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범근 Mar 29. 2020

현대인 십중팔구가 걸려있는 병

'나중에 보기' 해놓고 안 본다

현대인 십중팔구가 걸려있는 병이 있다. 이름하여 '나중에 보기' 병. 증상은 간단하다. 페이스북에서 좋은 링크를 보면 '나중에 보기'로 저장한다. (심하면 읽지도 않고 남한테 공유만 한다.) 그 외에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블로그든, 종이책이든 다 해당된다. 콘텐츠는 계속 쌓인다. 그리고 절대 '안 읽는다' ⠀ ⠀


솔직히 나는 완전히 중증이다. 콘텐츠 욕심이 정말 많아서 증상이 전방위적이다. 1.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서 책을 마구 다운로드한다. 무료니까. 그리고 안 본다. 2.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막 빌린다. (행복) 그리고 안 본다. 3. 팟캐스트 잔뜩 구독한다. (와 이런 재밌는 것들이 있어?) 그리고 안 본다. 4. 인사이트 쩌는 블로그 글을 발견하고 저장한다. 그리고 안 본다. 기타 등등.

'안 읽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세상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다 못 읽는 건 당연하다. 나한테 중요한 것만 읽을 수밖에.

진짜 문제는 이거다. '나중에 보기' 리스트는 항상 내 머릿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약간의 죄책감과 정신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안 읽을 거면 신경을 꺼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볼 것도 아니고 안 볼 것도 아닌 그 애매한 상태로 남아있다.

심지어 읽을 시간이 있어도, 뭐부터 읽을지 선택 장애가 온다. 저장을 너무 많이 해놨으니까. 수백 개의 블로그, 영상, 링크, 책에 압도되어 버린다. 그렇게 막상 읽는 시간도 잡아먹는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모든 사람이 이걸 병이라고 볼 것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 찜하고 못 본 영화 많으면 뭐 어때. 다 재밌자고 보는 건데 그럴 수도 있지. ⠀

하지만 요즘 나한테는 고치고 싶은 병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매주 2개씩 찍어내기 위해선, 좋은 인풋이 계속 들어와야 한다. 고퀄리티의 지식이나 참신한 관점을 읽어야 한다. 거기에 대해 내 의견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나도 고퀄리티의 지식과 참신한 관점을 생산할 수 있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 강남 교보문고 매대 수준으로 복잡한 나의 전자책 리더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거 좀 심각한데... ⠀

콘텐츠 읽기/듣기/보기를 우선순위화할 필요를 느꼈다. 기준을 세워서 중요한 것부터 나래비를 세워야 한다. 맨 위에서부터 읽고, 안 중요하면 과감하게 지우고. 새로운 콘텐츠는 리스트 앞이 아니라 뒤에 추가되게. 읽을 시간이 생기면 바로 맨 위부터 읽을 수 있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콩코드가 40년간 적자를 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