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읽기 기술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는 독서법 책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책이다. 사실, 내가 독서법을 공부하려고 했던 목적과는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좀 더 많은 책을, 좀 더 빨리 읽고자 했고 그 방법을 알기 위해서 독서법을 공부해 보기로 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인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그랬다. 독서의 기술을 익히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좀 더 나에게 남는 독서를 하고 싶었고, 그런 독서법을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소독(少讀)과 재독(再讀)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이 소독(少讀)의 기술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경계한다. 소독은 기술이라기보다 글을 대하는 철학에 가깝다. 느리게 읽고 깊이 생각하는 것, 여유 있게 읽고 사색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회복하는 것이 읽기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기술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 제목은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기 위해 지은 제목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서 역시나, 저자는 이 제목이 전략적인 선택이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의도에 딱 들어맞게도, 나는 제목에 낚여 이 책을 골라 읽고야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왜 이런 식으로 제목을 지었느냐, 왜 사람을 낚는 것이냐고 따질 생각도, 의도도 없다. 오히려 감사하다. 이런 낚시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뻔하고 재미없는 제목이었다면 이렇게 좋은 책을 눈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가고 말았을 테니까.
작년에 대략 60권이 넘는 책을 읽은 것 같다. 마지막에 10쪽 독서를 하면서 1권을 완독하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했고, 독서노트를 방치하다시피 했지만 그보다 많이 읽은 것은 확실하다. 사실 50권이 목표였는데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고, 한동안은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100권, 200권씩 읽은 사람들이 눈에 띄다 보니 이런 뿌듯함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아니 저렇게 많이....? 내년에는 나도 꼭 더 많이 읽어야지! 굳은 결심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초반에 '책을 욕망하는 자세'라는 것이 나온다.
대인의 독서습관 중 경계해야 할 것은 ‘책을 욕망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욕망의 시선은 과정보다는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성과를 보장한다는 떠들썩한 기법이나 수단이 등장하기라도 하면 열병처럼 앞다투어 책을 찾는다. 욕망에 있어, 책은 성숙의 대상이 아니라 성과의 수단인 것이다. 주위에서 흔히 책을 경쟁적으로 읽으려 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책을 성숙이 아니라 성과의 수단으로만 대하고 있지는 않았나. 그것이 나의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야금야금 뺐어가고 있지 않았나. 그리고 혹시나,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책은 무조건 많이 읽어야 좋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는 않았나. 다시 한번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책을 욕망하는 태도로는 깊이 읽을 수 없고, 많이 읽더라도, 무엇을 왜 읽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이 없다면 결국 읽어도 읽은 것이라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이 마음을 잃지 말자.
소독(少讀)이란 적게 읽는 것, 재독(再讀)이란 다시 읽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저자가 처음부터 무작정 적게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분도 경쟁적으로 읽기에 몰입해 있던 시간이 있었다. 다독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거쳐 '소독'을 주장하게 되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절대량의 독서가 변화를 이끈다는 다독의 맹신과 누구나 열정만으로 다독을 생활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일까? 가지기 전까지는 가져서 채워야 할 불안이었고, 가진 후에는 부담스러운 물건으로 남는 것. 그녀에게 책이란 그런 것이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변화하고, 책을 적게 읽으면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다독의 맹신' 이 아닐까? 그리고 누구나 '열정'만으로 다독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지나친 획일화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책을 읽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 사회가 우리에게 다독을 강요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래서 우리는 읽지도 않을 책을, 불안한 마음으로 산다. 그리고 읽지 않고 책장에 쌓여 있는 책들은 우리 마음의 짐이 되고, 또 다른 불안의 요소가 된다. 악순환이다.
아무래도 나처럼 제목에 낚여 들어온 사람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것이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의 가치는 거기에만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본론을 이야기해 보자면,
1) 책 비우기
2) 욕심 버리기: 책은 세상을 알아가는 하나의 길일뿐.
3) 일상에서 낯섦을 발견하는 관찰의 시선 가지기: 책이 인간을 성숙시키는 것이 아니라, 책 읽는 인간의 관점이 그 자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
4) 반복해서 읽기
5) 책을 읽고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기
6) 읽기와 쓰기를 함께 하기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모든 책을 읽으려는 욕심은 버리고, 읽지 않은 책들, 여러 번 읽었어도 더 이상 읽지 않는 책들은 모두 비운다(사실 나는 이 단계에서부터 힘들다). 그리고 조금 마음을 내려놓는다. 책만이 인간을 성숙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은 그 많은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책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또 책이 인간을 성숙시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인간의 관점이, 우리의 시선이 우리를 성숙시키고 변화시킨다.
반복해서 읽기는 다른 책에서 나온 바와 같다. 처음에는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밑줄을 긋고 1독을 마친다. 이때는 독서노트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밑줄 그은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책을 읽으면 그것이 바로 반복 읽기고, 재독이다.
느리게 읽기와 깊이 읽기. 이것이 이 책이 지향하는 독서 철학이다. 너무 뻔한 이야긴가 싶다면, 그것은 이 책을 소개하는 내 글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이야기해 봅시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원씽은 읽은 책은 모두 재독 하기이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은. 비우기가 먼저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래도 사게 될 것 같다. 내 옆에 두고두고 읽으며 재독 하고 싶은 책이다.