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의 엉뚱한 걱정
1.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태블릿에서는 엄마가 켜놓은 매일 미사가 재생되고 있다.
2.
나 또한 수십년의 신앙 생활이라는 걸 해봤고 엄마는 내가 살아온 삶보다 더 긴 시간을 해오고 있다.
경험자로서, 그리고 지금은 관찰자로서 종교와 종교인, 아니 신앙인을 보고 있자면, 정말로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인은 그냥 종교를 믿는 사람들, 신앙인은 제대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나눠봤다)
3.
무신론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올바르고 제대로 된 신앙 생활을 하는 극 소수의 신앙인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사람들이 믿는 신이 정말로 있어서 이들의 삶과 신앙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4.
뭐, 신이 있어서 내가 달라질 것도 없고 설령 신이 있다고 해서 믿을 것 같지도 않다만,
내가 어찌 됐든 상관없이 신이란 존재가 분명히 있어서 그들이 응답받았으면 좋겠다.
이들의 기도가 땅에 떨어지고 희생과 헌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들보다 내가 더 허무할 것 같아서 그렇다.
5.
그래서 나는 아주 가끔이지만, 참된 신앙인들을 응원한다.
당신들이 믿는 신이 있기를,
그래서 당신들의 믿음이 보답받기를.
나에겐 신이란 있어도 좋고 없으면 더 좋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겐 '반드시' 존재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