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 Jun 21. 2021

실수한 날에는

 다시 일주일의 시작입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요?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월요일이었습니다. 마음은 일하기가 싫어 몸부림을 치지만 몸은 일을 해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을 하던 중간에 실수를 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큰 실수도 아니었고, 스스로 바로잡아놓기도 했지만 왠지 마음은 찝찝했습니다.


 그런 날이 있잖아요.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 실수 하나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실수 하나에 이렇게 크게 휘청이고 싶지 않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큰 실수라도 바로잡으면 되는 것인데, 누구도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데 하루 종일 마음이 쓰입니다. 성격이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우울증 때문에 이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울증 진단 전에도 작은 실수 하나에 며칠씩이나 마음 쓰며 걱정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원래 성격이 이런 모양입니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몇 번이고 확인하며 일을 진행하는 데도 꼭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곤 합니다. 때로는 제 잘못도 아니고, 규칙이 바뀌어서 혹은 상사들의 지시가 바뀌어서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임에도 홀로 그것을 끌어안고 걱정과 비관을 번갈아 합니다.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날에는 무엇이든 제가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는 일을 해야 기분이 나아집니다. 예를 들면, 냉장고 정리라던지 설거지나 빨래 같은 것들이요. 아주 쉬운 것이지만 척척 해내고 나면 그제야 마음이 조금 괜찮아집니다. 생각보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은 몸과 마음에 힘을 불어넣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설거지를 아주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덕분에 조금 나아졌어요.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또 별 것 아닌 걸로 그런다. 별 일 아니야. 다 그런 거야.'

 그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싱크대를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를 쓸 힘은 얻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오늘 한 실수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시간이 알려줄 겁니다. 저는 오늘이 지나면 이 일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9년을 살았는데 아직 스스로를 조절하기에는 벅찹니다. 여전히 아이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 성장하는 것일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실수 하나에 무기력한 하루였다면, 청소나 빨래 혹은 설거지라도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무언가를 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청소나 빨래, 설거지만을 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아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작은 것 하나에 관심은 쏟더라도, 작은 것 하나에 휘청이지는 않기로 해요.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밤,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21. 달. 아름-.

매거진의 이전글 독이 되는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