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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Nov 15. 2021

쪽팔린 글이 좋은 글이다

가수 폴킴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것

가수 폴킴이 해준 이야기다. 


폴 킴은 가수 지망생이었다. 작곡을 하고 오디션에 지원했다. 하지만 오디션은 번번이 떨어졌다. 주변의 반대도 심했다. 


그만둬야 할까. 난 소질이 없는 걸까.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작곡밖에 없으니 매일 작곡에 몰두했다.


그때 폴 킴은 카페 알바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일을 하고 있는데 그날따라 카페에 손님이 없었다. 


손님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밖을 보니 비가 내리다 말다, 하고 있었다. 폴 킴은 그걸 보며 날씨가 왜 이러지?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 폴 킴은 그때 분위기, 당시 감정을 떠올려 곡을 썼다. 그게 '비'다. 


'비가 내리다 말다 / 우산을 챙길까 말까'로 시작하는 그 노래. 


폴킴이 가수가 될 수 있게 해준 최대 히트곡이다. 나도 사실 이 노래만 알고, 폴 킴은 잘 몰랐다.


출처: 폴킴 공식 유튜브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비'를 좋아했을까? 폴 킴은 스스로 물었다. 


'비'를 쓸 때 자신은 순간 느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담으려 했다고 한다.


음악을 계속해야 할까 말까. 헷갈리고 흔들리는. 그런데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뭔가 내 기분 같은. 그 느낌과 분위기. 


'비'는 그냥 폴킴 자신 얘기였다. 그런데 그 노래를 많은 사람이 '내 얘기 같다'면서 공감했다. 반응을 보면서 폴 킴은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나만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은 별로 관심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을 거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일상적이고 사적인 이야기가, 가장 큰 공감을 불러오는 거 같아요.

폴 킴은 이 질문을 자신의 최대 무기로 삼았다.


'그때 난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때 나의 이야기'를 담자. 그냥 내 스스로가 어떤 감정과 느낌인지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자. 그걸 노래에 담자.




폴킴의 이야기는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점과 정말 비슷했다.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좋은 글이 뭘까? 사람들은 왜 이 글을 좋아할까?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개인적이고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다.



사람들은 커피의 객관적 특성을 읊는 글에 끌리지 않는다. 내가 커피를 처음 마셨던 순간, 감정, 느낌. 커피를 마시면서 했던 생각들.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담긴 글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마음 속에 깊은 곳에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강한 욕구가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솔직하게 내 마음을 말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항상 목마름이 있다.


나 대신 누군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마치 내 얘기처럼 느낀다. 공감하거나 위로받는다고 느낀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 비슷한 면이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곧 보편적인 이야기다.


글을 쓰면서 정말 놀랄 때가 많다. 


아, 이거 올릴까 말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 아닐까. 

쪽팔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올린 글은, 

정말 예외 없이 사람들이 좋아한다. 


반대로 

진짜 생각은 그게 아니지만.. 

말하고 싶진 않아. 

대충 다듬어서 올리자.


이런 생각으로 올린 글은, 

정말 예외 없이 사람들이 안 본다. 


사람들은 포장인지 진솔한 얘기인지, 본능적으로 느낀다.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폴킴처럼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열심히 물어본다. 나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려고 많이 노력한다. 


나한테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한다'는 말은 '개인적이고 쪽팔린 글을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한다'라는 말과 같다. 


물론 내 머릿속의 거대한 카오스를 들여다보는 건 어렵다. 솔직하게 꺼내어놓는 건 더 어렵다. 


꽤 오랫동안 글을 써도 그렇다. 아마 평생 어려울 거 같다. 하지만 그게 글쓰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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