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_다시 만난 세계
"20대에 겪었을 일을 엄마는 이제야 겪는 거야."
둘째 애인의 목소리가 그렇게 가슴 깊이까지 울림을 주는 순간, 정신이 버쩍 났다. 외부 상황에 징징대고 있는 내가 문득 저만치서 고개를 젓는다.
삶은 배움을 멈추지 않은 자에게 작은 웃음을 던진다고 생각해 왔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몇 세대를 거슬러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나를 위로하고 기운 나게 하던 거의 모든 말이 떠오르지 않던 일상이었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라는 말을 들어오던 지나온 시절도 다 잊은 채 지나온 날이다.
"지금, 여기는 어디지? 내가 있는 이곳은 대한민국이 아닌가?"
두 발로 딛고 있는 이곳에서 문득 이방인처럼 다가오는 느낌은 낯섦과 어리둥절함이다.
첫 번째 책을 출판할 때 작가의 말에서 굳이 두꺼비같이 살아간다고 한 선언은 내게 수많은 되물음으로 나를 에워싼다. 외부 사람에게서 다가오는 자극에 민감하지 않은 내가 날이 선 반응을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
이런 상황에 놓인 나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역시 부족한 것, 첫 번째는 내가 누리던 시간이었다. 그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처럼 시간에 쫓긴다는 의미가 달랐다.
들여다보면 프로젝트는 나를 위한 기획이다. 그 과정은 그 어떤 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일이다. 프로젝트 실행은 차질 없이 내 의도대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웃고 있는 나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망가뜨리려고 하는 상황은 결국 내가 만든 일이 아니었을까. 잠 못 이루는 한밤중에 슬그머니 찾아온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때로 침묵 속에 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