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사고의 위험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저 사람은 참 긍정적인 사람이야'라는 식의 누군가를 자기만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말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사람을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으로 나누는 말을 스타트업 시절에 더 많이 들었었다. 사업은 긍정적인 사람이 해야 한다는 둥, 부정적인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망한다는 둥 많은 얘기를 들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모든 사람을 둘 중 하나로 결론 내는 방식을 굉장히 싫어한다. 어려운 논문을 들쳐보지 않아도 사람은 굉장히 복잡하고 알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진리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을 이렇게 동전 앞 뒷면처럼 간단하게 분류해 버리는 일은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저마다 개인만의 판단법이 있는 것이고 이를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이 긍정적이다 라는 말을 오염시키는 점은 확실히 있지 않을까. 이 글에서는 스타트업에서 느낀 긍정적 사고를 잘 못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낙인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은 보기 좋은 것, 듣기 좋은 것을 좋아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에서 많은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므로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모두 있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조직에서 유독 부정적인 의견만 말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은 꼭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이 부정적인 의견을 주로 내는 사람을 '부정적 인간'으로 낙인찍어 버리고 부정적인 의견을 들을 때마다 기운이 빠지게 되어 그 사람의 말을 점점 안 듣게 된다. 스타트업에서는 대표 외에도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가 잦은데 나의 주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주는 사람을 곱게 보기 어렵게 되고 점점 팀웤에 균열이 생겨 편 가르기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은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에서 편 가르기가 생긴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부정적 인간'으로 보기 전에 그 의견을 말한 사람의 본래 성격, 사회 경력, 업무 포지션 등 다양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본래 언변이 좋지 않아서 또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어색해서 진심 어린 충고가 부정적인 태도로 보일 수도 있고, 업무 특성상 주장한 의견을 수행하기 위해서 예상된 여러 가지 난관을 먼저 말한 것일 수도 있다. '부정적 인간'으로 낙인찍기 전에 그 사람이 왜 그런 의견을 말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선 부정적 의견을 내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 공감되지 않는 가치판단
투자를 받을 때 너무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남들보다 높은 자부심에 투자를 받기까지 힘들었던 점들, 고생해서 결국 만들어낸 팀원들에 대한 자부심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더하여져 내가 만든 서비스가 세계 최고라는 판단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내가 속했던 대표 역시 자부심이 굉장히 컸던 사람이라 투자 단계에서 회사가치를 말도 안 되게 높였었고 결국 아무도 이를 수긍해준 곳은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고 나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도 매우 중요하지만 결론은 부정적일 수 있어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점도 매우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남이 시키는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미 어느 정도 내 실력에 자신이 있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상태인 셈이다.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로 색을 입히기보단 내가 꼭 성공할 것이라는 서비스를 어떤 방법으로 남들보다 지치지 않고 실행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긍정적 표현은 분명 사람에게 힘을 주고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표현법은 각자 다르고 위치마다 해야 하는 말이 다르다. 희망을 주는 존재와 길을 알려주는 존재의 표현은 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