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당신, SNS부터 끊으세요
1.
소설이,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그것이 극도로 편집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순간만을 모아서 재구성했기에 재미 없는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SNS도 마찬가지다.
2.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 중에서 가장 의미가 있고 좋은 부분만을 SNS에 올린다.
그것이 일상인지, 아니면 일상인 것처럼 '연출'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보기에 좋냐, 안좋냐 이게 중요할 뿐.
3.
중요한 건 SNS가 편집된 일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자신의 최고의 순간들만 올리다보면 누구나 다 최고인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4.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정말 극소수의,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지 않는 한, 당신은 SNS에서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테니까.
5.
문제는 그런 비교가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면서 온전히 그 사람을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러워만 해도 다행이고 대게는 질투와 시기, 더 나아가 분노를 느끼기 까지도 한다.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든 '비교'적 모자라보이는 현재 상황이든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든 간에 이러한 인식은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6.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먹든, 어디를 가든, SNS에는 당신보다 더 우월한 장면들 투성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격차를 비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든지 상관없이 스스로의 삶과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면, SNS는 타인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장면들을 보다보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이 만족스러울 수 없다.
사과 시럽을 먹은 사람이 사과에서 맛볼 수 있는 순수한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7.
그리고 당신이 SNS에서 느끼는 격차는 대부분 쉽게 좁힐 수 없는 게 많다.
당신이 하루 아침에 지금보다 몇 배의 돈을 벌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가 아름다워질 수는 없다.
격차에 대한 인식과 그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불가능에 대한 자각 속에서 당신은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고 이는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의하면 SNS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8.
그래서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SNS를 하면서,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보면서 평소보다 더 우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옛 지인들의 SNS를 보다보면 나랑 비슷했던 사람들, 혹은 내가 더 나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훨씬 앞에 있다는 걸 알게 될때마다 드는 자괴감과 실패감이 너무 컸다.
9.
그렇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 4년차부터는 SNS를 끊었다.
그 뒤로한 4년간 인스타그램 앱 자체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벤트나 응모, 서평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설치하긴 했지만,
그동안 끊었던 탓인지 쓸데없이 아무때나 들어가지 않는다.
10.
꼭 SNS를 끊었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 후로 확실히 우울함이나 실패감, 좌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게 됐다.
SNS를 할수록 자신보다는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현재에 충실할 수 없다.
이 말은 자신을 돌보는데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11.
그러니 당신이 평소에 우울함을 잘 느끼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 먼저 SNS를 끊어보는 걸 추천해본다.
특히 나와 같은 양극성 장애 환자를 비롯한 다른 정신질환자들에게는 꼭 그랬으면 좋겠다.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발병 이전보다 현재가 더 안좋은 상황인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상대방과의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특히 과거에 유능했던, 쉽게 말해 잘 나갔던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 크다.
그런만큼 부정적인 감정 또한 일반인에 비해 더 크게 느끼게 되고 이것이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