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주일의 시작입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요?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월요일이었습니다. 마음은 일하기가 싫어 몸부림을 치지만 몸은 일을 해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을 하던 중간에 실수를 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큰 실수도 아니었고, 스스로 바로잡아놓기도 했지만 왠지 마음은 찝찝했습니다.
그런 날이 있잖아요.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 실수 하나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실수 하나에 이렇게 크게 휘청이고 싶지 않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큰 실수라도 바로잡으면 되는 것인데, 누구도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데 하루 종일 마음이 쓰입니다. 성격이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우울증 때문에 이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울증 진단 전에도 작은 실수 하나에 며칠씩이나 마음 쓰며 걱정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원래 성격이 이런 모양입니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몇 번이고 확인하며 일을 진행하는 데도 꼭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곤 합니다. 때로는 제 잘못도 아니고, 규칙이 바뀌어서 혹은 상사들의 지시가 바뀌어서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임에도 홀로 그것을 끌어안고 걱정과 비관을 번갈아 합니다.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날에는 무엇이든 제가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는 일을 해야 기분이 나아집니다. 예를 들면, 냉장고 정리라던지 설거지나 빨래 같은 것들이요. 아주 쉬운 것이지만 척척 해내고 나면 그제야 마음이 조금 괜찮아집니다. 생각보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은 몸과 마음에 힘을 불어넣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설거지를 아주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덕분에 조금 나아졌어요.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또 별 것 아닌 걸로 그런다. 별 일 아니야. 다 그런 거야.'
그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싱크대를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를 쓸 힘은 얻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오늘 한 실수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시간이 알려줄 겁니다. 저는 오늘이 지나면 이 일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9년을 살았는데 아직 스스로를 조절하기에는 벅찹니다. 여전히 아이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 성장하는 것일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실수 하나에 무기력한 하루였다면, 청소나 빨래 혹은 설거지라도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무언가를 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청소나 빨래, 설거지만을 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아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작은 것 하나에 관심은 쏟더라도, 작은 것 하나에 휘청이지는 않기로 해요.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밤,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21. 달.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