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보리에게 보내는 편지

두 번째 펫로스

by 묘언

울 아가보리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네.


거기서는 이제 아프지도 않고 재미나게 놀고 있는 거지? 울 아가가 도와준 덕분에 엄마는 시험도 잘 봤고, 밥도 잘 먹으려 하고 씩씩하게 지내려 하고 있어.



울 보링이가 아플 거 더 미리 알지 못해서 엄마가 미안해. 분명히 엄마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일 거야, 그치? 게다가 그동안 관절도 점점 더 아프고 걷기도 힘들었을 텐데 더 잘 알아차리고 편안하게 해주지 못해서 그것도 미안해. 점점 입맛도 없어지고 재미난 하루하루를 보내지도 못했을 텐데 엄마 욕심에 좀 더 오래 붙잡아두려 했던 것도 엄마가 많이 미안해.

울 보리가 너무 아가아가해서, 그래서 엄마가 맨날 물어봤었잖아. “울 보링이는 오늘도 귀엽기로 했어?”라고. 정말 맨날맨날 작정한 듯이 귀엽고 한없이 착하기만 했던 울 아가를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해서, 마냥 아가일 줄만 알아서, 언제까지나 옆에 있을 줄로 착각해서 더 붙잡아두고 싶었나 봐.


울 아기 무지개다리 건널 때, 그리고 건너가고 나서, 엄마 목소리 들렸어? 마지막까지 엄마 목소리가 울 아가에게 가 닿았으면 했어. 다리를 잘 건널 수 있도록.

그때 울 보링이 정말 용감하게 싸웠지, 그치? 용맹하게 씩씩하게 그 강을 혼자서 잘 건넜지. 무서웠을 텐데, 아팠을 텐데. 그 모든 순간을 엄마는 잊지 못할 거야.




보드라운 분홍 뱃살, 통실통실 궁뎅이, 촉촉 코, 엄마 부르는 목소리, 말간 이쁜 눈망울.

보리의 모든 게 너무너무 보고 싶어.

도릉도릉 코 골던 소리, 아침나절 화장실에서 쪼로로 쉬하고 나서 모래 팍팍 파다가 푸다닥 뛰쳐나와 푸르르 발 털던 소리, 촉촉촉 걷는 소리, 오도독 맘마 먹는 소리, 찹찹 요란하게 물 튀기며 물 먹던 소리, 엄마 품에서 궁뎅이 들이밀고 누워 그릉거리던 소리들이 더 이상 나지 않는 고요한 이 집에서, 엄마는 하루하루 천벌을 받는 것만 같아.



하지만 부디 울 아기가 카르마에서 자유로워져 원하는 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기를 엄마가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오래전 쌀쌀했던 그날 큰소리로 기어코 엄마를 불러줘서, 그렇게 엄마 품에 와줘서, 그리고 엄마를 지금까지 살 수 있도록 지켜줘서 고마워 내 아가야.

그곳에선 좋아하는 까까도, 돼지고기 살코기도 맛있게 먹고, 캣타워 맨 꼭대기까지 펄쩍펄쩍 올라가 사냥놀이도 하며 신나게 뛰어놀고 있기를, 좋아하는 햇볕도 실컷 쪼이고 천국의 빗질도 실컷 받을 수 있기를 엄마가 기도할게.


사랑한다 우리 아가보리. 영원히.


2025.9.15.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