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선 May 14. 2020

일상의 볼륨을 다시 높여야 할 때

우리의 위기는 아주 사소한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찾아온다.

ⓒ소선


휙휙 지나가는 철제 구조물 사이로 노을이 자꾸 가려져 급하게 셔터를 눌렀는데, 나의 조급함이 무색하게 창 밖 풍경은 꽤 오래, 잔잔히 흘렀다.


그 잔잔한 시간의 흐름을 마주하고 있자 넋놓고 창 밖을 바라본 것이 언제였는지, 오늘은 며칠인지, 내일 해치워야 하는 일에 대한 걱정 없이 맘 편히 친구들과 수다를 떤 게 언제였는지 하는 잡생각들이 솟아났다.


내가 걱정할 필요 없이 노을은 아주 천천히 가물고 있었는데, 오로지 나만 분주했다. 갤러리에 꾸역꾸역 집어 넣어놓고 한 달에 한 번 다시 꺼내볼까 말까한 사진을 찍느라.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오늘의 숱한 순간들에게 불현듯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기도 하고.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면 인생엔 튀김옷 지수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