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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Oct 29. 2023

우연한 휴식

이태원 참사 1주기

 10.29 참사 1주기다.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 1주기 4월과 연결된다. 유족을 위로하고 책임을 묻고 변화를 도모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상처는 기억하면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것으로 이어지는 고통은  극복하면 그만이어야 한다. 외부에서 얻어지는 일그러진 현상으로  개인마저도 어지러움으로 시월은 지나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남긴 흔적 한 자락이 이십 대 내게 스며들어 있음도 다시 알아차린다. 획득성격으로 젊은 날에 나를 세상과 어우러져 살아가게 해주고 있다.  이십 대를 지나면서 얻은 성격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획득성격은 제3의 성격으로 삶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으로 개인의 특수성 확립을 도운다. 수집된 특수성 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 선별해 취합한 가장 개인적인 성격이 된다.


 나를 이룬 배경지식 탐구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기만큼 적절한 때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다음 해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그나마 내게로 향한 믿음이 유일한 근거다.


 책과 영화가 곁에 있는 자유가 허락된 삶에 관한 믿음이다. 그리고 내 삶을 나누고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이면 충분했다.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간다. 때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있어주면 된다. 인생이라는 아직 끝나지 않은 페이지에 적어두고 다시 인생을 살아가면 그만이다.


 과거와 미래는 뒤늦은 발견이며 전 생애를 통틀어 현재만을 살아간다는 쇼펜하우어가 남긴 말은 고뇌에 휩싸일 때 비상구였다. 육십이 넘어 이십 대를 다시 들춰내 감추어버린 사건들을 마주한다.


 개인에게는 회상이라면 국가에게는 역사다. 참담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회에 과연 사람은 사람으로 있는 것일까. 19세기 철학자가 2세기를 지나오면서 말을 건넨다.


 명예와 권위를 말하는 자들을 경계하고 의심하라는 말은 언제나 스스로를 각성하게 만든다.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자유로운 의지로 오늘 내가 누리는 일상은 우연한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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