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드라마를 보다 늦은 기상을 했던 하루입니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드라마를 다시 틀고,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고, 또다시 드라마를 트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시간을 너무 낭비하는 것 같은가요?
저는 이런 시간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쉬지 못하기 때문에, 주말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지금도 마음이 온전히 편안하지는 않지만 평소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주말엔 컨디션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모릅니다. 처지면 처지는 대로, 오락가락하면 그저 그런대로 지내면 돼요. 그런 부담감이 없는 주말을 좋아합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쉴 수 있는 주말을 좋아합니다.
주말이라고 낭비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가 낭비하는 것을 좋아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것을 드디어 찾았군요. 소비하고 낭비하는 것. 누군가는 소비와 낭비를 하면 되려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제 마음을 편케 합니다.
이번 주는 드라마를 보며 주말을 소비하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보고 싶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깨끗하게 씻고 상쾌해진 몸으로 또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도 드라마를 보다 말고 당신께 안부를 묻기 위해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이 앞에 앉았습니다. 당신께서는 어떤 주말을 보내고 계신가요? 어떤 쉼을 하고 계신가요? 가끔은 휴무를 핑계로 푹 쉬는 날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안부를 마치면 다시 보던 드라마를 틀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예정입니다. 오늘만큼은, 그리고 앞으로의 주말만큼은 모든 것을 멈추고 쉬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덜어내고 푹 쉬어보겠습니다. 당신께서도 쉬는 날만큼은 열심히 쉬는 데에만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잘 쉬어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잘 해낼 수 있으니까요.
어느새 안부를 묻기로 했던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동어반복을 때로는 의식의 흐름을 여과 없이 보여드렸던 것 같습니다. 의미가 있던 한 달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안부를 묻는 날, 당신께 안부를 물으며 작은 이야기들을 털어놨던 것이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다시 보던 드라마를 시청하러 가야겠어요. 부디 좋은 시간으로 주말을 채우시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26. 흙.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