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jinsung Mar 26. 2024

지극히 개인적인 창업자의 비공개 일기장

부단히 애써 살아온 미래의 나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기를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은 아빠의 다양한 직업 변천사(?)로 1-2년에 한 번씩은 지역 방방곡곡을 이사 다녔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렸던 나는 엄마 등에 업혀 있고, 큰 트럭 뒤에는 널찍한 빨간색 나일론 보자기에 형형색색 이불들이 꽁꽁 싸매진 채 어디론가 늘 분주하게 이동하던 기억이 난다. 이사를 많이 다니던 탓에 내 물건이라 할 것은 사실 크게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어렵게 책을 갖게 되면 이사 다닐 때 무겁다고 마당에 버려지고, 친구들과 오가는 편지들이 쌓일 때면 비가 새는 다락방에 결국 젖거나 곰팡이가 슬어 결국 헤지며 사라지는 일들이 대다수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물욕이 없는 이유와도 연관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어릴 적부터 내가 오래도록 갖고 있는 유일한 자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써오던 비밀 일기장들이었다. 가난의 부끄러움, 아빠의 술주정, 엄마의 눈물들, 흉터의 놀림들 모두 어디 가서 쉬이 터놓지 못했던 혼자만의 대화를 기록해 왔던 일기장. 사실 일기라도 쓰지 않으면 괴로워서 잠들지 못했던 오랜 독백의 버팀장이었다. 서랍에 두면 가족들 누구라도 볼까 가방에 챙겨 다니거나, 이사 때마다 품에 지녔던 유일한 비밀 일기장들이 꾸준히 써오며 지금 30대 중반이 되어서는 한 박스로 쌓이게 되었다.


행복했던 그날의 페이지에는 형형색색 펜들로 글씨들이 치장되어 있었고, 슬프고 괴로운 어느 날의 페이지에는 눈물로 글씨들이 번져 읽기도 어려운 한편의 기억들로 생생히 남겨져 있다.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일기장이었기에 더욱 진실했고, 솔직하게 감정을 적어두어 모든 일이 소중했던 과거를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도 거의 매일 습관이 되어 자기 전 펜으로 써왔던 작은 스프링 노트의 일기장들, 대학시절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비공개로 적어두었던 나의 청춘 기록들, 길을 오가며 즉각적으로 써왔던 핸드폰 메모 일기, 업무용 다이어리에 휘갈겨 쓰여있는 생각 등등 습관처럼 써왔던 일기들을 한 곳에 소중히 아카이빙 해두고자 한다.


혼자만의 일기를 쓸 때는 감정들을, 깨달음들을 잊지 않고자 두서없이 짧고 거칠게 쓰기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가득했던 기록들이 그 모습 또한 나라고 생각하니 이 또한 소중하고도 유일한 나의 자산이자 정체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0여 년간 사업을 하며 블로그를 썼다는 츠타야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취향을 설계하는 곳‘을 보며, 작은 기록의 위대함과 용기를 얻고 꾸준히 오래 쌓이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소멸되지 않도록 공개글로 엮어 두고자 한다.


2016년도 3월부터 창업을 준비하고, 회사를 운영하며 많은 부침과 고민들, 기쁨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로 쌓인 창업자의 비공개 기록들. 사업을 하면서는 생각의 결이 달라지는 것들도 체감되기도 한다. 내 성장의 변천사가 가장 기대되는 것은 나 자신이겠지.


부단히 애써 살아온 미래의 나에게 잃어버리지 않을 소중한 선물이 되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