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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n 18. 2021

도전

 비가 슬쩍 흩뿌리다 날이 개었네요. 당신께 안부를 전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날씨를 확인하고서 안부의 첫 문장을 적어봅니다. 이제 편지를 쓰는 일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브런치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 또 하나의 일과가 되었어요.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어딘가에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약속한 작은 도전을 위함이기도 합니다. 


 저는 글을 오래오래 쓰고 싶습니다. 제 글쓰기의 마지막 목표는 제가 상상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오래 쓰기란 쉽지가 않더군요. 꾸준함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6월 한 달 동안 글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당신께 편지를 쓰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쓰기 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새삼 깨닫죠.

 '글을 꾸준히 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은 날에는 글을 그만 써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글쓰기에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도 더러 들지요. 그래도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일'중에 하나라 쉽게 놓지 못하고 오늘 또 편지를 쓰기 위해 여기 앉아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매일 같은 일을 몇 년째 하는 것도,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대단한 일이에요.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 일상을 유지하는 힘을 매일 단련하는 것은 엄청난 일임에 분명합니다. 당신께서도 저처럼 작은 도전을 하고 계시는 것이 있나요? 혹은 더 큰 도전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무엇이 되었든 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은 이미 대단하므로 반드시 도전에 성공할 것입니다.


 글을 쓰다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같은 때 말이에요.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조금씩 실타래를 풀듯이 이야기를 풀고 있어요. 그래요,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는 말입니다. 스스로 약속했던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럴 때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참 고민을 하고, 글감을 떠올리고, 썼던 글을 다 지우고, 새로 쓰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이 말을 머릿속에 새겨버려요.

 '망하면 어때.'


 스스로와 한 약속의 가장 큰 장점은 망해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 약속은 저만 알고 있거든요. 저만 비밀로 묻어두면 그만입니다. 망하면 어때, 하고 생각하면 마법같이 머릿속이 가벼워집니다. 제법 괜찮은 방법입니다. 망하면 어떤가요. 밑져야 본전입니다. 본전도 못 찾을 도전이라면,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누군가 나의 도전과 나의 시간 소비에 잔소리를 얹거든 도전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스스로에게만 알려주시기를 권장합니다. 물론 저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 잘 통하는 방법임을 참고해주세요.


 도전하는 것은 한 자리에 고여있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런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언제든지 도전하고 포기하고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이 또한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용기가 조금 있는 날인 것 같습니다. 하루는 용기도 없고 희망도 없다가 그다음 날에는 즐거워하는 저를 보시면서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요. 변덕스러운 감정이 옮을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지켜봐 주심에 한없이 감사드립니다. 우울증이 조금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은 하루들이 있다는 것에 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용기가 있는 하루를 조금 더 즐겨야겠습니다. 내일은 어떤 감정이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5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시길 바랄게요. 좋은 밤 보내세요.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18. 금.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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