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39.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

by 이창우

5월은 가족의 달로 바깥 행사가 코로나 시절 이전처럼 많아진 달이다. 주말이면 지역 정보 밴드에는 이곳저곳에서 축제와 행사들로 넘친다. 서울에서는 관심 갖지 않던 일들이 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에서는 가벼운 나들이처럼 나돌아 다닌다. 한적한 거리는 언제나 흐뭇하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장소는 아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없던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언제나 중요하다. 길냥이 챙겨주기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마을학교 일정, 도서관 독서모임과 책방에서 열리는 조금 더 깊이 읽기 모임으로도 1주일은 꽉 찬다.


이런 내가 매일 출퇴근하는 직업을 생각해보지도 않는 것은 자연스럽다. 게으르게 살아가는 일이 이상한 사람처럼 여기는 속도를 강조하는 시대이니까. 게으름이란 단어도 나쁜 의미로 사용하는 언어 쓰임새 문제다. 산업사회가 붙여 놓은 부정적 의미를 벗어던질 생각조차 못하니까.


일할 권리와 마찬가지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도 있다. 권리 선택은 어쨌거나 내 몫이라 여긴다. 나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데 주변사람이 앞장서서 걱정하는 것을 흔쾌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간섭이다. 걱정한다기보다는 게으름이 느림과 같이 한다는 것을 연결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이 방향을 잃고 휘청거리지만 않는다면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밤이 오기가 무섭게 메시지를 보내는 정윤을 모른 척하기가 난처하다. 다시 연애 취소로 하고 싶은 마음으로 망설이는 나를 들여다보는 일도 귀찮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보다는 우정을 얻고 싶다.


신뢰와 애정이 깃든 친절과 기꺼이 걱정도 해주는 마음이 더 필요하다. 어떤 문제이든 선택은 내가 해야 했고 그 결과에 따른 적잖은 책임도 내가 지면 된다. 그저 어디에 있건 나와 함께라는 생각을 주는 사람이면 괜찮다. 절절한 사랑 따위 별로 부럽지도 않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방법은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을 기록하기다. 블로그에 책방 이야기를 일기처럼 쓰고 있다. 글쓰기는 잠이 오지 않는 밤 활동으로는 최고다. 어둠 속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나를 불러내어 말 걸기. 언젠가는 기록된 그날 기억들이 한 권 책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들쑤시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 정도 외부 시선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좋으면 충분할 일이 많다.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하고 집중하고 싶다. 섣부른 감정에 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은 것을 보니 역시 내게 연애는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니다.


이번 주는 주은 씨가 추천한 프리츠 오트만 <<곰스크로 가는 기차>>로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이미 나는 기차에 올라 여기로 왔는데 정착역까지 가다 보면 또 다른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으면 내가 살아가는 지금이 겹쳐지기도 한다. 삶은 홀로 걸어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같지만, 실제로 그 길은 누군가에 삶과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인지도 모른다.


지금 놓여있는 내 삶이 소리 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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