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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Mar 29. 2020

뇌가 잘못된 믿음을 만드는 이유

무작위 앞에서 뇌는 오류 투성이가 된다

실험 참가자를 방에 둔다. 방에는 버튼이 몇 개 놓여있다. 조명도 하나 있다. 이 방 안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불이 들어오면서 점수를 얻었음을 알려준다. 참가자들은 그 행동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빨리 점수를 올리는지 보는 테스트라고 말해준다.

예상하다시피, 참가자는 일단 버튼을 마구 눌러댄다. 그러다가 불이 들어온다. 방금 했던 행동을 반복해 점수를 더 얻으려 한다. 어? 그런데 이번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좀 더 복잡한 행동을 추가해본다. 이 버튼을 세 번 눌렀다. 저 버튼을 한번 누른다. 5초를 기다린다. 딩동댕! 불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 방법도 또 안 통한다. 버튼이 아닌가? 앉은 자세인가? 뭘 만져서 그런가? 발과 관련 있나? 딩동댕! 불이 들어온다. 역시! 발 때문이었군.

참가자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실험을 계속한다. 보통 10분 정도면 자기가 확신하는 나름의 패턴이 생긴다. 한 다리로 10초 서있기, 버튼의 복잡한 순서를 특정 방향을 보면서 외우기 등 별별 이상한 게 다 나온다.

여기서부터가 재밌는 점이다. 사실 불 켜지는 건 랜덤이다. 순서나 패턴이 없다. 오직 착각하는 사람만 있을 뿐.

이 실험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방을 나서면서 다들 확신했다. 애를 좀 먹었지만, 자기가 점수 따는 패턴을 알아냈다고 말이다.

뇌는 계속 의미를 만들려는 본능이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2가지다. 1) 뇌는 불완전하다.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잘못된 정보를 기억한다. 2) 의미를 한번 만들어내면, 확증 편향이 생긴다. 의미에 맞게 경험을 해석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본 이야기다. (논문은 Searching for patterns in random sequences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노하우를 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그래 봤자 2-3번인 얕은 경험인데.

  

무작위와 우연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 뇌는 잘못된 믿음 투성이가 된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내 믿음이 현실에 부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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