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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May 07. 2020

<전쟁과 사랑>-고뇌 속을 가다

운명과 시간이 우리를 이끈다

 며칠동안 <전쟁과 사랑>이라는 러시아 드라마를 봤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요즘, 이 드라마는 나를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었다. <전쟁과 사랑>은 알렉세이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1883년~1945년) 의 소설 <고뇌 속을 가다>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러시아 변혁기에 일어난 사건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에 대해 그리고 있다. 전쟁, 계급투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전쟁과 사랑>을 보며 마치 내가 그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기도 했고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특히 자매간의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어떤 순간에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 힘이 되는 존재다. 그들이 여자로서 겪어야하는 아픔을 공감했고 전쟁으로 인해 더 강해지는 모습에 박수를 쳤다. 어떤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는 마음이 큰 감동을 준다.                                                                     

 제1차 세계대전을 목전에 둔 1914년 초 러시아. 정치와 전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다. 12편을 보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은 정리가 되었다. 이 드라마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말해준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간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운명과 시간이 우리를 이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자주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쉬운 선택이 아닌, 힘든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사랑이 밥먹여주냐?"는 말을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본다면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사랑, 자신의 사랑을 믿는 것이 가진 힘을 말이다.


 두 자매는 전쟁을 통해 강해진다.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 



목숨을 바칠 이유 vs 목숨을 지킬 이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투에서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목숨을 바칠만큼의 믿음이 있는 자, 목숨을 지키고 싶을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 자였다. 어떤 순간에도 우리는 '증오'가 아닌,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남은 인생은 내가 믿어야 하는 신념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혼돈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안에 숨겨진 뜨거운 열정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사랑도 습관이에요."



 이 드라마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 사랑도 습관이니 언제라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사랑을 위해 목숨걸고,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사람이기 때문에 목숨건 사랑을 한다는 것을.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 같다. 그러니 목숨걸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삶에 대한 열정이 강한 사람이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 부르주아 시인으로 노동자의 삶을 공감하지 못했던 '베소노프'는 돈을 받기 위해 노동자들 앞에 섰다. 시를 읊는 순간 노동자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그들의 눈물을 마주한 베소노프는 다음날 자살을 한다. 


 사상이 다르고 신분이 달라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그들은 수많은 동지들을 잃어가며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결국 만나게 되는 두 자매와 그들의 배우자들. 전쟁의 아픔으로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는 남녀의 모습에서 잔잔한 사랑이 가지지 못하는 깊은 슬픔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단 한번 뿐인 인생에서 한 순간만이라도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이 가진 힘은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끄럽지 않는 내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어떤 것도 생각 없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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