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수요일입니다. 이곳은 난데없는 소나기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고 있어요. 당신이 계신 곳은 날씨가 어떠신가요? 변덕스러운 날씨에 당황스러운 요즘입니다. 그래도 한바탕 시원하게 쏟아지는 것을 보니 마음은 개운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어두운 면도 숨기지 않는 글 말이에요. 때로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기도 합니다. 어른이 읽어도 좋고 아이가 읽어도 좋은 그런 동화를요. 하지만 마음처럼 글이 쉽게 써지지는 않습니다.
머릿속에 소재는 넘쳐나는데 그 소재들이 손가락 끝으로 잘 흘러들어오지는 못합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기도 해요. 이 정도면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고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해보지만 그 미련이 종잇장을 접듯 쉽게 접히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꿈이었는데 꿈을 이루기가 영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놓지도 그렇다고 붙잡지도 못한 채로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되는 대로 휘갈기던 시절을 지나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최근에는 '팔리는 글'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팔리는 글은 그대로 또 다른 어려움이 있더군요. 독자층을 설정하는 것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욕심이 많다 보니 독자층을 특정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필체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 문장 쓰기가 고역이었습니다. 노하우들을 읽고 '팔리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만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또 문득, 글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 '글로 돈을 버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왜곡되어 쓰고 싶은 것을 쓰려는 순수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글로 돈을 끌어모으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쓰고 싶은 글에 집중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생각들이 여러 번 교차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느라 글에 집중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읽고, 더 써야 하는데 마음만 조급해서는 지금도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군요. 편지글 하나 쓰는 데에도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한 세계를 만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왜 그다지도 쉽게 여겼을까요. 과거의 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글로써 무엇을 말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깊이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더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어야겠습니다. 더 읽고, 더 쓰겠습니다. 성급한 마음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당신께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마음을 다 잡습니다. 스치는 말들이 당신께도 무언가 남길 수 있는 말이 되도록 열심히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도 비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빗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을 비우고 먼산을 한 번 바라보고 와야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랄게요. 그럼 이만.
21. 06. 23.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