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월 넷째주 추천 Thought & Movie
추천 생각 - 생각을 생각해보기
추천 영화- 인셉션, 미스터노바디, 코멧
An idea is like a virus. resilient.
higly contagious.
The smallest seed of an idea can grow
It can grow to define or destroy you.
- Inception 中 -
하나의 생각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그 잠재력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마음 속에 새기기도 어려우면서도 한번 들어오면 지워지지 않는 것 역시 생각이다. 자신에게 새겨진 하나의 생각이 어떤 현실을 만들 수 있는지는 <인셉션(inception, 2010)>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듯이 누군가는 자살하고 누군가는 가업을 해체시킨다. 현실에서 좀 더 과격한 예시를 찾아보자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중 특정 단체는 테러를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며 살인을 개의치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마음속 근원에는 각자가 지향하고 있는 주의(ism)가 존재하고, 그로인해 아주 다양한 인생을 만들게 된다.
생각이 무서운 이유는 조그만 하나의 생각이 삶 전체를 컨트롤하는 코어이기 때문뿐만이 아니다. 삶을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 순간에 작동하는 그 주의(ism)들, 우리 스스로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최면의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더 옳거나 좋은 생각인지 판단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결국 그 작은 생각의 최면은 널 정의하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프랑스 철학자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는 "우리가 현재 판단하는 성적, 정치적, 법적, 교육적, 종교적인 행위의 패턴들은 일종의 권력에 의해 훈육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보편적인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닌 특정 시대, 특정 지역 권력의 생각이 만든 규제가 전부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꿈에서 깻을때야만이 그 꿈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생각은 자신을 그 꿈속에 가두고 미로속에 빠트린다. 어떤 생각이 옳고 어떤 판단이 맞는지는 알길이 없다. 솔직히 정해진 것도 없다. 하나의 생각으로부터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인간은 생각에 사로잡힌 사유의 동물이라는 점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생각의 노예가 된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점점 더 생각에 집착을 하게 된다. 해답을 찾으려고 발버둥치고 미로 밖으로 나오려 한다. <미스터노바디(Mr.Nobody, 2009)>는 이러한 생각의 미로를 끔찍하리만치 잘 묘사하고 있다. 이혼을 앞 둔 부모를 두고 주인공 니모는 엄마를 선택할지 아빠를 선택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무엇이 옳은 생각인지 결정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니모는 현실에서의 선택하기를 그만두고 미래를 상상한다. (역시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는 어려운 난제 중 하나인 듯.)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 실재인지 상상인지 구분을 짓지 않고 언급도 없거니와 관객을 농락시키는 중구난방식의 편집방식이다. 마치 생각을 하거나 꿈을 꿀때처럼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법칙도 거스른다. 영화의 매체적 성격을 마음껏 이용하며 서사구조를 깨트리고 어떠한 이야기의 진행도 거부한채 니모를 생각의 굴 안으로 빠지게 하고 니모의 혼란 상태를 그대로 묘사한다. 선택의 두려움, 순간의 고민은 상상, 회상, 최면, 꿈, 창작이라는 매체로 시각화되며 니모도 관객도 미로에 빠지게 된다.
We cannot go back.
That's why it's hard to choose.
You have to make the right choice.
As long as you don't choose, everything remains possible.
- Mr.Nobody 中 -
결국 니모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생각할 수 없다면 그 생각을 유보시키는 것이 가능성을 남겨두게 되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말을 남긴다. 생각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니모의 말은 재밌다. 내가 누굴 좋아할 지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든지 좋아할 수 있고 모든 가능성을 갖을 수 있다. 두 여자를 한번에 안아보는 상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 자체로 우리는 상상의 공간 속에서 누구든지 좋아할 수 있고 언제든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현실로의 생각을 중지하고 상상의 생각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니모는 스스로의 존재가 사라지는 Mr. Nobody가 된다. 서두에 말했듯이 생각을 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을 안한채 남겨놓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또한 아빠의 담배 연기가 공기 중으로 퍼지듯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앤트로피(Entropie) 자연의 법칙을 우리는 거스를 수 없다. 현실에서의 시간축은 어쩔 수 없이 흘러가고 기차는 출발시간에 출발해야만 하므로 우리는 결정의 순간에 도달해야만 한다. 생각이 진행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생각을 안할 수 없다. 무엇이 더 좋은 방법이 되었던지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이유때문이든, 자연의 순리때문이든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할아버지 모습의 니모는 "살아 있는 것들 마다 모두가 옳은 것이야. 모든 길이 올바른 길이고 모든 것은 어떠한 것이든 가질 수 있지. 그것은 실재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어."라며 생각하고 결정하기를 두려워 하지 말기를 권한다. 모든 생각은 다 올바르다고 말한다. 무슨 코에 걸면 코딱지인지 말은 참 쉽다.
<코멧(comet, 2014)> 역시 편집의 방법으로 <미스터노바디>처럼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이제 한 씬마다 당시의 생각을 보여주고 상황, 고민을 그려내어 관객은 분절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읽어 나가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서의 주된 내용은 꿈이다. 아니 전체가 꿈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영화는 분절된 조각들로 구성되며 시간의 축을 거스름으로 오히려 꿈의 속성을 잘 살렸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어쨋든 이 영화 역시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점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생각, 그로인한 대화, 행동, 결과를 후회하며 다시 생각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심정이다. <인셉션>이 자신이 행하게 될 행동에 앞서 구성되는 새로운 생각의 발현에 대한 이야기라면 <미스터노바디>는 선택 이전에 고민하는 상상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코멧>은 과거에 델과 킴벌리가 만들었던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반복되는 델의 회의를 보여준다. 다시한번 새로운 사랑을 갈망하는 소망이자 사랑에 대한 후회의 생각이 꿈 속에서 표출되고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언급한 세 영화는 가상의 현실이야기로 실재를 만들어간다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 꿈이든 상상이든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되어 있는 그 곳은 모든 생각들이 보존되어 있는 장소이자 정신적 삶의 공간이다. 그곳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새겨 넣거나 고민하고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김없이 생각에 갇혀 사는 동물임을 알려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삶을 결정하는 하나의 생각과 그리고 그것에 씌어진 콩깍지는 우리를 무궁무진하면서도 다양한 모습들로 만든다. 때로는 세련되게 때로는 질펀하게. 그리고 언제고 우리를 파괴할지 모른다. 따라서 생각은 잔인한 적군이 되기도 든든한 아군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의 콩깍지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내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최면의 상태일지라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느낌이 온다. 이제는 알고 있다 해도 벗을 수 없는 상황에 온것만 같다. 이제는 옳고 그르고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