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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Feb 28. 2018

편안한 존버

먹고 살 궁리 #리틀포레스트 #무비패스 #영화리뷰

   

나 역시 청년이기에 감정돋는다. 공감과 교감으로.

이 영화는 먹고 살 궁리에 관한 영화다. 청년들이.  보면 알겠지만 확실히 먹는 장면, 고향집에서 사는 이야기가 주다. 영화는, 나이대마다 여러 고민들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 고로 20대 중반과 30대 중반 사이의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으로부터 활보하는 또 다른 길을 상상한다. 원래 상상은 즐거우리만큼 편안하기에 힐링영화라 평한다면 그것 또한 인정. (내가 힐링에 대해 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Plan B→A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그리고 세대가 세대이니 만큼, 수 많은 삶의 방향성들은 너무나도 다양하게 검색된다. 모두 다 상상한다. 효리처럼 상순처럼 사는 풍경을. 취준생과 사회초년생 시기의 청년들은 그 모습을 한 편의 판타지로 잠시 저장해놓고, '먹고 살 궁리'를 고민한다.

현재 8~90년대 세대가(그 전 세대는 들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고민하는 이 '먹고 살 궁리'라 함은 당연히 돈 버는 문제를 포함하지만, 여기서 말하려 하는 점은 돈보다 더 선행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들이다. 돈 벌어 먹기가 쉽지 않음은 뼈저리게 와닿지만 이보다 더 골몰히 초점이 가 있는 곳은 '사는 방식'이다.  이 말 뜻은 지극히 세상을 나 중심으로 살려는 태도다. 가령 내가 샐러리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하루에 8시간 동안 나를 위해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순전히 오너가 하려는 일을 대신 해준다고 생각해서다. 해서 별 흥미를 못느낀다.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고 그 일을 하는 행위들로부터 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내가 사는 방식을 설계하고 고민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청년들 또한 나와 같은 연유로 기존 사회 시스템을 잘 따르지 않는게지.

시골로 내려온 재하(류준열)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과 농사를 망쳐도 충분히 즐겁다. 관객들은 아마 이런 그에게서 안도를 느낄 듯. 회사를 때려치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Plan B가 삶의 Plan A로 도치된 지금의 재하는 셋 중에서 제일 행복해 보인다.   



편안한 존버

도시의 삶에서 낙방한 혜원(김태리)의 도피생활이 너무도 매력적이다.  혜원은 '프로 존버'인듯. 이 영화의 매력은 누가봐도 음식이고, 먹는 것 하나만으로 삶이 윤택해보인다. 사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자연스레, 그러면서도 노골적으로 음식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영화의 서사 외적으로 관객을 기분좋게 만들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메리칸 셰프>가 생각나는데 이것이 미국식 '음식의 즐거움'이라면,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식 '음식의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음식을 둘러싼 교감이나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건 즐겁다. 여기에 혜원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도 무미하게 한 숫갈 얹는다.

음식 말고도 빠질 수 없는 것이 혜원의 고민이다. 아무리 음식과 친구들과의 교감으로 고민을 감추려 하려 해도 스믈스믈 삐집고 나오는 현실로의 근심들- like 잡초. 표정변화가 더딘 혜원의 얼굴과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독백은 남들에게 말 못할 근심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편안한 이유는 혜원이 가지고 있는 진지한 이야기들을 음식으로 은유하고 있어서다.  "아무리 바쁜 척해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라고 말하듯 아직 해결책은 없지만 요리하는 시간과 친구들과의 만남은 삶에 대한 재정비를 도와주고, 나를, 내 삶을 다시한번 발견하게 해준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잠수나 존버는 뭐랄까 약간 대인기피? 페인? 이런 느낌이라 루저의 이미지가 묻어 있어서 곤혹스러운 행동일테지만, 혜원의 잠수는 활력 돋는다. 오히려 생산적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삶의 방향들을 다채롭게 상상한다.  

시골로 내려온 헤원의 모습에서 공감을 느낀다. 힘든 마음과 삶에 대한 고민,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에서 얻는 힐링. 애써 하루를 알차게 보냄에도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고민들은 아직 뚜렷한 해결점이 없지만 한발자국씩 내딛으며 나를 단단하게 혹은 노련하게 만든다. 


즐거운

이 영화는 즐거운 식사 한번 친구들과 같이 한 기분이다. 굳이 살을 붙여 포장 할 필요 없이 즐거운 영화 딱 그정도다. 

끝내기 전에 마무리는... 일전에 음식에 대해 한마디 한적이 있다. 그걸 한번 더 써먹자.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나 이야기를 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속성을 껴안고 음식은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중요한 메타포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음식은 사람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고 특정한 추억의 장소가 가능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도구이자 즐거움의 예술이 된다." 

암튼 청년 파이팅이다. 존버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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