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케이티나 Jan 11. 2019

좋아하는 건 숨길 수 없는 법

엄마 04.



야채와 소세지의 비율.


카레를 만들 때, 고기가 없으면 간편히 소세지를 넣는다.

야채는 늘 의식적으로 많이 먹으려고

한 번 썰고 의무감에 한 번 더 썰어 넣으며 뿌듯해하는데,

반면 소세지는 한 주검 뜨거운 물에 데치려다 조금 덜어낸다.

더 넣고 싶지만 한 번 꾹 참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막상 프라이팬에 한데 모아서 보면

소세지의 비율이 눈에 띄게 훨씬 많다.


아무리 의식하고, 절제해도 내 마음은 소세지가 더 좋다. 당연하지.

이토록 좋아하는 건 숨길 수 없는 법.





나도 그런데 너는 오죽할까. 요 작은 아이에게도 좋고, 싫고 취향이라는 게 다 있다. 

이유식은 비교적 잘 먹던 망고가 유아식(처음으로 쌀밥에 간이 덜 된 반찬을 먹는 식사)으로 넘어가면서 잘 먹질 않는다. 먹는 거 하나 참 자신 있었는데... 왜 하루는 세끼일까? 예전에는 정겹게만 들렸던 '삼시 세 끼'가 이제는 어~휴 징글징글한 '삼시 세 끼'. 식사는 늘 전쟁이다. 왜 주식이 쌀이어서, 밥 먹고 나면 아기 식탁의자부터 저 멀리 반경 5m까지도 진득진득 밥풀이 묻어있다. 왜 거기까지 붙어 있는 거니... 그래도 아이가 잘만 먹어주면 룰루랄라 기분 좋게 치울 수 있다. 아이가 식사를 잘하냐 아니냐에 따라 그날의 육아 강도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육아는 돌고 도는 법. 잘 안 먹던 망고가 다시 잘 먹는 아이로 다시 돌아왔다. 한시름 놓았다.

불행히 육아는 돌고 또 도는 법. 언젠가 밥태기(한동안 밥 안 먹는 시기를 밥태기라 부른다)가 다시 오겠지.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하자. 나중에 시간이 흘러 너도 소세지 팍팍 넣어 볶음밥을 해 먹었는지 아니면 컵라면으로 하루를 때웠는지 엄마는 도통 알 수 없는 그런 날도 올 테니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