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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May 31. 2020

내 인생을 바꾼 책 4권

사피엔스, 여덟단어, 신경끄기의 기술, 승려와 수수께끼.

인생 책 1. <사피엔스>


내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집단 상상'은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허구를 믿을 수 있었다. 허구를 다같이 믿으면, 유연한 집단 협력을 할 수 있다. 다른 동물은 못 한다.


사피엔스의 핵심이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를 훑으면서 이 주장을 설득한다. 종교, 국가, 화폐, 인권. 이런 것들이 다 왜 '이야기'인지. 어떻게 인간 역사를 바꿨는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여행은 즐겁다'는 믿음은 낭만주의 이야기 이후로 생겨났다. 르네상스 이전 사람들은 자기 계발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당연하게 여긴 것들도, 사실 '인기있는 내러티브'일 뿐이었다.


한 편의 대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줌 아웃이 쭈우욱 땡겨진다. 내가 신경쓰던 시간-공간이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하라리는 진짜 천재인 듯하다. 어떻게 인류 역사를 이렇게 거시적 관점으로 뚫어볼 수 있지?


동시에 글도 맛깔나게 쓴다. 똑똑한 저자는 많아도, 똑똑하면서 이야기를 잘하는 저자는 드문데. 함무라비 법전부터 실리콘 밸리까지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재밌게 끌고 간다.


내가 죽기 전에 <사피엔스>에 버금가는 책을 쓴다면, 만족하면서 세상을 뜰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책 2. <여덟 단어>



군대 시절 책을 꽤 읽었다. 시간이 많았으니까. 당시 읽던 책의 80-90%는 사회과학책이었다. 하지만 편식하면서 배부를 수가 없었다. 조그마한 군대 도서관에는 책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인문학 책을 많이 읽었다.


군바리는 전역일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철학자가 된다. 내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는 때. 인문학 책에 공감이 잘 될 수밖에.


뭘 읽었더라...? 철학 통조림 시리즈, 그리스인 조르바, 스무살을 위한 철학, 꾸뻬씨의 행복 여행.. 이런 제목이 떠오른다.  


이 책들을 읽고 나면 하루이틀 정도는 진지진지 열매를 먹은 느낌이었다. '너 왜 사냐?' '뭐할 때 행복하냐?' '앞으로 뭐하고 살거냐?'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고민이 꽤 값졌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여덟 단어>다. 박웅현의 강의 내용을 옮긴 책이다. 8개 챕터 중에서 [자존], [본질], [견]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피엔스>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면, <여덟 단어>는 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기여한 책이라고 할까. 구어체라 편하게 술술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인생 책 3. <신경 끄기의 기술>


최근 추가된 인생 책.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다. 자기계발서지만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보통 자기계발서에 없는 철학적 깊이와 유머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었고, 밀리언셀러가 됐다. 2018년 미국 전체에서 3번째로 많이 팔렸다. 논픽션 중에선 1위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터진 건 드문 일 아닐까 싶다.


성공하는 방법. 행복해지는 방법. 마크 맨슨은 그런 걸 말하지 않는다. 책 광고를 보면 오해할 수 있지만,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나 생각 정리를 말하는 책도 아니다.


'노력하지 마라', '너는 특별하지 않다' 뭐 이런 말로 시작한다. 에이, 그냥 어그로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읽다보면 알게 된다. 깊은 철학적 베이스가 깔려있다는 걸.


행복/고통은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없다. 생존을 위해 몸이 만드는 신호일 뿐이다. 어떻게 해도 인간은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더 중요한 건 인생의 가치(우선순위)다. 고통을 없애려고 할 게 아니라, 어떤 고통을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에 신경을 쓰고, 쓰지 않을 것인가.


스토아 철학, 불교 철학과 연결된다. '명상록'이나 '싯다르타'를 현대 버전으로 재밌게 각색한 책을 읽는 느낌. 아직 나도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두고두고 읽어보면서 곱씹어보려고 한다.



인생 책 4. <승려와 수수께끼>


이 책은 스토리가 재밌다. 레니라는 창업가가 투자해달라고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레니는 젊고 열정만 넘친다. 베테랑 기업가이자 투자자인 랜디 코미사는, 레니에게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달래며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랜디의 과거와 레니에게 해주는 조언이 날줄과 씨줄처럼 맞아들어간다. 동시에 레니와, 레니 공동창업자, 다른 투자자 시선도 같이 엮는다.


소설 같기도 하고 자서전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읽어도 재밌다. 뻔한 자서전 식이었으면 이만한 감동은 없었을 거다.


<승려와 수수께끼>가 '좋은 책'을 넘어 '인생 책'인 이유는, 내가 사업을 그만둘까 고민할 때 읽었기 때문이다. 한줄 한줄 공감되는 말이 너무 많았다. 마치 레니가 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미뤄 놓은 인생 설계'라는 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뤄놓은 인생을 살지 말라'는 말이, '책임감'과 '원하는 일' 사이 망설이던 나를 뻥차서 나아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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