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04.
할아버지 04.
두 손주를 아무리 관찰해도 아직까지는 멘델의 법칙은 못 믿을 법칙 같다. 양부모로부터 반반씩 유전자를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 내 유전자는 딸들을 통해 각 손주에게 1/4씩은 물려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영~ 아닌 것 같다.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마저도 빈말이라도 어디가 닮았다고 해주는 예의(?) 조차 못 봤다.
두 손주 모두 외모는 전혀 날 닮지 않은 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처지이다. 굳이 찾자면, 유누의 꽤 심한 편식이 내 부끄러운 트레이드 마크였으니 이건 결코 어디다 내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이의 재빠름, 적극성, 도전정신 등이 '한때 젊은 날의 나를 조금은 닮은 듯한데'라고, 내 입으로 먼저 말 꺼내기는 넘~ 쪽팔리고.
무슨 '윌리를 찾아서'도 아니고, 이제 내 유전자 찾기는 느긋한 장기 프로젝트로 바꾸기로 했다. 애들은 크면서 자꾸 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