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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스르는 광기의 질주, 영화 <콜>

운명을 맞서는 두 사람의 처절한 대결

    코로나 19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불편함과 어려움을 우리 일상 곳곳에 심어놓았다. '영화 관람'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던 나의 일상에도 당연히 큰 어려움이 생겼다.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해 발을 동동 거렸던 영화관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되지 못해 갈 필요가 없어진 공간이 되었다는 건 생각보다 큰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의 공간이자 유일한 휴식 공간인 나의 영화관이 잠재적 위험 공간이 되었다는 건 슬프다 못해 절망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랬기에 무기한 개봉이 연기되었던 영화 <콜>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한 기사를 접했을 때 드디어 오랜 기간 기다렸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설렘과 그럼에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라는 양감적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콜>의 넷플릭스 공개일에 맞춰 보건교사 안은영을 마지막으로 해지했던 넷플릭스 계정을 다시 살렸다. 1년 가까이 기다려온 영화 <콜>을 보기 위하여.


세상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던 서연은 오랜만에 자신이 옛날에 살았던 집으로 돌아온다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서연' (박신혜 분). 가스불을 켜 두고 외출한 엄마의 실수로 아빠는 세상을 일찍 떠났고 현재 엄마 역시 뇌종양 투병 중이다. 엄마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는 생각에 가뜩이나 엄마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죽은 이후의 보험금에 대해 이야기하며 손톱까지 정리한 엄마에게 서연은 악담을 쏟아낸다. 오래전부터 딸기 농장을 운영하며 서연의 가족을 보살핀 아빠의 친구 성호(오정세 분) 만이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서연을 따뜻하게 보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의 집에 전화가 울린다. 아무 생각 없이 받은 전화 너머에 들리는 소리는 자신을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영숙(전종서 분)의 목소리다. 서연을 선희라 부르며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하니 빨리 와서 구해달라 절규하는 영숙. 처음에는 잘못 걸려온 전화인 줄 알았지만 서연은 전화 너머의 영숙이 현재가 아닌 20년 전인 1999년에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영숙'임을 알게 된다.  


199년 영숙은 무당인 엄마에게 감금당한 상태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다

    각자 살고 있는 시대는 다르지만 28살 동갑이라는 점, 서태지를 좋아한다는 점, 엄마에 대한 미움이 크다는 점 등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을 알게 된 서연과 영숙은 금세 좋은 친구가 된다. 특히 자신의 팔자에 상충살과 흉악살이 꼈다는 이유로 무당인 엄마에게 학대당하고 있는 영숙에게는 미래에 살고 있는 서연의 전화가 유일한 탈출구이자 희망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의 끔찍한 사고로 엄마를 미워하며 지옥 속에 살고 있는 서연을 위해 영숙은 자신을 가둔 무당엄마를 피해 서연의 집으로 달려가 사고를 막고, 그 순간  2019년 서연의 삶은 뒤바뀐다. 죽었던 아빠는 건강히 서연과 서연의 엄마 옆에 살아있고 먼지와 냉기로 가득했던 서연의 집은 온기와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된다. 하지만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느라 서연이 영숙과의 통화에 소홀하게 되자, 영숙은 서연에게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날선 말과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영숙의 사악한 팔자를 이유로 학대하는 영숙의 엄마  


    서연은 어딘지 모르게 낯선 영숙의 모습에 당황하지만 인터넷 검색 중 영숙이 무당 엄마(이엘 분)의 학대 속에 살해된다는 점을 우연히 알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려준 영숙이었기에 서연은 망설임 없이 영숙에게 전화를 통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영숙이 현명하게 어려움을 잘 피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선의에서 비롯된 서연의 미래에 대한 힌트가 애써 눌러졌던 영숙의 광기를 건드리고, 영숙은 걷잡을 수 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1999년과 서연이 살고 있는 2019년의 시간까지 위협하는 연쇄살인마로서 폭주를 시작한다.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각자 마주한 가혹한 운명 맞서기 위해 싸워야 하는 서연과 영숙.

2019년의 서연은 앞으로 영숙이 마주하게 될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을, 1999년의 영숙은 서연의 과거에 살고 있는 서연의 소중한 사람들을 빌미로 자신의 광기를 마음껏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서로의 목을 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 오로지 전화를 통해 각자 지금 마주한 자신들의 시간을 지키려는 질주는 영화 내내 관객을 긴장감으로 몰아넣는다. 과연 시간을 거스르는 두 사람의 광기의 질주 끝에서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국영화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배우 전종서의 미친 똘아이 연기

    

    영화 <콜>을 이야기하면서 영숙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영화 <몬스터> 속 샤를리즈 테론의 연쇄살인마 연기를 보고 느꼈던 놀라움을 배우 전종서의 연기를 보고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태생적으로 도덕성이 제로인, 백지장 같이 하얀 영숙을 '제대로' 표현했다.

    순수한 아이와 같은 영숙부터 서연의 전화를 통해 무서운 본능을 깨달은 뒤 말 그대로 본능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영숙까지. 피칠갑을 하고 한 마리의 짐승 혹은 괴물처럼 포효하는 영숙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전율을 느꼈다.


    단언컨대, 앞으로 한국영화사에서 그의 오늘만 사는 '똘아이' 영숙의 연기는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쿠키영상 있으니 꼭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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