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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C Feb 20. 2017

[번외]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흔적을 찾는 것만으로도

상상하던 것 그 이상의 뭔가를 만났다는 것.

  스페인 바르셀로나.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르셀로나는 매력적인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수 많은 볼거리들이 즐비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우디의 손길이 빗어낸 '가우디 건축물'을 둘러보는 일을 빼 놓을 수 없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했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주고 있으며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 세계의 수 많은 관광객들이 가우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몰려든다.


  이토록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는 가우디 건축물의 매력이 뭘까. 왜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까.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여행의 묘미이다. 어쩌면 가우디가 만든 건물 안에 들어가기 위해 함참 동안 줄을 서야 할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고 며칠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가우디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행이 조금 고단할 수도 있지만 분명 그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있다.

  


    0 장소 :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의 메인 광장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그 너머의 지중해. 사진에 보이는 바로 왼쪽의 건물이 가우디가 살았던 집이라 하며 지금은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시작은 바르셀로나 시가지의 북서쪽에 위치한 언덕이었다. 그곳에는 '구엘 공원(Park Guell)'이 있다.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구엘 공원의 '핵심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을 끊어야 한다. 쾌적한(?) 관람 환경 조성을 위해 이곳은 시간대별로 인원 제한이 있다. 30분 간격으로 특정 인원수 만큼만 안으로 들여다보내주는 것이다. 현장에 도착해서 당장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거나 현장에서 다른 시간대의 티켓을 사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이틀에 걸쳐 두 번의 방문을 한 끝에 구엘 공원의 핵심 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타일 벤치로 둘러싸인 중앙 광장. 광장에서 내려다 본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하는 다주실(sala hipostila, 기둥을 많이 세운 홀)에는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과 도시락을 까먹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주실 앞쪽에서 출구로 향하는 계단에는 구엘 공원의 마스코트인 이구아나(도마뱀??)가 자리하고 있다. 


출구 쪽(가우디가 살던 집)에서 다주실과 광장을 바라본 모습. 이곳이 구엘 공원의 메인이라 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원의 핵심지역이 아니더라도 공원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었다는 산책로를 걸으며 가우디의 작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언덕의 위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그 끝에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르셀로나 시내와 그 너머의 지중해. 구엘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 구엘 공원의 입구(왼쪽)과 메인 광장의 타일 벤치(오른쪽)

구엘 공원의 메인 광장과 광장 주변에 설치된 타일 벤치.

 구엘 공원의 상징인 이구나아(왼쪽)과 광장을 떠받치고 있는 다주실의 기둥(오른쪽)

 구엘 공원의 산책로.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구엘 변호사의 집. 구엘 공원에는 구엘, 가우디, 변호사 세 명의 집이 있다.
언덕의 끝자락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시내. 구엘 공원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내려다 보인다.



  구엘 공원을 빠져나와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 가족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 서면 그 웅장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882년부터 지금까지 1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는 이 성당은 '공사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와 부조들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직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웅장함과 정교함이 전해주는 매력. 이는 성당을 한참 동안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가우디의 마지막 걸작이기 떄문일까. 어떻게 이토록 투박하면서도 아름답고 웅장하면서 경이를 선사하는 건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동안 유럽 여행을 하면서 봤던 수 많은 성당들과 그곳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위대한 걸작이었고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감동과 평온함을 전해준다.


성당 출구에서 바라본 모습.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성당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외부 모습

 출구 위에 있는 석상(왼쪽 사진). 왼쪽 아래 옆모습 석상은 가우디를 본뜬 것이라 한다. // 입구 위쪽에 조각된 부조들.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성당 내부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내부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해가 막 저물고 난 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황금빛을 띠며 영롱하게 빛난다.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들을 둘러 보는 일을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가 없다. 미리 일정에 맞춰 티켓을 예매해두고 시간에 따라서 움직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가우디의 건물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바르셀로나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 아쉽더라도 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사그라다파밀리아의 서쪽. 명품 매장들이 늘어서 있는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거리에는 까사 밀라(Casa Mila) 혹은 '라 페드레라'라고 불리는 고급 연립 주택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좀 더 남쪽에는 까사 바트요(Casa Batllo)가 위치하고 있다.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까사밀라는 가우디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볼거리가 많은 장소로 손꼽힌다. 건물의 맨 아래층(1층)은 임대 상가이며, 그 위층부터는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까사 밀라는 사람들을 두 번 놀라게한다. 밖에서 바라볼 때는 건물이 그리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건물 안에 들어섰을 마주한 규모에 놀랐고, 옥상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놀랐다. 옥상은 환상의 나라였다. 내가 지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이 들었달까? 가우디의 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까사 밀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까사 밀라의 테라스. 해초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까사 밀라의 내부. 채광을 위해 중앙이 뚫려 있는 모습이다.

환상의 나라. 까사밀라의 옥상. 환기구의 모양이 매우 특이하고, 집들의 창문 또한 평범하지 않다.

 까사밀라의 옥상에서 사그라다파밀라아가 바라보인다. 사그라다파밀라아는 어디에서도 바로볼 수 있게..

까사 밀라 옥상의 모습.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된 것 처럼..



까사 밀라를 빠져나와 그라시아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걷다보면 가우디의 또 다른 작품 '까사 바트요'가 보인다. 까사 바트요의 외관은 까사 밀리의 그것보다 더 독특하다. 특히, 해골이 연상되는 듯한 테라스 난간은 까사 바트요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인데, 이 건물이 왠지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공간이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이곳 역시 많은 이들이 안에 들어가서 건물 관람을 하기 위해 줄지어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구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까사 밀라보다는 덜하지만 이곳 역시 많은 인파가 붐비는 곳이다. 도시의 북쪽 구엘 공원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며 이곳까지 왔다면 '가우디 투어'의 반을 넘긴 것이다.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까사 바트요.

 해골을 연상케하는 테라스. 외관 자체부터 신비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좀 더 남쪽으로. 까사 바트요에서 휴식을 취한 뒤 남쪽으로 가면서 만날 수 있는 건물은 '까사 칼베트(Casa Calvet)'이다. 까사 밀라나 바트요, 구엘 공원의 건물과 같이 독특한 외관을 가지지 않아서일까 이곳은 앞서 지나왔던 건물들과 같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건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않기에 자칫 그냥 스쳐 지나가버릴지도 모른다. 

  까사 칼베트는 가우디의 초기 작품이다. 189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가우디의 전성기에 지어진 구엘공원(1914), 까사밀라(1910), 까사 바트요(1906) 등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까사 칼베트는 가우디에게 처음으로 건축상을 안겨준 작품이고, 이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즉, 가우디 건축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까사 칼베트의 주변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가우디에게 첫 건축상을 안겨준 까사 칼베트. 테라스가 다른 건물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람블라 거리(La Lambla, 람블라스 거리)'의 한쪽에 위치한 레이알 광장. 많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람블라 거리를 걷다보면 거리의 중간 즈음에서 위치한 작은 광장 '레이알 광장'을 만날 수 있다. 람블라스 거리의 혼잡함이 사라지는 곳. 광장의 중앙에는 분수가 있고 분수를 중심으로 양쪽에 가로등이 하나씩, 두 개가 서 있다. 이 광장의 가로등이 유명한 이유는 '가로등'이 바로 가우디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시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가우디가 설계한 이 가로등이 대상을 받았고, 레이알 광장의 양쪽에 하나씩 설치된 것이다. 람블라스 거리의 혼잡함을 떠나 잠시 쉬고 싶다면 이곳 레이알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레이알 광장으로 향하는 골목.

 레이알 광장의 분수대에 사람들이 걸터 앉아 있다(왼쪽) / 가우디의 첫 작품 '가로등'(오른쪽)

레이알 광장 전경



레이알 광장의 반대편 골목. 그곳에 구엘 저택이 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의 저택 역시 가우디의 작품이다. 구엘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우디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구엘은 가우디 건축물을 탄생시킨 최대 조력자로 여겨지고 있다. 가우디에게 있어 '구엘'은 후원자 그 이상이었을 것이고 그를 위해 '구엘 저택'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구엘 저택 역시 구엘 공원, 까사 밀라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만큼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내가 구엘 저택에 도착했을 때, 입장 가능 시간이 지나버려 나는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과 그 다음날도 구엘 저택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구엘 저택. 외부는 평범해 보이기도하지만 위쪽을 보면 '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구엘 공원, 까사 밀라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구엘 저택'


  만약, 바르셀로나에 들러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둘러볼 생각이 있다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이 좋다. 나는 구엘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이틀에 걸쳐 두 번 방문했고,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내부에 들어가는 데는 3일이 걸렸다. 까사 밀라를 둘러보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눈앞에 마주 한다면, 상상하던 것 그 이상의 뭔가를 만났다는 것 때문에 놀라움과 함께 기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그곳을 빠져 나와 시계를 본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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