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34.

청년농부

by 이창우


지역 농협에 다닌다는 청년이 지역 밴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며 책방에 왔다. 아직도 기본소득 공부를 하는지 묻고는 여자친구와 같이 들리겠다고 간 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던 기억들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 내게 그는 보란 듯이 여자 친구와 같이 나타났다. 매주 모이는 날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주말에 시간을 내어야 했다며 네모난 유리병에 황금향 청을 선물로 건넨다.


제주에서만 생산되는 줄 알고 있던 황금향이 이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놀라움도 잠시였고 청년농부를 직접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코로나 시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기회를 주었다. 관광학과를 전공해 취업 준비생인 청년농부 지윤 씨는 코로나19로 삶 전환을 맞은 대표적인 경우다.


부모님이 제주에 내려가 일하고 계시지만 노후를 위한 농사짓기를 준비하고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고. 본격적으로 농부로 살아갈 마음먹기가 쉬웠던 것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사라진 때문이라고.


제주에서 실어온 비닐하우스 가득 황금향 어린 묘목에 온도조절과 통풍관리, 물 주기를 하면서 보살피는 마음을 배운다고 한다. 조금 더 두어야 수확할 수 있는데 당도를 높이고 튼실하게 열매가 크게 하려면 낙과를 해야 한다고. 그 열매가 아까워 청을 만들어 주변에 판매 중인데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는 이야기다.


청년농부 지윤 씨 포부는 황금향만큼 향기롭다. 올해 첫 수확을 하는데 이런저런 일을 도모하면서 시설 정비등 지역 농산물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다 필요한 공모사업 준비를 하면서 글쓰기의 중요함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한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어휘 부족으로 서사가 필요한데 표현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더라는 말에 같이 웃는다.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었는데 청소년 시절을 거치면서 멀어졌다고.


일상에서 독서가 습관이 되어야겠다고 책방에서 하는 독서모임을 하자는 마음에 두 사람은 선택을 했다. 수상한 책방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는 얼굴을 보니 세상을 얻은 것만 같은 행복함이 몰려온다.


무엇이든 공들인다는 의미는 자연에서 쉽게 발견게 된다. 자연은 공존과 나누기라는 공유법칙을 충실하게 실천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농사는 직업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농업을 보살피지 않으면 지금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주권은 물론 생존을 위협하는 기본적인 삶을 무너뜨릴 위험이 가장 높다.


지역사회에서 알게 되는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는 거의 모든 일이 서울특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집중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도시가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거대한 수레바퀴가 속도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디스토피아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청년농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 묻는 일이 왜 이리도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지윤 씨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농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영혼을 다 끌어다 놓는 일만 같다.


밤이면 몸도 마음도 녹작지근하지만 오늘도 잘 살았다는 흡족함에도 내일 떠오르는 태양이 늦어지면 좋겠다는 청년농부 지윤 씨를 마음에 담아본다. 내게도 영혼을 다 끌어다 놓은 동네 책방이 있음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청년농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오빠 푸드트럭 안테바신의 뜻을 빌려 말하자면
낭만과 현실 사이의 삶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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