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앞에서 뇌는 오류 투성이가 된다
실험 참가자를 방에 둔다. 방에는 버튼이 몇 개 놓여있다. 조명도 하나 있다. 이 방 안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불이 들어오면서 점수를 얻었음을 알려준다. 참가자들은 그 행동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빨리 점수를 올리는지 보는 테스트라고 말해준다.
⠀
예상하다시피, 참가자는 일단 버튼을 마구 눌러댄다. 그러다가 불이 들어온다. 방금 했던 행동을 반복해 점수를 더 얻으려 한다. 어? 그런데 이번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
좀 더 복잡한 행동을 추가해본다. 이 버튼을 세 번 눌렀다. 저 버튼을 한번 누른다. 5초를 기다린다. 딩동댕! 불이 들어온다.
⠀
그런데 이 방법도 또 안 통한다. 버튼이 아닌가? 앉은 자세인가? 뭘 만져서 그런가? 발과 관련 있나? 딩동댕! 불이 들어온다. 역시! 발 때문이었군.
⠀
참가자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실험을 계속한다. 보통 10분 정도면 자기가 확신하는 나름의 패턴이 생긴다. 한 다리로 10초 서있기, 버튼의 복잡한 순서를 특정 방향을 보면서 외우기 등 별별 이상한 게 다 나온다.
⠀
여기서부터가 재밌는 점이다. 사실 불 켜지는 건 랜덤이다. 순서나 패턴이 없다. 오직 착각하는 사람만 있을 뿐.
⠀
이 실험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방을 나서면서 다들 확신했다. 애를 좀 먹었지만, 자기가 점수 따는 패턴을 알아냈다고 말이다.
⠀
뇌는 계속 의미를 만들려는 본능이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2가지다. 1) 뇌는 불완전하다.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잘못된 정보를 기억한다. 2) 의미를 한번 만들어내면, 확증 편향이 생긴다. 의미에 맞게 경험을 해석한다.
⠀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본 이야기다. (논문은 Searching for patterns in random sequences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노하우를 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그래 봤자 2-3번인 얕은 경험인데.
무작위와 우연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 뇌는 잘못된 믿음 투성이가 된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내 믿음이 현실에 부합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