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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Feb 12. 2016

푸드의 즐거움

2016.02월 둘째주 추천 Thought & Movie

생각하나 - 밥 먹으면서  생각하기
영화하나 - <Julie&Julia>(2009), <Chef>(2014)


요리 콘텐츠가 피로해졌다고 느낀지 좀 됐다. 아무리 먹어도 질릴 수 가 없는게 음식이지만 먹방이다 쿡방이다 푸드테이너다 하면서 TV프로 기획물이 넘쳐나다보니 아무래도 음식에 관한 순수 즐거움보다는 단순한 푸드콘텐츠라는 유행을 쫓아가는 방송업계의 상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신선함에서 식상함으로 넘어가고 있는 푸드의 속상함에, 다시한번 음식의 초심을 생각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음식이 예술로 여겨지고 있는 시기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하고 매력적인 창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현재 화제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미술이나 영화, 문학등의 예술과 견주여봐도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음식만큼 강력한 적수도 없다. 더군다나 음식은 이제 본연의 맛으로부터 나오는 여러 감각적인 감상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중요한 매체나 인생이 담긴 감동의 트리거 역할을 하면서 음식 본연의 임무를 뛰어넘는 확장된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삶의 흔적이 담긴 예술작품으로써의 창작물이 되었고 음식이 주는 감동은 맛 + 삶의 감동이 되었다.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음식을 빌미로 만남을 만들어내고 식사를 하면서 웃고 즐기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음식은 서로에 대한 경계를 녹아내리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인데, ‘테이블'이라는 이야기의 공간을 설계하고 소통의 장소를 만들며 먹고 맛보는 공통된 행위를 거쳐 공감의 정서가 꿈틀거리는 즐거움의 장을 형성한다.


그러한 면에서 <줄리&줄리아>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요리’의 레시피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해나가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줄리와 줄리아는 요리를 매개로 시공간의 영역을 극복하며 음식이 퍼트리는 공감의 행복을 만든다. 특히나 시대적 소통의 방식을 '책 출판’이나 ‘편지’, 그리고 '블로그 운영’이라는 특정 매체로 명확하게 보여주고 중심에 음식을 소통의 콘텐츠로 사용함으로써 사람과 사람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그 시공간 속에서 음식이 가지는 힘을 묘사하고 있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줄리의 직업이 전화상담원, 에릭은 잡지사 에디터, 차일드는 외교관이라는 점은 소통이 이 영화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한다.) 


 또 다른 영화 <아메리칸 셰프>속에서도 SNS(트위터)를 보여주며 음식을 기반으로 한 소통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마치 음식을 가져온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들의 짹짹거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특히나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푸드 트럭의 요리사와 트위터를 통해 몰려드는 손님이라는 양자구도가 떠오르는데 마치 화자와 청자, 저자와 독자, 예술가와 관람객이라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생산자의 꿈을 소비자인 영화관람객에게 내놓고 있다. 현실 속에서의 회의감을 경험하면서 주인공 칼은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음식을 향한 순수한 열정의 모습은 관객이 바랬던 모습과 닮아 있고 그것이 실현된다는 점에서 영화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음식은 인간의 꿈으로 묘사되고 꿈을 실현시키고 싶은 관객들은 꿈의 생산자가 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하룻밤의 꿈 같은 판타지의 쾌감을 맛볼 수 있고 일종의 자위로써는 최적의 영화가 아닐까. 이 시간만큼은 모두다 현실 속 꼭두각시의 실을 잘라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영화처럼 음식을 매개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관객들이 꿈을 꾸게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과거 자신의 삶을 곱씹어 보게 하는 힘 역시 가지고 있다. 이 점 역시 음식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눈물젖은 빵이 칼에게는 타코 샌드위치다. 영화 속 칼의 음식은 평범한 레스토랑 메뉴로부터 삶이 묻어나는 음식으로 거듭나고 관객들은 이제 쿠바 샌드위치 안에서 아들과 파트너, 아내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삶을 맛보게 된다. 음식이 보여주는 소통의 즐거움이 동시대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즐거움이라면 음식을 통해 접하는 사연은 시간을 가로지르는 즐거움인 격이다.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항상 따라다니는 음식은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관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나 이야기를 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속성을 껴안고 음식은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중요한 메타포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음식은 사람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고 특정한 추억의 장소가 가능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도구이자 즐거움의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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