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 진짜 혼자 잘 거야> 홍수영 / 웅진주니어
나의 세 번째 그림책 <오늘은 진짜 진짜 혼자 잘 거야>로 예술의 전당 1101 어린이라운지에서 키즈아트클래스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그림책 파자마파티
혼자 자고 싶지만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토끼의 이야기를 포근한 이불속에서 함께 듣고 그림책 파자마파티를 시작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림책이랑 즐겁게 놀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퍼포먼스 미술이라고도 하고 키즈아트클래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 그림책이랑 신나게 놀자!' 이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
다 같이 읽는 그림책의 재미는 따로 있다. 그림책 자체가 놀이가 되고, 책 속의 이야기로 다양한 활동으로 풀어간다. 미술 결과물보다는 체험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서 최대한 아이들이랑 재밌게 논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들이지만 본심은 꿰뚫어 보기 때문에 내가 정말 즐거워야 하는데, 파자마파티라니! 당연히 나도 너무 즐겁다. 아이들에게 내가 그림책에 숨겨 놓은 이야기도 살짝 알려 준다. 그럼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기뻐한다. 집에 돌아가서 오늘 읽은 책 제목이 뭔지 기억 안 나도 괜찮다. 아무것도 몰라도 그저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그림책이 아이패드보다 재밌었으면 애착인형만큼 친해졌으면 좋겠다.
이불속에 앉아 두런두런 책을 읽은 다음 물감 놀이를 해야 하는데 이때!
그림책 파자마파티의 준비물이었던 애착인형과 이불을 토끼에게 양보하기로 한다(텐트 속 토끼와 같이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그럼 이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아끼는 걸 토끼에게 양보해줘서 고맙다고, 너무 씩씩하다고'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걸 잊지 않는다. 물론 다른 친구들 인형과 섞이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그럼 또 그래도 괜찮다고 얘기해준다. 대신 앉아 있던 이불속에 혼자 살짝 숨겨 놓거나 그것도 싫으면 미술놀이하는 동안 물감이 묻을 수 있으니 입고 있는 앞치마로 어부바를 해준다. 그러면 이내 안심하고 인형을 업은 채 미술놀이하러 뛰어온다.
내 인형을 혼자 두고 싶지 않은 아이와
내 인형을 토끼 제일 옆에 두고 싶은 아이
친구들은 안 되지만 선생님은 만져도 된다는 아이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재빨리 눈치채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꼬질 꼬질 손때 묻은 인형과 이불들이 어쩜 이리 예쁜지. 바라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 행복해진다. 뭐랄까,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진다. 처음에 쭈빗쭈빗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티나 선생님~' 하고 옷자락을 살짝 당기기도 했다가 결국 갈 때는 꼭 안아주는 곱고 여린 아이들. 다정한 어른이 되어 너희들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이 새어 나온다.
그림책을 사이에 두고 너희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아이들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그림책 작업이 너무 좋다.
어른인 나는 뒤로 살짝 빠지고 그림책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너희들을 마음껏 응원하고 싶다.
너희들의 밤이 언제나 안녕하기를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