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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Jun 27. 2016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노마드들이 열광하는 치앙마이. 한 달 살아보기. 

한동안 노마드리스트 (Nomadlist.com)에서 1위를 하던 치앙마이에 꼭 와보겠다고 생각했었다. 노마드들이 1위로 꼽는 여행지라니! 그래서 급 티켓팅을 하고 지금 치앙마이에 온 지 딱 10일째 되는 날이다. 6월중순에서 7월 중순에 귀국하는 여정을 계획했지만 몇주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떠나는 건 실행력이 참 좋은 편이다. 떠나는 날까지도 잠을 못 자고 제품 업데이트를 하다 온 지라 정보를 많이 얻지 못해 걱정했지만, 미리 치앙마이에 두 달 세 달씩 다녀온 노마드 고수분들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치앙마이 여정은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다. 이젠 다른 국가에 나와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힐링을 하며 일에 몰두하겠다' 이상의 것이다. '국내에 있으면 받는 사사로운 방해조차 원치 않는다. 오로지 모든 신경을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힐링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채워주는 역할일 뿐'.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만큼 나태로울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출발은 항상 설렌다!!



왜 치앙마이인가?


1. 싼 물가

치앙마이는 물가가 싸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살 수 있는 비용으로 무려 10평 정도의 공간과 공용 수영장, 헬스장 시설까지 있는 콘도 혹은 레지던스에서 지낼 수 있다. 창문이 있는 고시원에서 살 수 있는 비용으로는 방과 거실이 분리된 넓은 평수에서 사는 것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 정말이다.


음식은 대부분 100밧 (한화 3600원) 이내로 해결할 수 있고 현지식이나 거리 음식으로 머 한 끼니에 40밧 (한화 1500원)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5천 원이 있다면 밥과 디저트와 생과일주스까지 먹을 수 있단 이야기다. 진짜?? 진짜다.


치앙마이는 물가가 매우 싼 나라임에 틀림없다. 노마드들이 치앙마이를 일하기 좋은 도시로 꼽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이들이라면 수입이 낮아도 치앙마이와 같은 곳에 산다면 삶의 만족도가 정말 높아질 것 같다. 한 달에 50만 원으로도 의식주를 해결하고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2. 빠른 인터넷과 일하기 좋은 카페들

프리 와이파이가 지원되고 에어컨이 빵빵한 크고 작은 카페들이 곳곳에 있다. 콘센트와 넓은 테이블 등 일하기 편한 환경이 세팅되어 있어 그날그날 내키는 곳에서 일하기 좋다. 구글맵이나 구글링에서 추천한 카페를 가보거나 바이크를 타고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기자기한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 맛있는 음식

6일 동안 단 한 끼도 맛없게 식사한 적이 없다. 타이 푸드, 양식, 한국음식, 일식, 중식, 디저트 등등 평균적으로 맛이 훌륭하다. 특히 죽기 살기로 망고 디저트류를 매일같이 먹고 있다. 망고 스무디, 망고주스, 망고 스티키 라이스 등등. 저녁마다 열리는 나이트 바자는 규모가 생각보다 큰데 길거리 음식들이 무지 매력적이다. 푸 팟퐁 카레와 팟타이 BBQ 등등 없는 게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라이브 공연도 하고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쌀 롤 안에 팟타이국수가?
선데이마켓에서 먹방하다. 모든것이 한접시에 1000원 미만!
모양도 귀엽고 맛도 좋았던 수박빙수 
하루종일 느끼했던 어메리칸 식당에서의 피자
바나나 케이크와 초코아이스크림
파인애플 볶음밥과 푸팟퐁커리
팟타이는 사랑입니다.
하루에 한번은 먹었던 '망고스티키라이스' 망고와 찹쌀밥 그위에 연유가 아주 맛나다. 
치앙마이에서 꼭 먹어봐야할 '카오쏘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준비 비용


1. 비행 편 

직항이 거의 없다. 직항을 원한다면, 대한항공이나 진에어를 이용해야 한다. 

티켓은 저렴히 끊은 것 같은데 50만 원 초반대에 예매했다. 타 도시 대비 썩 싼 가격은 아니었다. 방콕을 들렀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직항과 경유 여정 티켓값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방콕을 들렀다가 들어오는 것도 즐거운 여정일 것이다. 방콕에서 신나게 놀고 치앙마이에 와서 일하는 모드를 추천한다.  

케세이퍼시픽은 홍콩을 경유. 처음 보는 중국 모 항공사는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도시를 경유하는 여정과 함께 파격적인 티켓 가격에 (거의 반값) 판매하고 있었지만 해당 도시를 검색해본 결과 치안 등이 썩 안전한 것 같지는 않았다. 



2. 집 구하기

에어비앤비로 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듣던 것보다 싸지 않았다. 한 달에 150만 원은 줘야 괜찮은 집을 구한다니?! 치앙마이에 3달 체류했던 지인분께 여쭈어보니 '가서 구해라. 집이 넘친다'라고 하셨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분은 혼자 지낼 집을 한 달을 한화 16만 원? 에 빌리셨다고. 외관도 으리으리하고 옥상에 있는 수영장도 큼직하고 쾌적해 보였다. 정말 놀라웠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현지에 와서 구하기로 결정. 추천받은 레지던스들과 기타 집들을 알아보고 결국 다른 분께 추천받은 집으로 40만 원 초반대 (월세 40만 원 초반대 + 디파짓 약 40만 원 )에 구했다. 


노마드 생활을 하며 공간의 넓이와 전망이 나에게 무지 중요한 영향을 끼 지는걸 깨닫고는 쾌적한 환경을 찾아 돌고 돌고 돌아다닌 결과. 맨 꼭대기 층에 있는 복층 집에서 한 달 묵기로 결정했다. ㄱ자로 창이 크게 나있고 산, 하늘이 크게 내다 보이는 전망이 너무 좋다. 널찍한 방도 마음에 든다. 1층에 있는 아담하지만 작지 않은 풀장도 마음에 든다 :) 


대체로 발리들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집들에 비해 투박한 집들이 대부분이어서 실망 아닌 실망을 했지만 이건 물가를 떠나서 발리인들만큼의 미적 감각이 없는 거라 생각하고 약간 현실과 타협했다. 발리에서는 우와 우와 우와 할만한 집들, 건물들이 넘쳐났지만 치앙마이에서는 그것들에 비해 투박하지만 깔끔하고 무난한 편이었다. 

 


3. 교통

뚜벅이, 자전거, 오토바이. 발리는 도로가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 어려워 보였는데 치앙마이는 바닥도 잘 포장되어있어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모습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남아의 상징인 바이크를 렌탈했고 비용은 1달에 2500밧(한화 9만 원)과 보증금 3000밧(한화 11만 원) 정도.



4. 카페&코워킹 스페이스

PUN SPACE는 님만해민(시티 번화가느낌)와 올드타운 (고즈넉한 동네 느낌)에 각 1호점 2호점이 있다. 1호점은 시설이 괜찮지만 너무 좁아서 이미 사람들이 꽉꽉 차있어 그곳에서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올드시티 안에 위치한 펀스페이스 2호점은 제법 넓은 공간이었고 치앙마이 내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중 가장 넓었다.

(월정액이 대략 한화 12만 원 정도. 결코 물가 대비 저렴하지 않았다.) 발리였다면 인터넷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아갈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만, 이곳은 카페들도 훌륭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PUN SPACE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카페 겸 코워킹스페이스로 이용하는 CAMP는 (MAYA쇼핑몰 내 위치) 카페식으로 운영된다. 음료나 음식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 대비 와이파이 쿠폰을 제공한다. AIS 통신 유심을 이용하면 SUPER AIS WIFI를 접속하여 무제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인 점이 장점이고 밤에 모든 음식점이 문을 닫았을 때 식사를 하기 위해 드르기도 괜찮다. 낮에는 현지 대학생들, 여행객들 등등 많은 이들로 인해 붐비지만 저녁식사를 하고 느지막한 시간에 들러 일하기에는 제법 쾌적하고 좋았다.



숙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숙소 1층에 위치한 수영장


넓은 책상에 앉아 아침풍경을 보며 일을 시작한다.


내가 느낀 치앙마이


1.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경제적 규모로는 방콕 다음으로 두 번째 큰 도시.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많이 발전되어 있다.


2. 치앙마이는 네모난 강 안쪽이 올드타운, 강 바깥쪽 왼쪽으로 님만해민인 특이한 지형을 가졌다. 올드타운은 오래된 동네의 느낌으로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님만해민은 화려한 건물과 번화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카페, 맛집 등이 다양하다. 


3. 승용차, 썽태우(빨간트럭), 툭툭, 오토바이, 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이다. 승용차와 바이크가 가장 많이 보인다. 관광객들도 바이크를 많이 빌려 탄다. (동남아의 필수템 바이크). 

자전거 타는 서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로드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치앙마이는 이상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도이수텝이 있는 무지 큰 산의 업힐 코스에서 싸이클을 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4. 치앙마이 사람들은 친절하다. 외국인에 대한 낯선 시선이나 거부감이 없다. 발리는 레스토랑, 숙박시설, 번화가 대부분 가게 등 현지인과 분리되어 있다. 번화가에서 소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 이었는데 치앙마이는 카페, 샵 등 현지인과 섞여 생활한다. 영어를 편하게 사용하는 현지인들도 많고 대부분 치앙마이 사람들은 친절하다. 


5. 카페에서 프로젝트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치앙마이의 대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은 대게 영어 잘하는 듯하다. 또한 학구열이 높은 동네이기도 하다. 치앙마이 대학은 전 세계 대학 랭킹에서도 제법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6. 일요일마다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모든 음식이 한 접시에 한화 500원 - 1000원 선이며 맛있는 것들과 구경할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5시간이나 걷고 걷고 또 걸어도 끝이 없었다. 길을 걷다 발마사지를 받는 것도 소소한 꿀잼.


7. 마사지 천국. 태국 전통 마사지, 발마사지를 200밧에 1시간 받을 수 있다. 한화로 7000원 정도. 일하다 뭉친 어깨 마사지도 받고, 걷다 지치면 발마사지도 받고 :)



가장 좋아하는 카페
캄팡 카페. 일본인이 운영하는듯 했다.
송중기가 바꾸어 놓은 태국 도넛가게
님만 PUN SPACE 근처에 있던 카페
유명하지만 깨끗하지 않았던 Librarista
결국 이곳을 가장 많이 가게 될 터. MAYA 안에 위치한 CAMP
MAYA mall의 옥상. 아기자기한 Bar들


하지만, 치앙마이 나에겐 아쉬운 도시


1. 바다가 없다.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선 치앙마이는 애매한 포지션의 도시다. 번화는 해서 모든 생활은 가능하지만 힐링의 요소가 특별히 있는 건 아니었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나 일하기 특별히 적합한 분위기도 아닌 느낌. 이것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섬으로 떠나 볼 예정.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의견)


2. 공기오염 

차들의 매연이나 오염도에 대한 관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크를 타고 지내다 보면 도로 위에서 마시는 매연이 제법 괴롭다 ㅠㅠ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현지인들도 간간히 보일 정도. 하지만 골목골목에 머물 때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


3. 2% 부족한 섬세함

발리에 총 네 달?이나 머물다 보니 그곳의 환경과 비교를 주로 하게 된다. 인터넷과 물가 등등 치앙마이에서 더 훌륭한 부분도 있는 반면 가게들이나 거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함. 디테일 등이 아쉽다. 이 부분 또한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의견.


4. 중국인이 많다.

상점을 갈 때마다 중국어 질문하는 상인들 ㅠㅠ

특히나 선데이마켓에서는 여기저기 중국어로 물건을 세일즈하는 상인들을 볼 수 있다. 마사지샵들도 중국어.

그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뜻 아닐까. 생각보다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중국인을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치앙마이에 방문한 동양인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발리 VS 치앙마이

아시아에서의 도시 라이프는 한국에 살며 경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동남아시아로 떠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휴식과 힐링'을 의미한다. 바다를 좋아하고 파아란 하늘과 우거진 나무들을 좋아한다. 

도시를 좋아하는 더 좋아하는 사람, 자연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발리와 치앙마이를 일하는 곳으로 고르는 것은 그야말로 '취향껏'이다. 


1. 물가

치앙마이 승. 

1/3 정도 싸다. 간혹 절반 이상 싼 것들도 많다. 물가는 진심 싸다. 발리도 현지 물가는 저렴한 편이나 대부분 도시들이 상업화되어있어 썩 저렴하지만도 않다.


2. 인터넷, 업무환경

치앙마이 승. 

인터넷은 발리에 비해 치앙마이가 훨씬 빠르다. 발리는 속 터져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많이 찾는 듯. 하지만 치앙마이는 어느 카페를 가도 이용하기 쾌적한 속도의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3. 자연환경, 힐링

발리 승. 

발리는 반 자연이라고 보아도 무관하다. 샤워시설도 하늘이 뚫려있는 곳도 허다하고 대부분의 건물들이 나무로 지어졌다. 단점이라면 벌레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 치앙마이도 우거진 나무들과 큰 산들이 있지만 현대식의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정신적 힐링과 자연과 하나 됨은 발리에 손을 들고 싶다.


3. 액티비티

발리 승. 

발리 하면 서핑! 서핑 외에도 스노클링이나 스킨스쿠버 등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스팟이 많다. 치앙마이는 높은 산을 하이킹하는 서양인들이 많다고 한다.

선데이마켓에서 득템한 부엉이들
킷캣 아이스크림이 두개나!
구름이 항상 조각같았다. 현지 도로 신호대기중 :)


이번 치앙마이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2월에 발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갔는지 싶을 정도로 바삐 지냈고,

물론 나는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지만 한국에 있으면 자연스레 받는 스트레스 수치가 정도껏 높아지자

바로 치앙마이로 오는 것을 결정했다. 


역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고질적인 '내 땅 스트레스'는 많이 완화되었고, 3-4일은 치앙마이의 지리와 환경을 파악하기에 요리조리 돌아다니느라 몸이 힘들었지만 금세 적응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치앙마이 여정에서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 중이다.


1. 매듭짓지 못한 A 프로젝트 업데이트 마무리

2. 새 프로젝트 시작과 완료


생각보다 시간이 또 빨리 가고 있어 일정을 1-2주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치앙마이는 나에게 기대 이상의 동네는 아니었기에 다음 주 정도 코란타 혹은 코사무이로 급 떠나 보려 한다.

물론 그곳으로 떠나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겠지만, 바다가 있는 곳은 슈퍼파워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이곳보다 더 집중이 잘 될 것이라 확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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