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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티 Jul 19. 2021

 회사 밖에서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어쩌다 시작된 커리어 <독립 노동자>

퇴사를 하니 자연스럽게 소득이 사라졌다. 매달 1일에 [급여]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차곡차곡 쌓아온 연봉은 그저 숫자에 지나치지 않았다. 작년만 해도 연봉을 더 많이 받고 싶다며 투덜댔었는데 퇴사를 하고 나니 “그래도 나 꽤 많은 돈을 받고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땅 파면 돈 나오냐는 엄마의 말이 뼈저리게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월급은 사라졌지만 다행히 3개월 정도 남편에게 손 벌리지 않고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돈 (그래 봤자 몇백...)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던지. 잔고가 0원이 되기 전엔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두렵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철저히 <회사 노동자>였다.

회사 밖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퇴사를 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과거의 내가 상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커리어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바로 <독립 노동자>의 길이다.

독립 노동자, 즉 프리랜서는 나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나는 외향적 성향도 아니고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굉장히 좁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극평 범인 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에겐 디자인, 개발 같은 ‘기술’이 없었다. 이러한 내가 독립 노동자라니. 이게 가능한 일인 것일까?


고백하자면 독립 노동자의 커리어는 아주 작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되었다. 용돈이 점점 떨어져 갈 때쯤 친한 선배로부터 받은 SNS 콘텐츠 기획 업무가 그 시작이었다. 7년 동안 광고/마케팅 업계 회사를 다니며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한 경험 덕에 큰 문제없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이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 두 회사의 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에 지원했고 나의 경력과 경험을 좋게 평가해주신 덕분에 세 달 째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또한 처음으로 나를 믿고 일을 준 선배와는 더 긴밀한 관계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실행하고 있다. 지금은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도 독립 노동자의 커리어를 지속해나가는 새로운 형태로 일하고 있다.


독립 노동자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독립 노동자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일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일을 주신 클라이언트와 한 팀처럼 일하기도 하고, 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협업하기도 한다. 오히려 독립 노동자로 일할 때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회사를 다닐 땐 바로 옆에 동료들이 있었지만 독립 노동자로 일할 땐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원활하고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2. 독립 노동자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

애견 카테고리의 P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이 브랜드와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은 브랜드 가진 진정성 때문이다. 나 역시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보니 반려동물의 더 나은 삶을 생각하는 브랜드의 미션과 가치가 나에게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 브랜드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나는 이 브랜드의 구성원도 아니고, 프로젝트 단위로 단가를 책정해 보수를 받는 프리랜서다. 그렇지만 브랜드를 성장시키겠다는 진심을 담아 일을 하니 결과물의 퀄리티도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브랜드 담당자 분도 내 진심을 알아봐 주시더라. 이렇게 진심을 담아서 일하는 것이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독립 노동자는 일의 한계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처음엔 조급한 마음이 컸다. 적어도 내가 받던 월급 이상의 보수를 받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무리하게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목표가 ‘돈’이 되면 모든 방향성이 흐트러진다. 내가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한계 수준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착수할 경우 스스로 번아웃이 오거나, 아웃풋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제는 보수가 적더라도 우선순위를 세워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집중해서 한다. 지금은 평일엔 주 업무가 고정적으로 있기 때문에,  퇴근 후의 시간 + 주말의 시간 - 여가 시간 내에서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한다. 그래야 집중적으로 일하며 퀄리티 있는 아웃풋을 낼 수 있을 테니까. 이렇게 일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더 다양한 프로젝트 기회들이 주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하든, 독립적으로 일하든 [함께] 일하는 것은 역시 가장 중요한 가치다.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진심을 담아 일하는 것. 앞으로도 이 가치를 계속 추구하며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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