좋겠다.

걷는 즐거움과 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북한산 둘레길. 가을 날씨 아래 호젓한 숲속을 거닐며 도심 속 자연에 감사할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가서 쉬엄쉬엄 다녔다.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운다

여행 계획을 세우려면 주말을 활용하게 된다. 토, 일 내내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고(늘 주말에 한가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주중에는 생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저녁에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 어쩌다 주말 내내 여행 계획을 짰다 하더라도 주중이 시작되면 맥이 끊겨 흐지부지 해지기 십상이다. '이번 추석에 여행 가고 싶었는데...'란 아쉬움이 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 내내 맥이 다음의 긴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방법 중 하나. 긴 연휴를 활용해 맥이 끊기지 않게 계획을 짜는데 집중해보자. 브런치에서 검색을 시작으로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권도 찾아보고 서점에 가서 여행 서적도 뒤져보자. (대부분 서점들은 추석 당일날은 휴무이다. 가려고 하는 서점의 휴무일을 확인해볼 것!)


여행책을 뒤지고 검색도 해가며, 사이버 여행(?)을 즐겨보자.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을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시작이다.

무엇보다 여행 계획에 몰두하기 좋은 공간은 아무래도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일 것이다. 우선, 현대카드 소지자만 입장 가능하니 없다면 함께 갈 현대카드 소지자 지인을 물색해야겠다. 온라인 신청도 되고 배송도 빠르니 이번 기회에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연회비 무료도 있고 만원 이하의 카드도 있다.) 잘 알려진 여행지의 책들은 다양하게 있으니 몇 시간이고 앉아서 세계여행을 하기엔 좋다.


무엇보다 높은 천장에 세계지도가 많으며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여행 인테리어에 들뜬 마음으로 여행 준비하기 좋은 곳이다. A4 사이즈의 제주, 유럽, 일본 등의 메모 가능한 지도도 있고 가져갈 수도 있다. 특히, 포켓 사이즈의 여러 도시의 지도를 대여하여 볼 수 있는데 이걸 살 수도 있다. 나는 주문해서 영국 에든버러의 지도를 사기도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여행 계획 짤 수 있는, 수다 떨 수 있는 도서관이다. 아쉽게도 추석 기간은 휴무이니 22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오후 12시~9시까지 운영)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하는 트레블 라이브러리.




시간이 지날수록 명절은 간소화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좋고 오랫만에 친척들끼리 모이는 것도 의미있지만, 이런 저런 모임도 없고 그저 비어 있는 시간으로 보내는 사람이라면, 개인의 시간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남은 2018년을 더 알차고 다가올 2019년에는 좀 더 다른 내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날로 만들어보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괜찮은 전시회를 보고 나면 잊고 있던 당신의 관심사가 떠오를 수도 있고 새로운 관심사로 연결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시리즈를 쭉 이어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다음날 드러누워도, 성취감과 개운함이 잊히지 않는다면 당신은 또 움직일 것이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분명히 생각의 결과가 다르다. 당신의 주파수가 '오늘과 다른 내일'에 있다면, 이번 추석 연휴엔 늘 생각하던 것에 한 발짝 내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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