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의 충격적으로 훌륭한 한 문장
“Don’t tell me the moon is shining; show me the glint of light on broken glass.”
― Anton Chekhov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그 딱 한 가지 기준을 뽑으라면 이 문장이 구현된 글. 체홉은 예술가이지만 이 말은 지식 정보 텍스트에도 적용된다. 좋은 글, 좋은 기획안, 좋은 커뮤니케이션 등 다른 사람의 마음과 행동,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렇게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너무 충격적으로 좋은 문장이다.
깨진 유리에 반짝이는 빛을 보여주려면 내가 달이 빛나는 밤 그 깨진 유리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고, 또 다른 많은 것 중에서도 그 달밤을 잘 보여줄 방법으로 그 깨진 유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야 한다. 또 그 깨진 유리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쪼개어져 있는지, 빛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떻게 비치는지, 반짝임이 나타나는 순간은 언제이고 그 원리는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알고 쓴 글과 아닌 글은 차이가 난다.
글의 주장이 정말로 호소력을 갖게 되고, 글쓴이의 경험이 정말로 읽는 사람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그것이 보여야 한다. 글에서 어떤 주장을 할 때 중요한 건 내 말을 들어줄 사람들이 내 주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묘사하고 기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팩트라는 게 구성되고 전달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달이 빛난다고 말하는 것보다 깨진 유리에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언제나 더 좋은 방식이다.
한 10년 동안 글을 쓰고 다듬고 시장에 내보내는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피드백 중 하나는 구체적인 사례, 구체적으로 내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써달라는 것이다. 가장 곤란한 부분 중 하나도 구체적인 게 하나도 없이 떠다니는 주장만 가득한 것이다. 인터뷰를 할 때, 질문을 할 때도 구체적으로 당신의 말씀이 어떤 것이냐 말해달라 한다. 결국 주장하는 바를 보여달라는 요청이다.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 플랫폼이 성장했다, 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이 아니라 그걸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있느냐, 성장을 체감하게 하는 정성적인 빈응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느냐 같은 걸 묻고 그걸 글에서 보여줘야 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도 마찬가진데, 이렇게 해! 이게 옳아! 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런 경험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이 행동과 관점의 변화를 만들어내기에 더 좋다. 기획안도, 무슨 내용을 담을지 주저리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것이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될지를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는 않지만 노력은 해야지.
항상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정리하진 못했던 것을 너무 우아하게 한 마디로 설명하고 있어서 더 충격이었다. 어디다가 써붙여놔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